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투자 1년 후기
(프리즘 투자자문)

분산투자의 묘미

by 프라이데이

개인연금에는 원래 관심이 없었다. 본업으로 모은 돈과 투자로 불린 자산을 노후에도 적당히 굴리며 살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은퇴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작년에 들었다. 게다가 자산이 늘어나면서 개인연금 투자에 쓸 여유도 생겼다.


아내와 함께 연금저축과 IRP를 공부했고, 거래량과 수수료를 비교해 투자하기 좋은 ETF들도 골라놓았다. 여기까지는 며칠만 공부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장기투자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운용해도 되지만, 앞으로의 10년, 20년이 과거와 같은 사이클을 그릴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자산 간 상관계수를 분석해 분산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큰 수익은 다른 투자에서 기대하고 있으니, 연금저축 투자는 연 8%를 목표로 삼았다.


간단히 3~4개의 자산으로 나누는 전략을 쓰더라도, 분산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리밸런싱’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오른 자산을 팔고, 그 돈으로 다른 자산을 매수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사람이 직접 하는 건 쉽지 않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손이 잘 안 움직인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오를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다면 목표 수익률을 정해두고 프로그램이나 에이전트를 만들어 자동으로 하게 하면 어떨까? 하지만 그러려면 경기 사이클과 주요 매크로 변수를 꾸준히 파악해야 한다. 나는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데 쓰기로 하고, 투자자문회사에 연금저축을 맡기기로 했다. 내가 낸 수수료만큼만 더 벌어줘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홍춘욱 박사가 번역한 책도 읽어봤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2022년 말에 달러를 팔고 2023년 초에 강남권 아파트를 샀다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할 수 없는 리밸런싱의 ‘용기’라고 생각했다. 그가 창업한 프리즘 투자자문에서 제공하는 무료 상담을 받아보았다. 개인별 리밸런싱 시스템이 마음에 들어 아내와 함께 바로 다음 날 가입하고 자금을 넣었다. 써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산운용 서비스만 해지하면 되니까 부담도 없었다.


한 달 후, 프리즘에서 매달 개최하는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지금은 운용 자산이 3천억 원이 넘었지만, 그때는 자문자산 잔고가 천억 원이 채 안 되던 시절이었다. 나는 세 가지 질문을 했다.

화폐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연금저축 투자의 한계

리밸런싱 알고리즘과 퀀트팀의 역할

현재 수수료 체계로 회사가 유능한 인재를 유지·채용할 수 있는지

홍 박사는 역시 털털한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모든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 사실 나는 그때 미국 대선 결과를 거의 확신하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그의 생각과 근거를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가끔 앱에서 리밸런싱 알림이 오면 확인하고 승인만 하면 된다. "와, AI는 고민도 안 하고 바로 매도하는군." 싶을 때가 있다. 사람이라면 분명 망설였을 타이밍인데, 알고리즘은 주저함이 없다. 투자된 상품들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공부도 하고 있다. 솔직히 내가 직접 했다면, 코스피를 PBR 기준으로 사고팔더라도 그 시점에는 일부 수익 실현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금 투자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욕심을 제어하면서 리밸런싱을 하려면 이렇게 AI 알고리즘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느낀다.


나는 중립형, 아내는 성장형 상품에 가입했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가입자가 성장형 전략을 선택했다고 한다. 중립형은 연 8%, 성장형은 연 9% 수익률을 목표로 하며, 감내하는 위험 수준은 -12~15% 정도다. 내가 가입한 중립형은 현재 약 17~2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수치만 봐도 지금 자산시장이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아직 월 수입으로 하고 싶은 투자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라 연금계좌보다는 코인과 미국 주식 투자를 우선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어떤 이벤트나 위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올해 말부터는 연금계좌에 조금 더 많이 배분할 생각이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하려는 것보다, 이렇게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간접적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연금계좌도 직접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연금’을 위해, 몸과 마음이 편한 이 시스템을 당분간 계속 이용할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항성 vs 행성:  투자와 커리어에서 스스로 빛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