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1편.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중국에 대한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단연 ‘배달 문화’를 꼽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음식이나 각종 물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잘 되어 있듯이, 중국도 배달 서비스가 기가 막히게 정착되어 있다. 중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중국이 배달 문화가 잘 되어 있다고?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장점이 정말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배달 서비스를 정말 많이 이용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음식 배달 이외에는 배달 및 택배 서비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오히려 사고 싶은 물건이 너무 많아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었던 중국의 배달 문화에 대해서 파헤쳐보자!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
타오바오는 중국 최대 기업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 마켓으로, 미국의 아마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중국에 잠깐이라도 거주했거나 현재 살고 있다거나 한다면 100% 타오바오를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잘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내 주변 친구들만 봐도 수업 쉬는 시간에 보면 열에 아홉은 타오바오를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인터넷 쇼핑을 즐겨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초반에는 친구들이 타오바오를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가 뒤늦게 빠져 버려 너무 아쉽기만 했다. 타오바오는 광군절이라고 불리는 11월 11일과 쌍 12절이라고 불리는 12월 12일에 대폭 할인 행사를 하는데, 2018년 광군절 기준으로 그 날 하루에만 무려 35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어마어마한 매출의 규모를 자랑한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타오바오에 열광하는 것인지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보겠다.
매우 싼 가격, 빠른 배송
내가 생각하기에 타오바오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가격이 비싸면 망설여지기 마련인데, 가격이 싸니까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싼 것일까! 다음은 내가 타오바오로 산 물건들의 일부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매우 싼 가격들이다. 노트북 파우치의 경우 한국에서 약 3만 원 정도의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귀걸이를 2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핸드폰 케이스를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28인치 캐리어를 20,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각종 요리 도구들을 3,000~5,000원의 가격에, 네일 아트 도구 풀세트를 30,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등등 저렴한 가격들이 우리의 소비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였다. 타오바오는 다양한 쇼핑몰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잘 찾아보면 같은 제품 중에서도 더 싼 제품들을 찾을 수 있어 안 그래도 싼 것을 더 싸게 살 수 있기도 하다.
배송지 기준으로 판매지가 멀지 않으면 하루 이틀이면 배송이 오고, 멀 경우에는 며칠이 더 소요된다. 중국 대륙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매우 빠른 시간이다.
괜찮은 품질(높다고 보장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격이 저렇게나 싼데, 그렇다면 품질은 믿을 만한 것일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듯이, 싼 만큼 별로인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산 제품들의 경우에는 모두 대성공이었다.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물건들을 살 수 있는지 놀랄 정도다. 나도 사기 전에는 어차피 싸니까 별로면 몇 번 쓰고 버려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다 너무 괜찮아서 한국에서도 아주 잘 쓰고 있다. 몇 번 주문을 해보고 모두 만족스럽게 쓸 수 있었다 보니 그 이후에는 믿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김치를 항상 주문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심지어 한국에서 먹었던 김치보다 더 맛있었다...
다만 고가의 제품들이나 옷, 기기 등등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 정말 많은 물건들이 있는 만큼 짝퉁도 많고, 옷이나 기계 같은 종류는 잘 보고 사야 하기 때문에 그냥 후기만 봐서는 100% 확신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서 옷을 사 본 친구들 중에는 몇몇 실패 사례들이 있었다.
판매자와의 실시간 채팅 서비스
타오바오에는 아리왕왕(阿里旺旺)이라는 전용 메신저 서비스가 있다. 이는 판매자와 실시간으로 채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상품에 대한 문의나 교환, 환불, 배송 문제 등등 소비자가 필요한 점들을 채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나는 타오바오로 노트북 파우치를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혹시나 몰라서 한 치수 큰 사이즈를 주문했다가 너무 큰 것이 와버렸었다. 그냥 사용하자니 내가 들고 다니기에 생각보다 너무 크기도 하고, 노트북은 딱 맞게 넣어 다니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어서 교환을 결심했다. 결심을 하는 것은 좋은데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판매자와 중국어로 대화를 해야 했다. 되지도 않는 중국어로 판매자와 채팅을 시도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채팅을 보내면 바로바로 읽고 판매자 측에서 답장을 해주었다. 판매자의 답장과 내가 할 말을 번역하느라 채팅창과 번역기를 몇 번을 반복해서 봤는지... 판매자와 채팅을 하며 느꼈던 점은 판매자 쪽에서 내 교환 문제에 대해서 정말 친절하게 답변을 해 준 것이다. 다음은 그때 채팅 대화 내용의 일부이다.
직접 내 노트북 기종까지 찾아봐주며 내 노트북에 딱 맞는 파우치를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다. 교환을 하려면 내가 원래 받았던 제품을 다시 판매자 쪽으로 직접 반송을 해야 했는데, 한국에서도 안 해본 반송을 중국에 와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나에겐 나름 특별한 경험이었다. 덕분에 딱 맞는 노트북 파우치를 다시 받아서 지금도 파우치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나와 같은 문제들 이외에도, 제품이 너무 오지 않을 경우 이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여 판매자에게 독촉을 하면 금방 배송 온다고 한다. 독촉 기능까지 완비!
물론 타오바오를 사용하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주소지를 정확히 내 기숙사로 적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장소로 갖다 놓는 경우가 꽤 여러 번이었다. 학교에서 택배를 받을 수 있는 곳에 갖다 놓아서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갔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옆 기숙사에 갖다 놓은 적도 많았다. 택배량이 워낙 많다 보니, 근방 지역의 택배들을 한 곳에 몰아 보내 놓는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찾으러 나가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기숙사에 맞게 도착하면 그게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내 쇼핑력은 다시 줄어들었다. 이상하게 한국에서 인터넷 쇼핑을 하려고 하면 타오바오만큼의 재미가 안 생긴다.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구나 하며 놀라기도 하고, 믿을 수 없는 가격에 놀라기도 하고, 친구들과 가격 비교를 하는 재미도 있었고, 11월 11일이나 12월 12일엔 하루 종일 타오바오를 들여다보며 실컷 쇼핑을 하는 등 교환 생활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추가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 그 물건의 사진을 찍으면 타오바오가 비슷한 제품을 찾아주기도 한다. 친구들끼리 서로의 옷을 찍어서 타오바오에 올려본 적도 있다.
모두 중국어로 적혀 있다 보니까 나는 모든 메뉴들을 해석하지는 못하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말들만 알아보고 쇼핑을 했는데,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에 의하면 알고 보면 더 재밌는 기능들이 많다고 한다. 포인트를 쌓으면 홍바오(红包,붉은 봉투/돈 봉투)가 들어온다는 둥.. 다음에 또 중국에 갈 일이 생기면, 그때는 더 적극적으로 즐겨보려고 한다! 요즘 한국에서도 타오바오를 이용해 직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데 아무래도 중국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물건을 사는 게 더 재밌지 않나 생각이 든다.
타오바오 지옥에 모두 빠져버린 우리들의,
"언니. 이건 사야 해."
"빨리 그 QR코드 좀 보내봐"(제품들마다 QR코드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
이런 대화가 오갔던 생활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