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주

부재

by 문영

어렸을 적, 걱정되거나 무서운 일이 있으면 난 꼭 오빠를 찾았다. 오빠의 무심한 듯한 "괜찮아." 그 한마디를 들으면 마음이 편했다.


정말 너무너무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우면 오빠를 빨리 만나야 했다. 그래야 어둠 속에서 상황이 읽혔다.


커서도 마찬가지였다.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복잡한 실타래도 오빠랑 얘길 나누면 차분하게 풀 수 있었다.


오빠가 없다. 내일 나는 경찰서를 가야 하는데, 고소를 당했는데 오빠가 없다. 지금까지 꿋꿋하게 잘 버텨왔다. 오빠는 없어도 남편이 있고 동료들이 있다. 하나님도 계신다.


그런데, 경찰 조사 하루 전날인 오늘, 오빠가 없다.

마음에 뚫린 구멍이 벌어졌다. 오빠가 있었으면 저 구멍이 채워졌을 텐데. 이 불안감이 좀 덜 했을 텐데. 오빠가 있었다면.


나는 오빠라는 우주에 찰싹 붙은 껌딱지였다.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다가 오빠가 사라지면서 급하게 세월을 따라잡고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오롯이, 어려움을 마주한다. 차마 부모님께는 말씀조차 드리지 못한, 나도 받아들이기 힘든 이 상황을 마주했다.


내게 힘을 주는 오빠가 아닌. 내가 힘을 줘야 하는 아이를 본다.


무엇도 충분하지 못한 부족하디 부족한 사람이지만 내가 키운 책임감이라는 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지 않았다. 부족할지언정 부끄럽지는 않다.


책임을 다할 것이다. 이제는 내가 우주여야 한다. 찬란하고 넉넉한 우주로 빛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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