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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에 당첨됐습니다.

by 문영

5월 가정의 달.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없이 보내기 참 힘든 경조사의 달이었다.


어버이날, 남편과 반반 부담하여 적은 금액이나마 양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


엄마 생신, 남편은 식사대접을, 나는 엄마 용돈과 케이크를 담당했다. 그렇게 텅텅 비어 가는 통장과 쌓여 가는 카드값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 노트북이 고장 났다. 아예 모니터가 켜지지 않는다. 절망스러웠다. 우선 아이 과제를 위해 내 노트북을 빌려주었다.


친한 동생에게 투덜투덜, 답답함을 호소했다. 능력이 없어서 아내. 엄마, 며느리, 딸 노릇이 참 어렵다 생각했다. 장도 두 번이나 만만치 않은 금액만큼 봤는데 쌀도 떨어졌다.


가뜩이나 번아웃인데 정말 절망적이었다. 나 뭐가 잘못일까. 능력을 모른 척하고 욕심껏 살아서인가.

그런데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이 무기력은 어찌한단 말인가.

갑작스러운 동생의 선물에 머리가 띵 했다. 나 이걸 받을 자격이 있던가. 긍정적인 영향은커녕 만날 투덜거리던 못난 언니였다.

베풂. 결국 마음이다. 이 친구라고 삶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애 셋 키우는 워킹맘이다. 급 부끄러워졌다. 나는 왜 마음을 크게 먹질 못하고 투덜거렸던가.

감사히 받고 진짜 이마트에서 쌀을 샀다. 잘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받은 사랑 갚으며. 번아웃에서 허우적거리지도 못하겠다. 나를 아끼고 챙기는 많은 이들이 있다.


아이의 노트북은 다행히 수리가 되었다. 액정을 갈고 무려 이십만 원을 결제했다. 아들은 자기의 실수라며 흔쾌히 수리비 반을 내놨다.


나를 둘러싼 모두가 마음이 부자다. 나만 강퍅했다.

여전히 기운이 없어 힘이 들지만 무언가 채워진 느낌이다.


정말 사랑이라는 로또에 당첨 됐다. 사랑이 듬뿍 채워졌다. 다시 힘을 내야겠다. 결국 결론은 나아가는 것뿐이다. 현실적으로 멈출 수 없다면 나는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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