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raid, Begin.
약 두 시간 거리의 중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돌아보니 생각보다 무척 더웠던 기억이 난다. 작년 9월 기준으로 한국도 여름이 아직 물러가지 않았을 시기였지만, 상해가 한국보다 남쪽에 위치한 탓인지 정말 더웠다(상해는 제주도보다도 꽤 밑에 위치해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한국에선 이제야 여름이 가나 싶었는데, 다시 여름을 시작하는 것만 같은 느낌.. 썩 좋지만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한자다. 나는 여름 방학 동안 나름대로 중국행 준비를 해보겠다고 중국어 공부를 바짝 시도해보긴 했었으나 사람 일이 생각보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엔 소위 말하는 벼락치기마저도 못하고 그냥 비행기에 내 몸을 실어야만 했다. 외국에서 정말 살아 나가야 된다는 걱정만 한 가득하느라 정작 실질적인 준비는 못한 것이다. 어찌어찌 상해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속으로 막막하다는 말밖엔 못 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지. 기숙사에 짐을 대충 풀고 기숙사 주변에 있는 식당을 돌아보다가 그나마 깔끔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식당들이 대부분 깨끗하지 않아 보여서 그마저도 굉장한 고민 끝에 들어간 곳이었다). 그런데 식당에 들어가니 나를 반기는 것은, 한자로만 조합된 메뉴판이었다. 관광객이란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의 로컬 식당이라, 영어로 쓰여 있는 건 꿈도 꿀 수 없고 주인 분마저도 영어는 쓰지 못하셨다. 아무리 못 알아듣는 표정을 지어도 계속 중국어를 내 얼굴을 향해 쏘셨다. 한 없이 무능력해졌던 그때의 내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나마 아는 한자를 조합해 겨우 시킨 면은 다행히도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들린 마트에서 각종 필요한 생활 용품을 사면서 내가 여기서 살아야 하는구나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자취를 해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이제 진짜 실전이었다. 그것도 중국에서.
외국에 나가서 여행하는 것과 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산다는 것은, 나의 체온을 책임져줄 ‘의’와, 맛집만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식’과, 나 스스로 터전을 만들어나가는 ‘주’가 기본이 되어 그 외 통신 수단, 은행 거래 수단, 학교생활 등을 포함하여 나의 일상생활을 채워 나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외국에서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기본적으로 ‘언어’가 중요할 텐데, 나는 이 부분에서부터 두려움과 고난의 시작이었다. 아무리 중국어 공부를 하긴 했어도 현지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말을 직접 하는 것은 한국에서 회화 시간에 떠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나는 중국에 왔는데! 간판을 못 읽어도, 메뉴판을 못 읽어도, 주문을 못해도, 입이 안 떨어져도, 포근한 나의 집은 없어도 어쨌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겠지. 어떤 일이든 처음은 두렵지만, 설레기도 한다. 매일이 두려움의 연속일지라도 언젠가 이 날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날까지. 한 번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