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트랙에 감사하며.
7월 1일에 입사를 해서, 9월 20일에 정식으로 퇴사를 했다. 원래는 8월 9일까지 근무하는 6주 프로그램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회사로부터 계약 연장 제안을 받았고 약 한 달 근무를 더 진행했다. 사실 학업이라는 큰 장애물(?)이 없었더라면, 지금도 히든트랙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봤을 때, 계속 근무하는 것은 여러 리스크가 있었기에 정말 아쉽게도 다시 대학생의 본분으로 돌아왔다. 치열하고 정신없었던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요즘, 히든트랙에서의 경험이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나의 첫 회사로 히든트랙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회사 분위기도 좋으면서, 직원 분들도 다 너무 좋으셨고, 내가 좋아하는 일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히든트랙 덕분에 스타트업에 대한 나의 관심은 그 전보다 더 높아졌다. 막연히 가졌던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히든트랙은 꽤 만족스럽게 충족시켜 주었다.
어떤 점이 가장 좋았냐, 물어본다면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었다. ‘사람이 장점’이라 하면 굳이 스타트업의 장점은 아니지 않냐,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히든트랙의 팀원 분들은 모두 스타트업의 좋은 문화를 존중하고 계셨고, 이를 잘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셨고, 팀원 서로서로를 존중하셨고, 함께 일하는 것을 즐거워하셨다.(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그러다 보니 회사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듯했다.
히든트랙의 모든 팀원 분들은 나를 진심으로 환영해 주셨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다. 단지 2개월 머물렀다 가는 인턴일 뿐이었음에도, “인턴이니까 어쩌구 저쩌구~” 이런 것이 전혀 없었다. 아낌없이 조언해주시고 존중해주시는 팀원 분들 덕분에 나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현재 속해 있는 네트워크에서 ‘살롱 프로젝트’를 기획해보려 했던 적이 있는데, 이때 함께 도와 주실 연사에 대해서 고민을 할 시점에 나는 히든트랙의 팀원 분들을 생각했다. 어떤 분을 모셔와도 그분들 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공유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다른 방향으로 기획이 되어서 내가 생각했던 그림을 그릴 수는 없게 되어 매우 아쉽다. 또 기회가 생긴다면...!
히든트랙의 문화는 내가 회사를 좋아한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내가 좋아했던 회사의 문화는: 자율 출퇴근 제도, 월간 회고, 컬쳐 데이, 간식 제공(ㅋㅋㅋ), 닉네임 사용(‘님’ 자도 쓰지 않았다.)!
아 그리고, 히든트랙은 아이가 있으신 팀원 분들을 적극 존중한다. 회사에 아이를 데려와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일찍 퇴근을 해도, 아이 때문에 늦게 출근을 해도, 존중하는 회사다.
히든트랙이 운영하는 린더는 내가 일할 때와 비교해서 꽤 많이 바뀌었다. 일단 린더 2.0이 탄생했다. 기존과 비교해서 캘린더 탭 UI도 바뀌었고, 커뮤니티 기능도 도입되었다. 인기 있는 일정들 마다 사용자들이 달아 놓은 댓글들을 보면, 생기가 도는 린더의 모습에 저절로 뿌듯해진다. 들어보니 커뮤니티 기능의 도입으로 더 다양하고 재밌는 시도들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또 어떤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를 놀라게 할지…!
내가 맡았던 탐색하기 탭도, 내 뒤를 이은 멋진 분이 열심히 꾸며주시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해서 나도 린더에 자주 접속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린더가 2019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에 선정되었다! 회사 팀원 분들이 모두 다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달려온 결과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너무나 좋은 분들이 함께 모여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이것이 또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회사에 몸담고 있었을 때는 마냥 행복하지만 한 것은 아니었는데(당연히 스트레스도 받았다!), 시간이 흐르고 지나고 보니 참 좋은 시간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SNS를 통해 팀원 분들의 소식을 전해보곤 하는데 여전히 반갑고, 회사에서 팀원 분들끼리 함께한 게시물을 보면 ‘재밌겠다~’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히든트랙과 함께한 여름이 지금도 계속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 경험이 나에겐 꽤 좋은 경험으로 남았나 보다. ‘일정’이라는 무형의 데이터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모여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한 때 나도 이 조직에 함께 했었다는 사실에 한없이 감사해진다.
히든트랙에서의 경험이 마치 나를 더 좋은 기회로 끌고 가줄 것만 같다. 이것이 나 혼자만의 환상이고 이상일지라도, 이 느낌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