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to Hainan.
나의 7번째 여행지였던 하이난은 내 교환 생활의 꽃이었다고 감히 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여행을 계획하기 전부터 기대가 컸던 곳이고, 여행을 하면서는 내가 가지고 있었던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동안만이라도 잊게 해 준 선물 같은 여행지였다. 갔다 온 지 꽤 되었지만 지금 사진첩을 들여다봐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곳. 그때의 예쁜 추억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하이난은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해남도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제주도 정도의 개념. ‘동양의 하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휴양지로써의 성격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것 같다. 상해에서 출발하면 비행기로 하이난 북부의 하이커우까지 약 2시간 반~3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국내 이동으로 이 정도 시간이면 중국 대륙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남쪽으로의 이동이기 때문에 날씨는 동남아시아와 거의 비슷하다. 연중 덥다! 내가 간 시점이 11월이었는데, 11월에도 30도를 웃도는 기온이 계속되었다.(6월~10월이 우기라고 한다.)
하이난은 북부의 하이커우(海口)와 남부의 싼야(三亚)라는 지역이 유명한데, 하이커우는 골프 치러 가는 곳으로 좀 더 알려져 있고, 관광지로써 유명한 곳은 싼야다. 우리는 하이커우에 도착해서 싼야까지 다시 기차로 이동했다.
중국은 기차역마다 외관을 보는 재미도 큰 것 같다. 싼야의 기차역은 외관부터 휴양지스러웠다. 맘껏 즐기다 가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한 느낌.
휴양지는 이름에 걸맞게 그 자체로 '휴양'이고 '힐링'이다. 다른 어떤 관광지가 필요하지 않다. 보이는 게 힐링이고 그대로 느끼는 게 휴양이니까. 싼야에 머물면서 나를 힐링하게 만들어준 두 가지가 있다.
더운 날씨와 야자수
더운 날씨가 힐링이라고? 나는 날씨가 더울 때면 여름휴가가 늘 생각난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고 기대할 청량한 여름휴가. 푹푹 찌는 듯 덥지만 더운 날씨에 즐길 수 있는 여름휴가만의 느낌과 매력이 있다.
남쪽 지역답게 날씨가 정말 더웠지만 그만큼 맑았고, 고개만 돌리면 야자수가 보였다. 맑은 날씨와 야자수의 조합은 어디를 가나 작품을 만들어주었다. 정말 내가 여행에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풍경들. 굳이 어떤 유명한 관광지를 보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런 풍경들 그 자체가 관광이고 여행이었다.
바다와 노을, 대동해(大东海)
휴양지의 가장 큰 자산은 누가 뭐래도 바다다. 싼야에는 세 곳의 유명한 바다가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바다인 대동해 한 곳만 집중해서 봤다. 여행지에서도 통하는 선택과 집중!
대동해의 낮
바다는 언제 봐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낮의 대동해는 여유롭고, 활기찼다. 유명한 바다답게 외국인들도 많고, 안내방송도 다양한 언어로 나온다(한국어마저도!). 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풍경.
대동해의 해 질 녘
대동해에서 우리의 목표는 노을이었다. 노을을 보기 위해서 해가 지기 전부터 가서 그냥 앉아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바다만 눈앞에 있으면 그 자체로 최고니까. 같이 간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늘이 변화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계속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어지지 않았던 하늘의 모습. 아름답다는 말 이외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고,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만으로 어떻게 우리를 빠져 들게 하는지. 정말 아름답다.
대동해의 밤
해가 다 지면, 대동해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수많은 가게들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해산물 가게도 정말 많고, 분위기 좋은 곳들도 꽤 있다. 모두가 즐기는 바다의 밤.
하이난에 있으면서 관광지도 어느 정도 다니며 구경도 많이 했지만 가장 좋았던 순간이라면 맑고 무더운 날씨를 온몸으로 즐긴 것과 바다, 이 두 가지로 꼽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가 중국인지 다른 나라 휴양지인지 느낄 수 없을 만큼 보통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중국의 모습은 거의 없었고, 하이난에서 머물렀던 3박 4일 동안 정말 ‘행복’했다.
중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도시와 수많은 모습들 중 이런 모습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과 함께, 오늘도 하이난에서의 기억을 곱씹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