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하기의 변화, 그 두 번째.
콘텐츠 배포율을 높이기 위해서, 며칠간 콘텐츠를 거의 찍어내듯이 만들었다. 그 결과 거의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배포되었고, 자고 있는 듯했던 린더가 조금씩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콘텐츠를 직접 쓰고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초반에는 이런 현상 자체가 굉장히 뿌듯했다. 내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 앱에 바로바로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감은 점점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왜 그랬을까?
내가 만든 콘텐츠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은 어떤 특정 일정을 소개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예를 들어 대외활동 캘린더가 새로 오픈되면서 그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 경우, 대학생들이 하면 좋을 만한 대외활동 모집 일정들을 소개해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사실 요즘 이런 콘텐츠들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검색해보더라도 비슷한 콘텐츠들은 쏟아지고 있었다.
앱에 새로운 콘텐츠들이 올라가고 있긴 했지만, 심지어 내가 만들고 있었지만, 내가 판단하기에도 콘텐츠가 질적으로 높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제삼자가 봤을 때, 그들이 이것을 재밌게 읽을까? 하는 질문을 준다면 내 대답은 솔직히 “글쎄”였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밤에 잠이 안 왔다. 더 잘하고 싶었고, 린더에 더 도움이 되고 싶었고, 사람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나 자신부터 생각해봤다. 나는 평소에 어떤 콘텐츠를 눌러보지?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를 생각해봤을 때, 나는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관심 있게 보곤 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떻게 캐스팅됐는지, 우리가 몰랐던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등. 이런 뒷 이야기들을 알고 나면 작품이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을 때, 굳이 그 일정을 소개하는 내용이어야만 할까? 사실 주제만 잡히면, 풀어갈 수 있는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단순하게 일정을 소개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내용을 풀어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 개봉 일정에 대해 풀어갈 수도 있지만, 그 영화의 흥미로운 사실에 대해 풀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방향성이 아니더라도, 확실한 것은 콘텐츠의 내용상에 있어서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을 했고, 방향성에 대해 미팅을 가져 보기로 했다.
R, J와 함께한 미팅에서 다행히 두 분 모두 내 의견에 공감을 해 주셨고, 함께 방향성에 대해 논의를 해보았다. 과연 린더의 색깔에 맞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린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일정들을 담고 있다. 어떤 카테고리에 한정 짓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따라서 어떤 컨셉만 정하면, 관련 일정들은 얼마든지 맞추어 넣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컨셉 하에 우리가 일정을 직접 큐레이션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특정 페르소나를 설정해서 그 페르소나에 맞는 일정들을 선정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 예를 들어 ‘대학생’ 페르소나라면 대학생들이 관심 있을 만한, 또는 필요한 일정들을 모아 스토리텔링 해본다는 것인데, 무엇보다 어떤 특정 일정에 한정 짓지 않는다는 면에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다. 다양한 분야의 일정들을 보유하고 있는 린더의 장점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집순이 컨셉, 치팅데이 컨셉의 콘텐츠였다. (탐색하기 UI가 바뀌면서 현재 앱 상에서는 볼 수 없다..!)
집순이 페르소나에 맞추어, 그들이 좋아할 만한 배달 앱 할인 일정, 방송 일정, 편의점 할인 일정 등을 모아 한 편의 이야기처럼 내용을 구성했다.
이러한 컨셉의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고 나니, 린더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 같아 질적으로 좀 더 만족스러웠다. 다른 팀원분들께서도 그 전보다 훨씬 재밌는 콘텐츠라며 좋은 평가를 해 주셨다.
이후로, 특정 페르소나 컨셉이 아니더라도 어떤 주제에 대해 콘텐츠를 만들고자 할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특별하게 전달이 될까 고민하는 작업을 계속해보았다. 단순히 일정을 소개하는 것이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찾아보고, 고민했다.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일정에 대한 콘텐츠를 기획할 때, 단순히 전시회 및 축제 일정들을 소개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평범하게 풀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고민과 리서치를 거듭한 끝에 지하철 노선도와 전시회 일정을 결합하여 ‘인생샷 지하철 로드’라는 컨셉을 선택했다. 지하철 노선별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일정을 정리한 컨셉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컨셉이지만 이 컨셉까지 생각하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턴 생활 막바지 즈음, 탐색하기 UI가 새롭게 바뀌었다. 그전과는 달리 웹뷰로 바뀌면서 탐색하기 탭 내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다. 좀 더 빨리 바뀌었으면 더 많은 시도를 해보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지만 콘텐츠 자체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만족도는 꽤 올라갔다.
어느새 인턴 생활도 한 달을 훌쩍 넘겼고, 내가 만든 콘텐츠도 어느덧 10개를 넘겼다. 히든트랙에, 그리고 린더에 녹아 들어가고 있는 동시에 인턴 생활의 끝도 보이고 있는 시점이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빨리 가고 있었고, 그만큼 아쉬움도 커지고 있었다. 남아 있는 일정 동안 어떻게 해서든 최선을 다해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