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것과 신속함의 차이
대부분의 사람은 비쌀 때 사고 쌀 때 판다. 대중과 반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이 뜨겁다고 한다.
거래량은 계속 상승하고 있고, 인기 단지는 거의 전고점에 다다르고 있다.
거래량, 전세가격, 공급부족.
자칭 전문가들은 매번 똑같은 수급과 추세를 바탕으로 한 논리를 펴고 있다.
지금 내가 분석한 현재 한국 아파트 시장은 이렇다.
정책모기지와 신흥코인부자 그리고 총선결과가 맞물린 상황에서,
무주택자와 갈아타기 수요자가 이뜰어가는 시장.
과거와 비교하자면
지금을 2010~11년으로 보는 사람은 일시적 반등장이라고 말할 것이고,
2013~14년으로 보는 사람은 바닥 다지기가 끝났다고 말할 것이다.
하나씩 풀어나가기 전에 대전제를 말하고 싶다.
실거주 1주택은 돈을 벌거나 부자가 될 수 없다.
내 집값이 오르면 흥분하고,
가격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호갱노노에서 세입자 욕하며 댓글 다는 분들.
차익실현을 안 했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집값이 오르면 다른 집 가격도 오른다.
화폐 가치가 떨어진 인플레이션의 방어만 한 셈이다.
내 집을 팔고 다운그레이드하지 않는 이상, 실거주 1주택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정책모기지 효과
2023년과 마찬가지로 2024년도 특례론의 효과가 있다.
9억 이하 아파트 팔고 그라시움으로 가고, 그라시움에서 헬리오시티,
헬리오시티에서 리센츠로 가는 이런 꼬리물기는 전형적인 집값 상승 로직이다.
하지만 중하급지에서 상급지로 갈 수 있는 숫자는 한계가 있다. 즉,
어느 순간이 되면 이런 꼬리물기 거래도 멈출 수 밖에 없다.
전세가격
2년 전 급격한 전세가 폭락 이후 대출금리도 낮아졌으니 오르는 건 당연하다.
갱신계약도 있어서 매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중상급지와 하급자의 상황이 다르고 4년 전, 2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또 다른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가를 끌어올린다고 하는데,
이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매매가를 끌어올린다는 이유를 설명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세가 상승은 갭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지만,
아직 그 시기는 오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번외로, 전세대출 나아가 전세제도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급부족
공급이 부족해도 가격이 내려갔고, 공급이 넘쳐도 대세 상승하기도 했다.
공급은 원인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
그리고 인허가, 신축 분양 물량만 공급이 아니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후분양도 있으며 쌓여있는 기축 매물도 공급이다.
투자 경력 20년이 넘는 사람들도 이걸 왜 얘기하지 않는 건지 의아하다.
정부의 정책
22년 급격한 금리 인상발 폭락 이후 정부는 단기간에 많은 규제를 풀었다.
여전히 규제지역이 있고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이 있지만,
특례론을 계속 출시하고 청약 제도를 완화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시장이 과열되면 청약제도부터 손보는데,
지금은 오히려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있다.
신흥코인부자
과거 부동산 사이클을 그대로 대입할 수 없는 요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젊은 부자들, 코인으로 돈 번 사람들이 꽤 된다.
그중 일부는 주식, 코인투자를 계속하지 않고
압구정 재건축이나 꼬마빌딩을 사는 포트폴리오를 선택하기도 한다.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코로나 때 정말 많은 돈이 풀렸다.
그래서 아직도 풀린 돈이 쌓여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돈이 흐르게 해야 한다.
돈의 양보다 흐름 즉, 속도가 더 중요해진 시기이다.
거기에 저금리, 저물가 시대가 끝나고 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것들도 부동산 과거 사이클을 그대로 대입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하이엔드 시장의 신고가
압구정, 한남동등 하이엔드 아파트의 연이은 신고가 행렬.
시장을 리드하는 곳들의 신고가는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그 아래 급지들도 시간은 걸릴지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도 일어날 수 있기에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총선 결과
정권 중간에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일부 사람들은 총선 이후 가격이 떨어질 거라 예상했지만,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민주당의 승리로 사람들의 심리가 바뀌었다.
무주택자, 갈아타기 수요자는 조금 더 똘똘한 곳으로,
다주택자는 못난이들을 정리하고 1주택 비과세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현장에서 느꼈다.
지난 과거의 학습효과일까, 사람들은 향후 정권이 바뀔 걸로 예상하면서
자산 시장의 상승을 기대하는 것 같다.
금리는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잡히면서 금리를 내리면 누구나 바라는
소프트랜딩이 될 수도 있고,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어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금리가 내려간다고 무조건 부동산이 오르는 건 아니다.
그리고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대비 내릴 만큼 내린 상황이다.
과거를 보면 알 수 있다.
경기가 안 좋은데, 자산 시장만 오른다?
이건 어쩌면 더 깊은 골로 가는 일시적 반등일 수도 있다.
급격한 물가 인상과 전쟁 이슈로 오른 공사비.
