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교사라서

다시 시작

by 문영

“부장님~ 안녕하세요.”

“오, 희유샘 수업이야?”

“네~”

“희유샘 학교 오면 기분 좋은가 봐?”

“그럼요~ 신나요.”


전업주부 오 년의 생활을 끝으로 희유는 계약직 교사로 취직했다. 그리 내세울 만한 조건이 없는 상태에서 5년의 경력 단절은 꽤 컸고, 희유를 면접에 불러 준 학교는 단 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희유는 학교 폭력 담당 교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선생님~ 시간 있으세요?”

“응. 왜?”


희유는 중앙 테이블에 앉았다. 민희는 밥도 먹지 않고 곧장 온 듯하다.


“선생님, 윤석이가 춤추며 랩을 해요. 근데 그 랩이 다 패드립이고 욕설이에요. 도저히 못 들어주겠어요.”


윤석이가 교사들 앞과 뒤에서 행동이 다르다는 것은 학생부 선생님들이 모두 눈치채고 있던 바였다. 아이들 몇몇이 불편함을 호소했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신고가 들어오긴 처음이었다.

“민희야 진술서 쓸 수 있어?”

“네, 근데 비밀 보장 가능해요?”

“가능하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


희유는 진술서를 받고 교육청에 학폭 신고를 하고 부장과 의논을 했다. 그 반 남학생들부터 다시 만나보기로 했다. 방과 후, 희유는 윤석이네 반 남학생 세 명을 먼저 만났다. 모두 윤석이랑 친한 아이들이었다.

“오늘 점심시간에 너희 뭐 했니?”

“저희요? 뭘 하긴요.”

“너희 4교시 뭐였어? 체육이었네?”

“네~ 체육 선생님 오늘 안 나오셔서 수학선생님이랑 저희 교실에서 그냥 자습하다가

일찍 끝내주셔서 급식실 가기 전에 놀았어요.”

“뭐 하고 놀았는데?”

“뭐, 춤추고, 노래하고.”

“텔레비전에 나 왔니? 왜 춤추고 노래 해?”

“네?”

“아냐. 그때 상황을 자세히 적어줘. 너희가 한 랩 내용도.”

“네?”

“너희 랩했다는 거 알고 있어, 그 가사 적으라고.”

“네?”

“신고가 들어와서 그래. 누가 무슨 랩을 어떻게 했는지, 너희는 어땠는지 다 적어 줘.”

희유는 짐짓 엄하게 진술서를 내밀었다. 허윤석, 어떤 욕을 하고 다니는 거니.

허윤석은 희유에게 참 싹싹한 학생이었다. 다시 시작하는 학교 생활에서 활력을 주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수업 태도도 좋고 질문도 잘하고 인사도 잘해서 눈이 가는 학생이었다. 그런 허윤석이 교사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말이 오가는 것이 희유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한 학기가 지나도록 아무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던 그저 착실한 학생이었다. 이번에 허윤석의 실체를 보게 될 듯하여 희유는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다 썼어요.”

“저희도요.”

“고생했다, 가 봐.”


아이들을 보내고 진술서를 찬찬히 읽어 봤다. 아이들의 욕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도대체 의미를 모르는 말도 있었다.


[니 *미는 **년~ 나는 그 속에서 나온 **놈 움치치~ *창 우리 모두 *창 우리반 모두 **년~ 여기 모두 **년 세상]


이게 뭐야? 희유는 아이들이 적어 놓은 랩에 어이가 없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은 이 랩 외에도 허윤석의 잘못을 낱낱이 적어놨다.

[엎드려 자고 있는데 머리를 세게 때리고 지나갔어요. 책상에 박아서 더 아팠어요.]

[지나가다 기분 나쁘면 책상을 발로 쾅 찬다. 책상 주인은 아무 말도 못한다.]

[선생님이나 친구들 욕을 시도때도 없이 한다. 동조 안 해 주면 매우 화를 낸다.]


희유는 학생부장에게 결제를 올렸고 학생 부장은 희유에게 바로 학교 폭력으로 접수하고 교육청에 신고하라고 지시했다. 희유는 늦게까지 자료 정리와 공문 작성을 했다.




다음 날, 친구들이 먼저 윤석에게 자백했다.


“국어탱이 다 안다고 윽박질러서, 나도 모르게 다 썼어.”
“누가 신고했대?”
“몰라. 그냥 국탱이 다 알더라고.”


윤석은 책상을 발로 차며 쌍욕을 내뱉었다.


“진짜 X같네! 내가 왜 다 얘기해야 돼?”


희유는 방과 후 학생부실로 윤석을 불러 면담했다.


“10월 15일, 급식시간에 네가 욕 섞어 랩을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어. 구체적으로 적어야 해.”
“왜요?”
“학교폭력심의가 열릴 거야. 어제 어머니께도 연락했는데 안 받으셨더라.”


윤석은 씩씩거리며 친구들 고발문을 쓰듯 기록했다. 그러나 자신의 랩은 일부러 빠뜨렸다.


“다 같이 한 거 맞아?”
“네.”
“그럼 네가 한 랩도 적어. 안 그러면 집에 못 가.”


한 시간여, 희유는 윤석을 압박했고, 윤석은 억지로라도 기록했다.


"됐어요?"

"너 잘못한 건 아니?"

"그럼요."


하지만 말끝에는 장난스러운 웃음과 태연함이 묻어났다.




“박 선생, 윤석이 부모에게 연락 없이 진행했어?”
“네… 오늘 다시 전화하려고 했어요.”
“학부모가 보호자 동의 없이 진술 받았다고 경찰 신고하겠다고 난리예요.”


희유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신고? 진술서만 받았는데? 부장은 냉정하게 말했다.


“앞으로 진술서 받을 땐 보호자 안내를 반드시 하고, 절차도 교육해. 이번엔 내가 학부모와 이야기해볼게.”

"네, 죄송합니다."


희유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반으로 향했다. 윤석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 장난스러운 미소까지 보였다. 교사로서의 긴장감, 혼란, 그리고 학생이 가진 두 얼굴의 공포가 그녀를 짓눌렀다.

수업 내내, 희유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이 아이, 진짜 나를 시험하는 건가…?’




연재 일을 놓치고 하루 늦은 점, 죄송합니다.

이 이야기는 순수 창작물이며,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