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기에 더 특별한.
때는 나의 두 번째 리모트 데이였고,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리모트 데이지만 집에서 사무실까지 가까워서 사무실로 출근하는 게 편하다!)
마무리되지 않았던 디즈니 SNS 콘텐츠를 작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수 R로부터 슬랙 DM이 왔다.
“잉디, 어젯밤에 애플이 갑자기 맥북 에어랑 프로를 출시했어요. 미국에서 출시된 거라 아직 한국에 들어온 건 아닌데, 한국에 출시되면 우리가 그 일정을 알림으로 알려준다는 방향으로 탐색하기에 풀어볼까 해요. 어때요?”
(린더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소중한 일정을 놓치지 않게 알림으로 알려준다는 것에 가치가 있다.)
“기존 애플 제품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른 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빠르게 가능할까요? 한 시간 안에 배포할 수 있게요!”
약간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다른 팀원 분들은 이런 소식들을 놓치지 않고 캐치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는 나였다. 알고 보니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하고 있었을 때 다른 팀원 분들은 이 소식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신 상태였고, 결론이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하여 사용자들도 소식을 받아보게 하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움+놀람+반성의 기분을 가라 앉히고, 일단 내용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R께서 레퍼런스를 전달해 주셔서 이를 참고했다. 애플에서 밝힌 내용을 정리하면 되는 정도였는데 이것을 내 나름대로의 언어로 변화를 주었고, 마지막 부분에 ‘한국에 제품이 출시되면 알림으로 알려드릴 테니, 애플 캘린더를 구독해보세요’ 뉘앙스의 멘트와 함께 마무리했다.
아무리 급해도 콘텐츠의 질이 우선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쓰다 보니 길지 않은 콘텐츠였음에도 약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디자이너 j에게도 급하게 이미지 작업을 요청드렸다. 모든 작업을 최종적으로 끝내고 배포까지 약 1시간 반이 걸렸다.
긴박한 듯 긴박하지 않은 오전이었다. 디즈니 콘텐츠는 배포까지 며칠이 소요되는 데 반해 애플 콘텐츠는 한 시간 반 만에 완성해서 배포되었다. 배포까지 완료하고 나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뿌듯하게 점심을 먹으러 갔던 기억이 난다.
디즈니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라이트한 콘텐츠였는데, 콘텐츠의 가치에 라이트하고 말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콘텐츠를 보고 애플 신제품 출시에 대한 정보만 가져갈 수도 있고, 신제품 구매 소식을 놓치지 않고 받아 보기 위해 캘린더 구독을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가치는 충분하다. 콘텐츠를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용자(독자) 마음이니까. 물론 우리 회사가 원하는 최종 목적은 사용자가 캘린더를 구독하여 알림을 받아보는 경험을 주는 것이지만, 콘텐츠를 보고 구독을 안 했다고 해서 그 콘텐츠가 가치 없는 콘텐츠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미리 기획하여 배포하는 콘텐츠가 아닌, 예상치 못한 일로 계획에도 없던 콘텐츠를 배포해버리는 것. 이것이 ‘일정’을 기반으로 한 아이템의 매력이지 않을까? 갑작스러운 일정이 생기기도 하고, 취소 일정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늘처럼 예상치 못한, 그러나 더욱 특별한 콘텐츠가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