그런데 과거에도 항상 일어났던 문제였다.
공사비가 평당 2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될 때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갔을까?
중요한 건 공사비 인상뿐 아니라 인건비도 올라서
일반분양가는 계속 상승할 거란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도 받아주는 추세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세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사람들이 청약을 포기할 정도로 분양가가 올라서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시장의 양극화가 무너지고,
아파트 시장 전체가 침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이 대세상승장이라면
위 공사비, 일반분양가, 추가분담금 상관없이
모두 미래의 보상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재개발 재건축 시장부터 살아나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아직 시장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곧 대세상승장이 펼쳐진다면 그때는 빌딩등 상업용 부동산과
오피스텔등 비아파트 상품까지 다 오를 것이다.
심지어 빌라까지 상승한다.
소득과 수요를 보면 더 복잡하다.
영리치가 많아졌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에 비해 소득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 같다.
아파트는 기존 자산과 대출로 사는 거라지만,
최초 자산과 대출도 결국 소득과 연계되어 있다.
어느 단계에선 주택구입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긴 횡보가 지속되면서 소득은 오를 것이고,
어느 순간 아파트가 저렴해 보이기 시작하면서 불장이 시작된다.
2017년을 생각해 보자.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은 사람에게
모든 사람은 실거주도 하고 투자 목적도 있다고 말한다.
투자 목적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큰 욕심인지 희망하는 아파트 대비
자신의 자산과 투자 가능한 자금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말 ~ 2023년 초에 폭락한 아파트를 왜
잡지 못했는지 복기해 보자.
심지어 2023년 말 미국국채금리 급상승하고
개포동 등에서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일시적으로
급매가 나왔는데 그때는 왜 가만히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바닥에서 잡겠다는 생각만큼 무리한 욕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위 두 시기에 아무런 인사이트 없이 여전히 폭락만 얘기했던
유튜브 채널은 과감히 구독해지 하는 게 좋다.
둔촌주공 마피 난다고 한 사람은 지금 뭐라고 얘기하는가?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개입이 결국 이뤄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중도금 대출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그렇게 많은 통장이 청약했다는 것을 안다면,
분양가 상한제가 무엇인지 알았다면,
둔촌주공 청약을 안 하거나 당첨된 후에 포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부동산엔 전문가가 없다고 생각하자.
유튜브에서 강의 팔고 책 파는 사람 말을 듣고,
일생일대의 기회를 포기했다면 최소한
앞으로는 실수를 반복해선 안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고 싶다면 적어도
20년 이상 시장에 꾸준히 있으면서 하락장을
두 번 이상 경험한 사람을 찾는 게 낫다.
세상에는 유튜브, 블로그 안 하는 고수가 훨씬 많다.
그리고 후행하는 통계를 보고 결정하면 늦으니,
항상 현장에서 시장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앞으로 시장 방향과 상관없이
무주택으로 있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에서 무주택 포지션으로
자산시장에 숏배팅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실거주를 하든 아니면 전세 끼고 매수하든
1주택은 꼭 마련하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지금 전세나 월세 계약이 만료됐다면,
나 같으면 이미 가격이 많이 반등한 곳보다
거래량이 아직 살아나지 않고 가격 반등이
지지부진한 곳에서 기회를 찾을 것 같다.
그래야 만약 하락장이 와도 큰 충격이 없고, 나중에 대세 상승할 때는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만 보면 안 되고, 성장 가능성과 호재를 기본으로
수많은 아파트를 비교평가 해야 한다.
전고점에 다다른 곳에서 쫓기면서 성급하게 따라가기보다는,
지난 전고점과 2년 전 최저점 중간 이하의 가격을 가진 곳으로 가서
중개업소에서 대우받으면서 급매를 더 깎으면서 매수할 것 같다.
이미 강북 뉴타운 대단지의 신축은 그 이상으로 올랐다.
만약 아파트를 매수하고 바로 오르기 바란다면
그냥 계속 전월세로 사는 게 나을지 모른다. 그런 성향으로는
어떤 투자도 성공하기 힘들고 아파트 실거주 생활도 괴로울 것이기에.
나 같은 투자자에게
내가 투자자인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실거주와 투자를 완벽하게 분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튼,
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가도 큰 타격은 없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놨다.
만약 내년부터 대세상승장이라면 아파트가 아닌 빌딩 투자를 할 거고,
횡보장 혹은 지루한 상승장이 오면 아파트 비과세를 받는 전략을 짤 것 같다.
다시 하락장이 온다면 아파트와 빌딩 모두 투자하기 위해,
모든 자금과 전략을 총동원할 생각이다.
이번 부동산 사이클이 큰 부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거시경제와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변하는 시장을 빨리 해석해서
누구보다 유연하게 적응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가격이 저렴할 때 가만히 있거나 팔고,
가격이 오르면 성급하게 쫓아가지 말고,
미리 충분히 공부하고 조사해서
좋은 물건이 싸게 나올 때
신속하게 잡는 투자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