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중국어 챌린지: 너, 중국어 할 줄 아니?

Chinese Challenge.

by INGDI 잉디

는 중어중문학과 학생이다. 그런데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백 번 얘기하지만, 중문과 학생이라고 해서 중국어를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물론,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들이나, 특기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 재외국민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 등 중국어 능력자들도 많고, 그 비율도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처럼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반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나 같은 학생들이 어문계열 학과를 들어오면 아무래도 학과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오기 전 나는,

HSK(중국어 어학 시험) 3급과 4급 공부를 중도 포기했다.

HSK를 포기하고 회화에 집중하고자 했으나 복습 시간이 부족했다.


언어 공부의 뻔하지만 어려운 공식.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들여다보고 반복해서 언어를 익숙하게 만들자!

당연하고 뻔한 것이 더 어렵다. 나는 배운 것이 있으면 그 날만 보고 끝내고, 중도 포기를 하기까지 하는 아주 나쁜 공부 방식을 가지고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가 자초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 실력으로 수업을 들을 수나 있을지..


나는 상해의 복단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 복단대학교에서 4개의 어학 수업을 열어주었는데, 수준별로 나누어 회화, 독해, 작문, HSK 수업을 수강했다. 회화, 독해, 작문 같은 경우는 내 실력에 맞게 하(下) 반으로 모두 들어갔다. 그런데 HSK 수업은 학교에서 5급과 6급만 열어놓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해버리고 말았다. 회화, 독해, 작문 실력이 모두 하(下)인데, 나보고 HSK5급을 들으라고..? 하지만 시스템 상 어학 수업 4개는 필수로 들어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HSK 5급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HSK에 대해서 잠깐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HSK는 중국어 어학 시험으로, 1급부터 6급까지 나누어져 있으며 숫자가 높아질수록 어려워진다. 보통 3급부터 많이 시작하는데, 3급은 어휘량이 600 단어 이상, 4급은 1,200 단어 이상, 5급은 2,500 단어 이상, 6급은 5,000 단어 이상으로 급수가 올라갈수록 알아야 할 어휘량이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간다. 단어 수준, 본문 길이도 두 배 이상이다. 3, 4급도 하다가 포기한 사람에게 중국인 교수님께 중국어로 5급을 배우라고 한다니.. 아주 미칠 노릇이었다.

HSK 수업에 처음 들어갔을 때, 교수님께서 본문을 읽어보라고 시키셨던 기억이 난다. 읽다가 멈추다 읽다가 멈추다를 반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읽으려고 하면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와서 읽을 수가 없었다.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하니 해석도 힘들고, 해석이 안되니 문제를 풀 수도 없었다. 교수님은 계속 설명을 하시지만 나는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주황색 반, 흰색 반.

회화, 독해, 작문 수업의 경우 수업 수준도 상대적으로 낮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비교적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물론 이 수업들에서도 끊임없이 핸드폰 사전을 이용해야만 했고, 설명도 모두 중국어라 마냥 쉬웠던 것을 아니지만 그래도 HSK와 비교하면 마음이 편했다.

HSK 수업은 매 수업마다 가기가 정말 싫었다. 문제 풀이 수업이다 보니 문제를 푸는 맛이 있어야 되는데 수업에 가면 내가 모르는 수두룩한 단어들만 찾다가 끝나는 기분이었다. 혼자 공부할 때, 초반에는 단어 찾고 해석하고 문제 풀다 보면 한 지문당 1-2시간은 기본으로 걸렸다.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고, 의욕은 의욕대로 떨어졌다.

매 선지마다 모르는 단어가 있었던 듣기 파트.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많고 어려운 단어들을 계속 찾고 또 찾고 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단어들이 생겼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보다 찾는 단어 수도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물론 그래도 많았다). 단어를 알기 시작하니까 문제도 조금씩 풀어 나갈 수 있었고, 처음에는 해석조차 힘들었던 문장들이 읽히기 시작하니까 재미도 조금씩 붙일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것이, 내가 한국에서 그렇게 하기도 싫어했고 어려워했던 3급과 4급이 5급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포기했었던 교재들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미소가 절로 났다. 사람이 어려운 공부를 해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다.


눈에 띄게 줄어든 모르는 단어들.

수준에 맞지도 않는 수업을 억지로 듣는 것이었을지라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지라도, 일단 포기하지 않았다. 사실 교환학생 와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도 수십 번도 더 들었었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매일 새벽 늦게까지 공부하고 지쳐 잠들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 억지로라도 단어 찾고 외우고 문제 풀어보고 했던 과정들이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다. 솔직히 회화 같은 경우는 아무리 현지에 있더라도 거주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HSK공부를 함으로써 내가 읽을 수 있는 한자가 많이 늘었다. 독해 실력도 저절로 올랐다. 덕분에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HSK 5급 공부를 마저 하고 있으며, 다음 달에 시험을 치를 예정에 있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장족의 발전이다.


지금도 아직 갈 길은 멀고도 멀다. 언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워낙 많기 때문에 전공생으로서 위기감도 들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길이 조금은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나를 다독여 주고 있다. 언어라는 것이 초보자의 입장에선 어려운 것이 당연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다. 그렇지만 반복과 노력,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당연한 것이 더 어려운 법!). 반복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중도 포기하고도 4개월 만에 5급을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된 나처럼, 가능성은 얼마든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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