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독감

소아과 풍경

by 문영

아이가 독감에 걸렸다.


5년 전에 아이가 다녔던 단지 앞 유치원이 문을 닫았다. 몇 년을 그냥 비어 있다가 최근, 소아과가 들어왔다. 365일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평일엔 밤 열 시까지 진료를 한다. 오늘 처음 그 병원에 왔다.


마치 그동안 병원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았다는 듯이 이 병원은 인산인해였다. 아침 9시에 진료 접수를 했는데 오후 네 시에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집 앞이고 순서 알림이 떠서 망정이지 그냥 마냥 기다리라고 했으면 진료를 포기했을 것이다.





나도 계속 기침이 나왔다. 이제 거의 만성 같은데 남편 성화에 못 이겨 진료 접수를 했다. 소아과인데 어른들도 봐주신다.


내 이름 밑에 아이 이름도 썼다. 가족이면 묶어 달란다.


"저희 따로 들어갈 건데요?"

"어머니 아니세요?"

"맞는데 애가 같이 들어가는 거 싫어해요. 중학생이라서요."

"아, 그럴 수 있죠.ㅎㅎ"


우리 대화를 들은 몇몇 보호자가 웃는다. 난 진지하다고. 애기가 싫어한단 말이다.




우리는 결국 같이 들어갔다. 순서도 상관없다. 내 이름부터 썼는데 아이 이름부터 부르신다. 소아과여서 그런가 보다.


아이는 내 앞에서 엉덩이 주사도 맞았다. 일부러 보지 않았다. 독감 때문에 많이 아픈가... 성질도 내지 않는다. 짠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만 양성을 받았다. 내가 내일 맡은 일들은 다 할 수 있겠구나. 씁쓸한 안도감을 느꼈다. 얼김에 나도 쉬고 싶었다.


타미플루 대신 주사 치료가 있단다. 한 번 맞음 안 아프단다. 실비 청구가 된대서 그걸로 신청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이는 수액을 맞는 중이다.


"수액 다 맞고 집에 올 수 있지? 엄만 약국 갔다가 올라갈게."

"응"


말은 이렇게 했는데 발이 안 떨어져서 다시 대기 소파에 앉았다. 많이 아플 텐데,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있어 줘야지.


"엄마 요 앞에 앉아 있으니까 다 맞고 같이 가자. 필요함 부르고."

"응"




아이 손 붙잡고 참 많이도 다녔던 소아과에 몇 년 만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중이다. 온 동네 아기들이 다 모여서 우는 듯하다. 소리에 기가 빨리는데 고갤 들어 보니 아기 한 명 한 명이 다 짠하고 사랑스럽다. 부모는 또 얼마나 애가 탈까.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고 멀미가 나고 몽롱하다. 지금 다시 검사받으면 독감 양성이 나올라나. 아닐 거다. 예전에 내가 경험한 독감은 상상 그 이상으로 아팠다.


아이는 수액을 맞으며 자는 중이다. 푹 쉬고 덜 아프길 바란다. 훌훌 털어내고 즐거운 연말을 보내 보자꾸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네가 없는 세상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