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싸움에 어른만 조심스러워진다
《놀이터 분쟁》
모래삽 빼앗겼다고
울음을 터뜨린 아이
그걸 본
다른 엄마가 쳐다보고
나도 얼어붙고
"어머 미안해요..."
"아니에요, 애들이 다 그렇죠..."
우리는 서로 웃었지만
우리 둘 사이의
미묘한 공기가
놀이터 한가운데
천천히 깔렸다
그날 이후
나는 모래삽을
하나 더 챙기기 시작했다
놀이터에서 가장 난감한 순간은
아이들끼리 다투는 순간이다.
모래삽 하나를 두고 싸우거나,
미끄럼틀 순서를 두고 다투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밀치거나.
그때마다 나는 자동으로
아주 바른 자세로 일어나
“어머, 미안해요…”를 외운다.
상대 엄마는
“아니에요, 애들이 다 그렇죠…”라고 받아준다.
그 짧은 대화는 거의 늘 똑같지만,
그 안에 실리는 감정은 매번 다르다.
아, 또 우리 애가 시작했구나 싶은 민망함.
괜히 상대방 눈치 보이는 조심스러움.
그리고 아주 짧은 거리감.
웃으며 대화했지만
우린 둘 다 알았다.
이게 어색한 상황이라는 걸.
그날 이후 나는
모래삽을 하나 더 챙긴다.
사과보다 빠르게,
싸움보다 미리.
아이들은 금세 잊고 웃지만
어른들은 그걸 오래 기억한다.
그게 어른이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