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넌큘러스와 함께한 앙금플라워 컵케이크
라넌큘러스는 마치 장미의 사촌처럼 화려하고 고혹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꽃이다.
겹겹이 쌓인 꽃잎을 앙금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 좀 막막했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웅웅거렸다.
라넌큘러스도 종류에 따라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선생님마다 이 꽃을 해석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나에게는 우리 선생님만의 방식이 특별히 더 마음에 들었다. 그 섬세함과 우아함을 잘 배우고 싶었다.
오늘은 익숙했던 1호 폼 대신 귀여운 컵케이크 위에 앙금 꽃을 피워보기로 했다.
홀 케이크도 멋지지만, 컵케이크는 더 아기자기하고, 뭐랄까... 손으로 쏙 들어오는 그 매력이 있다.
게다가 간편하게 먹기도 좋으니, 이건 말 그대로 완벽한 선택이다.
문제는 크기다. 컵케이크에 올리려면 꽃을 작고 섬세하게 짜야했다.
기둥을 단단하게 짜주고 빙그르르-빙그르르-두 바퀴 빙그르르 르르르
겹겹이 쌓인 꽃잎은 얇게 여러 겹 짜주는 게 포인트라고 하시며 슈욱-슈욱-슈우욱-
왼손과 오른손이 박자를 맞춰가며 돌면서 짜지는 꽃은 어느새 우아한 라넌큘러스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
하지만 내 손은 꼭 고장 난 시계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꽃잎은 삐뚤빼뚤했고, 봉오리는 픽 하고 무너졌다.
삼각김밥 같은 꽃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연습만이 답이라 했다.
나는 찌그러진 꽃이 둥글게 완성될 때까지 끈질기게 연습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나의 첫 라넌큘러스와 선생님의 라넌큘러스를 나란히 두고 사진을 찍었다.
서툰 시작에도 불구하고, 장미와 라넌큘러스를 조화롭게 어레인지하니 나만의 컵케이크가 탄생했다.
빈티지 접시에 플레이팅 한 컵케이크는 더욱더 은은하고 화사한 분위기를 풍겼다.
리본으로 마무리한 투명 박스 속 컵케이크는,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도 특별해 보였다.
이 정성이 고마운 친구에게 작은 행복으로 전해지기를 바라며,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제, 다음 꽃은 또 어떤 도전이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