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한국 코스트코의 영업방식
(까탈스러운 제 취향 기준으로 쓴 글이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말아 주세요^^)
저는 코스트코 양재점이 개점한때부터 회원이며 심지어 현재는 이그제큐티브 멤버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도 현대코스트코 카드만 사용하고 식료품뿐 아니라 공산품도 가능하면 코스트코를 이용합니다. 다른 마트는 아예 안 갑니다. 코스트코 바이어, MD를 믿으니 상품을 고르는 고민이 필요 없고, 다른 마트에 비해 품질 좋은 상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2인 가구인데 코스트코에 가서 장을 보면 한 달을 버팁니다. 과일, 채소, 고기, 생선, 반찬, 빵등을 사 오면 한 달 식량이 마련됩니다. 외식, 배달주문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생활비가 크게 절약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코스트코에서 조금씩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모르겠고 최근 몇 년간 느낀 한국 코스트코 영업방식과 상품 품질에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코스트코를 알게 된 사람들은 모르겠으나, 오랫동안 이용했던 지인들도 저와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양과 품질면에서 가성비 좋았던 상품을 교묘히 바꾸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저렴한 로티세리 치킨 대신에 약간의 모양과 양념을 바꿔서 비싼 치킨 상품만 내놓는다든지, 연어 대신에 베이컨으로 바꾼 롤은 상품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색깔이 비슷해서 헷갈릴 수 있습니다^^. 코스트코의 상징과도 같았던 콤비네이션 피자는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 맞는지 사라지고 치즈, 불고기피자만 남았습니다. 콤비네이션 피자를 비싸게 팔아도 이해할 수 있는데 아쉽습니다. 초밥이나 다른 음식들도 음식 자체의 정체성을 잃고 남은 재료들을 재활용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이상한 조합이 많아서 이제 아예 손이 안 가게 됐습니다.
예전보다 상품 종류가 많아지면서 이제 무조건 믿고 샀다가는 반품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상품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게 됐습니다. 특히 정말 좋아했던 코스트코 과일도 최근에는 먹기 기분 나쁠 정도로 품질이 안 좋은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식료품뿐 아니라 공산품도 마찬가지며 온라인 스토어에는 훨씬 더 많은 종류의 상품이 있는데, 예전처럼 알아서 잘 조사하고 검수했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꼭 다른 판매처와 비교하게 될 정도로 바이어, MD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습니다.
냉동고에 쟁여두면 되지만 만 원짜리 닭가슴살이 만오천 원, 10만 원 하던 고기가 15만 원 된 지금 1-2인 가구가 선뜻 구입하긴 쉽지 않은 가격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가격은 오르고 양은 줄고 더 저렴한 등급의 상품으로 바꿔치기해서 예전의 가성비도 아니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멤버십을 끊고 이별하기엔 코스트코에는 저에게 필요한 상품들을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코스트코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 있고, 같은 물건이라도 다른 곳과 품질이 다른 것도 있습니다. 반품정책도 좋기 때문에 계속 이용하겠지만 예전처럼 모든 식료품, 공산품을 코스트코에서 사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어제 갔는데 예전의 2/3 정도의 금액이 나왔습니다. 이그제큐티브 멤버십이 8만 원인데 자체적으로 쌓이는 포인트로도 충분히 이득이었는데 올해 코스트코 소비를 줄이게 되면 어떻게 될지 계산해 보고 마이너스면 다시 원래 멤버십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과일은 네이버밴드에서 주문을 받는 사장님을 주변에서 소개받고 이용 중입니다.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떼서 파시는데, 품질과 가격 모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과일 외에 제가 점심에 항상 똑같이 먹는 채소, 요구르트, 견과류, 오트밀, 호밀빵, 닭가슴살은 계속 코스트코에서 구입하는 게 좋은데 저녁식사 재료는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생선과 고기는 코스트코에서 가끔 사서 냉동고에 넣어두겠지만, 일반 저녁식사는 아내가 FMD식단 할 때 이용했던 곳에서 구독식단을 주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음식이 매우 신선하고 조합도 저에게 맞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한 달 중 절반은 그 식단으로 먹어보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시간과 생활비를 아껴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차를 몰고 코스트코에 가서 장을 보고 집에서 정리하는 노력을 줄여, 조금이라도 더 저만의 시간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이제 가성비가 사라졌으니 코스트코에 가는 횟수를 줄이고 생활비도 더 절약할 수 있는 대안을 같이 이용하는 것이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산책을 하고 정해진 메뉴의 점심 식사를 하고 일이 끝나면 운동을 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책을 읽거나 투자 전략을 세웁니다. 이 루틴을 방해하거나 깨는 일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모든 생활방식을 맞춰가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를 잘 굴리기 위해선 기본이 튼튼한 하드웨어가 필수인데, 그런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아주 작은 습관이나 패턴이라도 효율화하는 노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