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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쫓는 신부

벌써 세번째다. 별님이를 개집으로 옮겨야 하는데 도무지 혼자서는 방법이 없어 소방서에 연락했다. 소방관들은 와서 '이런 일로 신고를 했냐?'고 나무라더니 보기 좋게 놓쳤다. 군청 산림축산과에 연락을 했더니 어떤 사람이 왔는데 그 역시 잡지 못했다.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별님이가 내 다리에 세게 부딪쳤다. 더 이상의 실패는 별님이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기에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먼저 개 집으로 만든 2미터짜리 헨스 세개를 떼내어 차고를 어른 6명이 막고, 군청에서 나온 전문가와 어른 한명이 차고로 들어가서 개를 잡고 목줄을 멜 계획이었다. 


포획 작전도


세개 조는 조용히 순서대로 이동해 차고를 막고 투입조는 장갑을 끼고 올가미와 뜰채를 가지고 들어갔다. 스타렉스 밑에 있는 개를 끄집어 내어 목줄을 채우는데 성공, 이동용 개집에 넣어 준비된 집으로 옮겼다. 새끼들까지 옮기니 입주 완료!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동안 한번도 으르렁 거리거나 짖지 않고 끌려오는 별님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팠다.)



일주일째 개를 쫓으면서 살아있는 것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같은 마음으로 개같이 생각하려면 한참을 개와 같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도 받는 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사람도 그와 같아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좋은 것을 주려는 하느님 뜻은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도망치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때 한 영화가 떠올랐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송어 낚시에 탁월한 경지에 오른 폴(브레드 피드 분)은 이야기한다. 


"물고기처럼 생각하려면 앞으로 3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Only three more years before I can think like a fish)."


3년이면 서당개가 풍월을 읊고 나도 별님이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면 왜 똥은 성모님을 바라보며 눴는지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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