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정말 깜짝 놀랐지뭐야

by 닭강정

오늘의 시


《몰래》

“이건 몰래야”
하며
손에 쥐여준
조그마한 색종이

풀 자국 잔뜩 묻은
삐뚤빼뚤한 하트 옆에
엄마 사랑해
라고 쓰여 있었다

“왜 몰래야?”
하고 묻자
아이는 말한다

“몰래 줘야
깜짝 놀라잖아”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이렇게 쉽게
울 수 있다는 거에



Comment


“몰래야.”


아이가 내 손에 뭔가를 꼭 쥐여줬다.

색종이를 접은 것 같기도, 찢은 것 같기도 한 조각.

삐뚤한 하트 옆에 “엄마 사랑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아이의 손끝은 서툴지만

마음은 얼마나 단단했던지

그 몇 글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런 걸 ‘감동’이라고 하나 보다.


다듬어지지 않은 선물이라 더 고맙고,

누가 시킨 게 아니라 스스로 준비했기에 더 눈물 나고,

받는 내가 뭔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엄마니까” 라는 이유 하나로 받는 찬사가

어쩐지 벅찼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지 몰라도

그날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위로였다.


아이의 마음은

색종이 한 장으로도 충분하다.


그 안에 사랑이, 애정이,

그리고 내 하루를 버티게 해줄 힘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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