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안들리는 걸까?

by 닭강정

오늘의 시


《귀》

애 이름을
세 번쯤 부른다

TV는 잘만 보면서
내 목소리는
안 들리는 것 같다

혹시
귀에 문제 있나
걱정되는 순간

뒤에서
“과자 먹을 사람~”하니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본다

아…
귀는 멀쩡하구나

그 모습을
조용히 보던 우리 신랑

혹시나 싶어
“여보~”
두 번 불렀지만
역시나 묵묵부답

그래서 말했다

“이번 달 관리비 나왔네~”

그러자
TV에서 눈 떼고
“얼마?” 하며 돌아본다

…둘 다
귀는 참 잘 들린다



Comment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를 부른다.

남편도 종종 함께 부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답은 잘 돌아오지 않는다.


TV 소리는 잘 듣고,

장난감 소리도 귀신같이 알아채면서

내 목소리는 안들리나보다.


"애들이 다 그렇지~" 웃으며 넘기다가도

문득 마음이 멈칫할 때가 있다.


내가 하는 말이

이 집에서는

그저 배경음처럼 들리는 건 아닐까.


크게 불러도, 다정하게 말해도,

가끔은 존재감이 옅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땐 괜히 서운하다.


누구보다 많은 말을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은

가볍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그래도 다시 부른다.


그게 엄마이고,

그게 가족 안에서의

내 자리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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