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교사라서

울고 싶은 날

by 문영

희유가 수업을 마치고 학생부실에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말소리가 나왔다.

“일 시끄럽게 만들지 마. 그쪽이 박 선생이 계약직인 거 아는 눈치야.”

“아니, 뭘 잘못해서 박 선생을 그만두게 합니까?”

“진술서가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쓰게 했다잖아. 다행이지. 박 선생이 기간제니까 그냥 계약 해지하면 그쪽도 이의 제기 안 할 거야.”

“아니, 교감 선생님. 애들 진술이 있는데 다르면 추궁할 수 있죠.”


희유의 가슴이 다시 쿵쾅거렸다. 내가 뭘 잘못했단 말인가.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박 선생 안 들어가고 뭐 해?”

“아, 아니에요. 들어가야죠.”


희유 옆자리에 앉는 고 선생이 실 앞에 있는 희유에게 말을 걸고 앞장섰다. 희유는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 교감은 희유를 힐끗 보더니 부장에게 자기 뜻을 주지 시키고 나간다.

“남 부장, 잘 처리해. 수고들 하시오.”

“네, 들어가세요.”


자리에 앉는 희유의 얼굴이 벌겋다. 부장은 지금 “네”라고 대답했다. 이건 희유를 내보낸다는 뜻인가. 희유가 앉아서 다시 어제 일을 되짚어봤다. 아이의 뻔뻔함에 화가 났었다. 그렇다고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은 듯하다.


따르릉

“네, 학생부 박희유입니다.”

“선생님이 학폭 담당이에요? 나 허윤석 엄마예요.”

“네.”

“지금 윤석이가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아세요?”

“네?”

“아니, 고2가 애들하고 스트레스 풀려고 랩 좀 한 거 갖고 잡아다 혼을 내요? 학교는 그런 곳이에요?”

“그게 아니라, 어머니. 그 랩이 전부 패드립….”

“원래 랩이 그렇지, 아니 나보다 젊은 양반이 왜 이렇게 고지식하고 몰상식해? 애 어제 학원도 못 갔어. 부모한테 연락도 없이 그렇게 진행하는 게 맞아요?”

“제가 연락을 못 드린 건 죄송하지만”

“됐고, 죄송한 거 알았음 그냥 없던 일로 해요. 학폭 넘기면 나 가만 안 있어요.”

“아니, 어머니 이건 정식으로 신고가”

“애가 반에 있기 싫어서 내려간 건데, 선생님이 진술서 쓰라고 했다면서요?”

“네?”

“내가 다 알아봤어. 그러니까 일 키우지 마요. 무슨 말인지 알 거 아냐.”


뚝...

윤석이 어머니의 전화였다. 검사인 그녀는 조용히 협박을 흘렸다. “없던 일로 하자”라고. 아이가 중요한 시기라며, 학폭으로 기록되면 가만 안 있겠다고. 희유는 말을 잇지 못했다.

민희는 못 견디겠다고 내려왔고, 남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진술서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도, 희유는 시켜서 진술하게 만든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학생이 진술한 폭력은 순식간에 '랩 좀 한 거'로 바뀌고, 희유는 '계약직이니까 자르면 그만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윤석이 어머니예요?”

“네, 부장님.”

“힘들지? 그래서 절차가 그렇게 중요한 거야.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니까.”


눈물이 쏟아질 거 같은 희유의 눈을 본 남 부장도 착잡하다. 윤석 어머니는 이미 교감과 합의를 끝낸 듯했다. 그러면서 단도리를 하기 위해 희유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허윤석의 악명을 부장은 모르지 않았다. 공부 잘하고 무례하고 친구들을 부하 다루듯이 다루는 깡패였다. 머리 좋은 일진인 것이다. 문제는 그 부모였다. 어머니는 검사였고 아버지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을 하고 있었다. 때마다 발전기금을 내고 학교 일에 적극적이며 아들 자랑을 낙으로 삼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어머니도 검사여서 알 것이다. 이 일이 그냥 대충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것. 윤석의 잘못이 이것 하나가 아니라는 것. 초장에 잡지 않으면 아이들의 진술이 계속될 것이고 그러면 윤석은 목표하는 대학의 진학이 어려울 수 있다.

“박 선생”

“네.”

“어제 학폭 교육청 보고했지? 자료 정리 다 됐어?”

“네, 어제 것 기록은 다 해 놨어요.”

“잘했어.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합시다. 매집 좋은가?”

“물론이죠.”

“각오 단단히 하고 이거는 학교장 자체해결로 학폭위 진행합시다.”

“네, 부장님.”


남 부장은 교직 생활 30년이다. 한 번도 원칙에 어긋난 적이 없던 사람이다. 학부모가 뭐라 하든, 오로지 아이들만 본다. 이 상황에서 박 선생을 내보내고 없던 일로 하면 교육은 무너진다. 절차에 오류가 있었던 건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 하나뿐이다. 그게 박 선생의 실수였다고 해도 해직 사유가 되진 않는다. 고2가 진술서를 작성하기 전에 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희유가 받을 상처가 걱정이었다. 그러나 남 부장은 교육을 지키기로 했다.


희유는 남 부장의 말에 안도감을 느꼈다. 앞으로 자갈밭을 밟겠지만 적어도, 이 일로, 갑작스럽게 해고되진 않을 것이다. 희유는 남 부장과 함께 교단을 지키자고 다짐했다.



<그래도 교사라서>는 단편소설입니다. 인물의 이름과 사건은 실제와 무관함을 말씀드립니다. <<이별단상>> 이야기는 모두 소설입니다. 이별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의 모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