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to Guangzhou.
광저우, 내 교환 생활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준 여행들 중 8번째 여행지. 사실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광저우는 여행지 후보 리스트에 거의 없는 도시였다. 여행지도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광저우는 염두에 두고 있는 친구들이 없는 듯했다. 그래서 내가 광저우에 갈 거라고 했을 때, 또 여행 가냐는 놀라움을 보이기도 하는 동시에(벌써 8번째 여행이었으니까.) 광저우는 별로 부럽지 않다는 눈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광저우가 끌렸다. 광저우가 미식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체질상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 마냥 먹으러 가는 것이 끌리는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그냥 별 이유 없이 광저우가 끌렸다. 그냥 왠지 좋을 것만 같은 느낌.
마음이 맞는 내 오랜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 여정을 시작했다.
상해에서 광저우까지는 비행기로 약 2시간 반이 걸린다. 인천에서 일본까지 1시간 반~2시간이면 가는데 국내 이동으로 저 정도면 중국이 얼마나 큰 대륙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광저우행 비행기가 정말 비쌌다. 경비를 최대한 아껴야 하는 우리들은 결국 비행기를 포기해야만 했고, 결국 18시간이 걸리는 침대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기차 18시간. 굉장히 길어 보일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렇게 오래 걸리는 시간은 아니다. 30시간 이상씩 이동하는 기차도 널렸으니!
마치 호그와트행 기차를 연상시키는 기차를 타고, 광저우로 출발!
침대 기차는 한 칸에 무려 6개의 침대가 있는 구조였다. 그만큼 제일 위에 있는 침대는 높고, 침대 간 간격은 좁다. 중국다웠다. 그래도 제일 위의 침대가 가장 싸고, 밑으로 갈수록 비싸진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중국이었다!
내 자리가 제일 위에 있는 침대라 올라가는 것이 좀 버겁긴 했지만 막상 올라가서는 잠이 그렇게 잘 올 수가 없었다. 거의 잠으로 다 채워버린 18시간.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던 침대 기차였다.
광저우 도착. 광저우의 첫 느낌은 홍콩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광저우와 홍콩이 정말 가까이 위치해있다. 광저우 느낌은 광저우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홍콩 느낌까지 가지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광저우, 홍콩을 묶어서 많이 여행한다는데 우리는 비자 문제 때문에 홍콩으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열심히 기차 타고 달려온 자, 먹어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본 결과 원나잇 푸드 트립에서 소개되었던 광저우 맛집 포스팅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그 포스팅 하나만 믿고 가보기로 했다. 다른 정보 하나도 찾지 말고, 그 포스팅 하나만!
광저우는 관광지가 다른 도시에 비해서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보니, 우리끼리 자연스럽게 미식 여행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체질이고 뭐고 일단 먹어봐야겠다.
1. 뎬두더: 딤섬 맛집
광저우 하면 딤섬이지!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딤섬 맛집이었다. 맛집답게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메뉴도 정말 많았다. 딤섬 종류만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도 추천하고 가셨다고!
어쩌다 보니 대부분 새우 딤섬으로 먹게 되었지만, 하나 같이 다 맛있었다. 특히 가장 특이했던 빨간 요리는 이 음식점의 시그니쳐 메뉴로서 모든 테이블마다 한 접시씩 놓여 있었고, 겉 식감이 굉장히 특이했다.
2. 57도샹: 철판구이 전문점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철판요리 전문점. 각 구역별로 철판요리를 하는 공간이 있어서 어느 손님이든 편하게 요리 과정을 구경할 수 있다. 우리 구역에서 화려한 불쇼를 못 보더라도 바로 옆 구역에서 갑자기 불쇼를 하기도 하고, 바로 뒷 구역에서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니까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여기도 메뉴가 정말 많아서 고르는 데 애썼다. 먹으러만 오면 입이 두 개뿐인 것이 너무 아쉽다.
갖가지 다양한 철판 요리와 맥주 한 잔이라면, 그 날의 피로가 다 풀리는 느낌이다. 내 눈 앞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멍 때리며 바라보고, 우리 앞에 바로 선사되는 맛있는 음식.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3. 우차이지: 완탕면 맛집
홍콩에서 완탕면이 유명하듯, 광저우도 완탕면이 유명하다. 숙소에서 조금 멀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없어서 갈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안 가봤으면 정말 후회했을 만한 곳! 조금 급하게 움직이더라도, 못 먹고 와서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우리가 찾은 완탕면 맛집은 하루에 800그릇 이상 팔리는 로컬 맛집이라고 한다. 음식점 내부부터 로컬 맛집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정말 맛있었다. 면발이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먹어보지 못할 이 지역만의 면발이고, 함께 비치되어있는 무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최고다. 광저우에 있으면서 먹었던 음식들 중 추천할만한 음식! 심지어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평균 약 1,500원.
음식을 먹으면서 고개를 잠깐 돌려보면 이렇게 감성 넘치는 골목을 볼 수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하고 감성적인 느낌이다.
4. 인지 창펀: 창펀 맛집
다음 도시로 넘어가기 위해 기차 시간이 임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갔다. 광저우는 아침 메뉴로 창펀이라는 음식이 유명하다고 한다. 창펀이라는 음식을 나도 처음 들어봤는데, 쫄깃한 반죽 안에 갖가지 재료를 넣어 양념장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메뉴라서, 맛도 새로웠고 비주얼도 새로웠다. 일단 반죽이 정말 쫄깃하고 안에 야채, 새우와 같은 재료가 들어가서 아침 메뉴로도 부담 없을 것 같은 느낌. 만족스러웠던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 맛집까지 욕심내서 가보느라 덕분에 기차역까지 내내 달려가야만 했다. 거의 출발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는데, 어느 신께서 도와주셨는지 기차가 10분 연착이 되어서 숨 돌릴 시간을 만들어주셨다. 무사히 기차를 타고 다음 도시로 넘어갈 수 있었다.
광저우는 미식의 도시답게 갈 만한 곳들이 정말 많다. 일정상 하루 조금 넘는 시간밖에 있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 볼거리가 많지 않더라도 그만큼 먹을거리가 넘쳐난다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런 게 여행이지 않나 싶다. 급박한 일정이더라도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마저 여행의 일부다. 그러면서 성공이든 실패든 그 지역의 새로운 음식을 먹어 보고, 새로운 문화를 몸소 체험해 나가는 것. 자연스럽게 점점 견문을 넓혀 가는 것. 나는 여행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