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하기 전에 봐야 할 것들
두 건물 모두 성수동 연무장길 주 거리 이면, 매우 좁은 골목에 있다. 4m 도로라고 하지만 체감상 2m에 가깝다. 대지 면적도 33평대로 거의 같다.
그런데 매도가는 68억, 71억으로 비슷하지만 전략은 완전히 달랐다.
사례 1 — 증축 리모델링으로 밸류업, 68억 매도
매수: 2024년, 43억
공사: 2개 층 증축 리모델링, 공사비 추정 13~15억
매도: 68억 (대지 33.31평, 평당 약 2억) https://www.disco.re/l/gawyoag
임차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보증금 2억에 월세 2,000만 원 추정.
이 딜의 포인트는 임차인 세팅이다. 패션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주변 골목 꼬마빌딩 평당가가 2억으로 올라섰다. 올 초 같은 블럭의 주택들이 평당 1.7~1.8억에 팔렸으니, 인정할만한 가격인 셈이다.
다만 냉정하게 계산해보면 남는 게 많지 않다. 취득세 및 경비 포함한 취득원가에 공사비 최소 13억, 여기에 양도세(법인세)까지 더하면 68억 매도 후 실제 손에 쥐는 건 생각보다 얇다. 더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으로 갈아타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좋은 투자 사례라고 볼 순 없다.
사례 2 — 2017년 저가 매수, 간단한 리모델링, 71억 매도
매수: 2017년, 12.3억
공사: 간단한 리모델링 (일부는 임차인이 직접 진행했을 수도)
매도: 71억 (대지 33.21평, 평당 약 2억 초과) https://www.disco.re/l/th7kzy
내가 지향하는 사례다.
아무도 성수동을 눈여겨보지 않던 시절에 들어가서, 대규모 공사 없이 버텼다가 시장이 올라가서 팔았다. 투자금도 적게 들었고, 관리 스트레스도 크게 없었을 것이며, 신축·리모델링의 피로감도 없었을 것이다.
단, 현재 이 건물에는 F&B 업종이 들어와 있다. 71억에 매수했다면 수익률이 극히 낮을 가능성이 높다. 매도자 명도 조건으로 임차인을 새로 세팅할 계획이 아니라면, 매수자 입장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두 건물 모두 평당 2억을 찍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 저 좁은 골목에서 평당 2억을 주고 들어가는 게 효율적인 투자인지는 의문이다. 물론 연무장길 호가가 6억이 넘었으니 키맞추기 관점에선 납득할만한 가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골목 하나, 거리 하나 차이로 수익률이 크게 갈린다. F&B 중심으로 채워진 좁은 이면 골목은 밸류업 여지가 크지 않다. 그리고 월세가 올라가면 결국 임차인이 버티지 못하고 빠지는 날이 온다. 그 자리를 채울 새 임차인으로 리테일 브랜드를 유치하려면 리모델링이 불가피한데, 지금 물가와 공사비를 감안하면 그게 맞는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도로 조건이 안 좋아 신축도 거의 불가능하다.
당장 성수동이 젠트리피케이션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연무장길이나 아뜰리에길을 걷다 보면 성수동에 혹하는 건 사실이고, 조지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처럼 투자자의 '생각(인식)'이 시장 상황(현실)을 바꾸고, 바뀐 상황이 다시 투자자의 생각을 바꾸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펀더멘탈이 나쁜 곳에서는 어느 순간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 못하는 임계점이 올 것이다.
나도 작년에 저 골목을 꽤 오래 들여다봤다. 결국 성수동보다 객단가가 높고, 임차인이 직접 인테리어를 할 만큼 경쟁력 있는 입지를 선택했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이었다.
그 과정에서 하나 확실히 느낀 건, 중개사 말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내 투자 파트너가 아니라, 계약을 성사시켜 수수료를 받는 영업직이다.
주변 투자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2020~21년에 빌딩 중개법인에 성수동 물건을 요청하면 "왜 성수동이냐, 강남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금 그들은 강남보다 성수동을, 그리고 최근 관광객 유입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난 중구·종로구를 추천하고 있다. 3년 뒤엔 또 어딜 추천할지 모른다.
부동산 투자는 내 상황과 목적에 맞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칭 전문가라는 유튜버, 강사나 중개사 말을 듣기보다 기본 이론을 내 것으로 소화한 다음, 직접 발품 팔아 안목을 키우는 것 외에 지름길은 없다.
아무리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해도 부동산 특히 빌딩 투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매크로 환경과 금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매수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추세를 타고 단기 매도할 것인가, 아니면 최소 5~10년 보유 후 3~5배 수익을 목표로 할 것인가.
지금 내 상황에서 공실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가.
매도 시 사고 싶은 사람이 넘치는 입지인가.
사업가적 관점이 있다면 성수동에서 호스텔을 구상하는 것도 하나의 시나리오다.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든, 나에게 맞는 전략이 먼저다. 남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는 건 전략이 아니라 추격이다.
초양극화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꼬마빌딩도 결국 극히 일부 입지만 살아남을 것이다.
매수 전에 이 질문 하나를 반드시 해보자.
"지금보다 더 오른 가격에 누가 사줄 것인가?"
성수동이 아름다워 보일수록, 이 질문을 더 차갑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