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순간이 예쁘게 기억된다
‘떡케이크’라는 단어에는 익숙한 온기가 묻어 있다.
누군가는 환갑을, 누군가는 칠순을 떠올리며,
인생의 굵직한 자리마다 떠오르는 존재.
며칠 전, 주문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젊은 남성의 목소리다.
“여자친구 생일 케이크 주문하려고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센스있는 젊은이의 선택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원하시는 디자인 보신 게 있으실까요?"
처음 주문을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고 있어
일단 사이즈 먼저 고르시고,
원하는 디자인 사진을 고르시고,
컬러를 바꾸고 싶으신지 살펴보시라고 하였다.
디자인은 케이크 하판에 꽃이 추가된 풍성한 스타일을 원하셨고
다음 컬러 선택에서 멈추었다.
"레드로 할까요?"
"아.. 여자친구분이 강렬한 레드를 좋아하실까요? 좋아하시는 컬러로 말씀해 주셔도 변경 제작 가능합니다~"
살짝 뜸을 들이시는거 보니 좋아하는 컬러를 확실히 모른다 :)
“젊은 분들은 레드보다는 부드러운 핑크를 더 많이 선호하세요.
은은한 톤으로 가면 감성도 살고, 사진도 더 예쁘게 나와요.”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아 그러면 핑크로 할게요!”
시원한 결정이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갈 꽃을 하나씩 짜면서 생각했다.
이 주문은 예쁜 케이크를 만드는 일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세심하게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특별한 기념일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주문한 케이크이기에
진심을 다해
앞으로의 두분의 꽃길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하판의 꽃 개수보다 훨씬 더 많이 올려서
풍성한 웨딩 느낌이 되었다.
이참에 결혼까지 하시면 좋겠다는 나만의 상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