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by 문영

친구는 자초지종을 묻지 않았다. 당장 그곳을 그만두라 했다. 어딘가에 투고라도 하라고 했다. 대통령실에 하소연해 보라고도 했다. 사안을 정리해서 자기에게 보내 주면 자기가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을 청해 보겠다 했다.


고마웠다.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나를 믿어줌을.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교사가 온전히 가르치기 힘든 세상이라고 분통 터뜨리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눌러담고 애써 버티는 중이었다. 내가 흔들리고 중심을 잃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무너지면 큰일 날 것 같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버티면서 그때 그때 주어진 일을 하고 있었다.


졸업생이 찾아와도 마냥 반갑지 않았다. 이 아이는 무슨 이야길 들었을까.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진실을 알까.


부끄럽지 않게 학생들 앞에 바로 서기 위해 애써 왔다. 교사로서 나의 신념은 그뿐이었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서 있는 것.


그러나 내가 주인공인 소문이 무성한 지금, 나는 여전히 부끄럽지 않지만, 소문에 무감하지도 않다. 나는 왜 거짓인 채 떠도는 소문의 주연이 되어야 하는가.


하루하루가 버겁고 힘들다. 교사로서 가르쳤을 뿐인데 잘못을 잘못이라고 알려줬을 뿐인데, 너의 잘못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줬을 뿐인데, 그들은 들고일어섰다.


그리고 우리는 대응해야 한다.


접점이 없다. 그저 나아갈 뿐이다.


괜찮은 척 흔들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미 마음은 수백 번 흔들리다 못해 갈기갈기 조각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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