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더 내의 탐색하기 탭에는 ‘일정’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진다. 주제가 정해졌다면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일정들을 탐색하고, 이를 스토리텔링 하듯이 풀어나간다. 대부분 콘텐츠들이 관련 캘린더와 연결이 되어 사용자들로 하여금 그 캘린더를 구독하도록 만드는 구조이다.
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내 첫 콘텐츠의 대주제는 디즈니였다. 내가 워낙 디즈니를 좋아하기도 해서 1순위로 디즈니를 언급했는데, 요즘 디즈니의 파급력이 크다 보니 거의 바로 채택되었다.
디즈니와 관련된 일정들은 수집을 끝냈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즈니 캘린더를 새로 오픈하는 것이 좋았다. 캘린더 오픈의 경우, 모든 일정들을 관리하고 계시는 J께 일정 추가를 요청드리면, J가 에디터분(일정 등록을 해주시는 분들)들께 요청드림에 따라 오픈되는 구조였다. 내가 일정 추가를 부탁드렸더니, 순식간에 디즈니 캘린더가 오픈되었다.
새롭게 오픈된 디즈니 캘린더.
이제 캘린더도 오픈되었으니, 콘텐츠만 잘 쓰면 된다. 콘텐츠는 주제에 대한 도입, 일정 소개, 캘린더 구독 유도의 플로우다. 어려운 구조는 아니었다.
다만 내가 쓰면서 어려웠던 점은 기존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글쓰기는 보통 자기 스타일대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톤 앤 매너로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내 스타일대로 쓰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콘텐츠들과 괴리감이 들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글이어도 쓰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콘텐츠를 만드는 다양한 어플들, 사이트들을 참고하면서 좋은 콘텐츠들이 어떤 톤 앤 매너로 글을 쓰는지 관찰했고, 좋은 표현들은 가져오되 우리 어플만의 느낌으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해보았다.
초안 작성 후에는 피드백을 받았고, 이미지 작업은 따로 해야 했다. 내가 이미지를 선별하면 디자이너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j가 이미지 작업을 해주었다. 정말 디자인 툴을 잘 다루면 좋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나도 책은 사놓았는데..)
첫 콘텐츠 배포 목표는 첫째 주 금요일이었으나 텍스트 수정, 이미지 후작업 등등의 문제로 다음 주로 미뤄지게 되었다. 빨리 올리는 것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다음 주를 기약해야 했다.
아 그리고, 탐색하기 탭에 올라갈 콘텐츠를 작성하는 툴이 따로 있는데, 툴 이용법을 배우는 것이 약간 까다로웠지만 신기했다. 어플에 올라가는 콘텐츠들은 이런 방법으로 올리는구나! 그 툴을 개발자가 직접 만들었다는데... 개발의 영역이란 정말 놀랍다.
히든트랙은 매달 말, 월간 회고를 진행한다. 월말에 회고를 하는 제도는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매달 말마다 그 달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원래 6월 회고를 6월 말에 진행했어야 했지만 어쩌다 보니 못하게 되면서 7월 초에 진행하게 되었고, 나도 함께 참여했다.
특이한 것은 회사의 모든 인원이 한꺼번에 하는 게 아니라, 팀으로 쪼개서 따로따로 진행되었다. 팀 구성은 회고를 리드하고 계시는 CTO P께서 유닛과 상관없이 랜덤으로 배정해 주신다. 우리가 팀이 16명 정도 되는데, 5-6명씩 세 팀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나는 월말 회고라고 해서 일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는 줄 알았다. 한 달 동안 회사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일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등을 ‘회사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자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 자신’이 한 달 동안 어땠는지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물론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일 이야기도 당연히 하게 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되었고, 회사 얘기 이외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해도 전혀 상관없었다. 오히려 회사 이외의 이야기를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월간 회고를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이유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인원이 많으면 각자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회고가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지 파악할 겸 제일 마지막 순서에 가기로 했고, 나머지 분들이 순서대로 한 분씩 본인의 이야기를 하셨다.
모두 회사 밖에서 개인적으로 있었던 좋았던 일, 혹은 아쉬웠던 일, 회사 안에서 좋았던 일, 아쉬웠던 일 등을 솔직하게 얘기해 주셨다. 그렇다고 한 분만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다른 분들 의견을 듣기도 하고, 함께 얘기도 해보았다.
내 타임에는 개발자 두 분이 계셨는데, 사실 나는 개발자 분들과 거의 이야기할 일이 없었다. 업무적으로 아예 다를 뿐만 아니라 자리도 떨어져 있어서 더더욱 부딪힐 기회가 없다. 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서 개발자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 조금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조금은 내가 이 팀에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개발자 분들뿐만 아니라, 업무를 하면서는 알 수 없었던 (나와 접점이 있는) 다른 분들의 생각들도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나는 1주일 동안 느낀 회사 생활을 공유했다. 좋은 점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내가 이 글을 통해서도 공유해보자면, 좋은 점은 아쉬운 점보다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이다(물론 고작 1주일 일했지만). 1주일 동안 한 번도 ‘출근하기 싫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나름대로 낸 아이디어가 바로 반영된다는 점,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등 만족스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이 만족스러움의 바탕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다들 아낌없이 나를 도와주신다. 이 회사를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것이 벌써 아쉬울 만큼.
아쉬운 점이라면, 일의 진행에 약간의 딜레이가 생긴다는 점이다. 내가 브레인스토밍을 하든, 콘텐츠를 만들든 하는 즉시 피드백도 받고, 진행을 계속해 나가고 싶지만 다들 워낙 바쁘시다 보니 내 업무를 항상 신경 써주시지 못하는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점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생기는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해서, 내 개인적으로도 좀 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월간 회고의 마지막 순서는 회고의 회고였다. 오늘 회고에 대한 소감을 마지막으로 나누는 시간.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사람을 통해 오는 동기부여가 큰 사람으로서, 누군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알아가는 시간은 의미가 컸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다른 분들이 해주신 조언을 통해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2시간이나 배정된 회고가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막상 해보니 2시간도 짧게 느껴졌다.
‘회고’라는 단어는 평상시에 잘 안 쓰는 단어지만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든다. 단어 자체가 주는 힘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다른 회사에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월간 회고를 진행하면서 ‘내가 이 회사에 참 잘 왔다’고 생각한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 이 매거진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확정 지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좋았던 시간이었다.
첫 회사 생활의 1주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앉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간다. 지루할 틈이 없다. 적응하고 방향성을 잡다 보니 1주일이 흘렀고, 첫 콘텐츠 배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까지 왔다.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 된 것에 감사하면서, 다음 주는 어떤 일이 있을까 조심스레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