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놓치고 있었다는 걸...
《서른 후반》
뭘 좋아하는지도
잊은 채 살아온 것 같다
먹고 싶은 걸 고르다가
애 먼저, 남편 먼저,
끝엔 아무거나
입고 싶은 옷도
특별한 날에만 꺼내 입고
그마저도 편한 걸로 바꿨다
좋아하던 노래는
운전 중 라디오에서만 듣는다
그마저도
애가 다른 노래 듣자하면 껐다
하고 싶은 말은
'괜찮아'에 눌러 담았고
하고 싶은 일은
'나중에'로 밀어뒀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는데
내가 나를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 보였다.
분명 나인데,
어디부터가 나였는지
잘 모르겠는 얼굴.
하고 싶은 걸 고르는 대신
늘 ‘해야 하는 걸’ 먼저 골랐고,
먹고 싶은 것도, 입고 싶은 것도
다른 사람 먼저 챙기다 보니
나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나중에 할게’
‘괜찮아, 이 정도는’
‘지금은 때가 아니니까’
그렇게 하루를 넘기다 보니
계절이 바뀌고,
아이 키가 자라고,
내 옷장에는 몇 해 전 옷들만 남았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건
그 모든 시간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는 거다.
내가 나를 잊고 살아왔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나니
왠지 조금 미안해졌다.
그래도 지금 알았으니,
지금부터라도
다시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내가 좋아했던 것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
내가 나로 살고 싶었던 마음.
이걸 깨달은 서른 후반은
놓친 것들을 후회하는 시점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다시 붙잡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