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by 문영

너와 내가 카페 의자를 하나씩 들고 큰 불상이 있는 어떤 곳으로 놀러 갔어.
내 친한 지인과 그의 아이도 함께였지.


가는 길에 나는 남편과 아이를 불러 같이 움직였고,

우리는 앉겠다고 카페 의자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웃겨서 크게 웃었어.

그곳에서 피겨 스케이팅 시합을 봤어.

'아, 네가 꿈꾸던 피겨… 지금 그걸 보여주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

공연을 보며 어린 시절 너보다는 못하다고 느꼈어.


그런데 갑자기, 앞자리에 있던 누군가의 커다란 개가
허연 이를 드러내며 내 지갑을 물었어.
남편이 지갑을 빼앗아냈지만, 이미 너덜너덜했어.
이번엔 개가 내 신발을 탐내기 시작했어.

나는 개 주인이 누구냐며 소리쳤고,
개는 점점 더 날뛰었어.

결국 나는 개 머리를 있는 힘껏 내려치고
몸을 발로 찼어.


그리고 그 순간, 잠에서 깼어.


개꿈이었어.
그런데 온몸이 쑤셔서 아침부터 토하고, 어지럽고, 힘이 없어.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나.


나는 늘 잘 울던 사람이었잖아?

아파도, 감동받아도, 슬퍼도, 억울해도 울었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눈물이 나오지 않아.
대신 욕이 나와.

어제도 그랬어.

출근길에 천둥이 치듯 머리가 아프고, 귀는 윙윙거리고,

운전하면서 소리 지르다 결국 욕이 나왔어.
그렇게 겨우 도착했지.


동료 두 명이 우울증으로 휴직했어.
사람들은 "어떻게 빈자리를 메울까"만 걱정하지,
정작 그들이 왜 병들었는지는 관심 없어.

“여기 가 봐라.”, “이거 해 봐라.”
말은 쉬워.
그런데 우울증이라는 건 숨쉬기도 힘든 병이래.
그걸 이해하려면, 함께 손을 꼭 잡고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


다른 동료는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어.
아이가 막고 있는 문을 억지로 열었는데 아이가 이성을 잃고 물고 차고 욕을 퍼부었지.
학교는 아이를 정학시켰고, 부모는 학교를 고소하겠다고 난리야.


또 다른 동료는 집을 팔았어.
단톡방에 부동산 업무 때문에 조퇴한다고 올렸는데,
그 순간부터 집 이야기, 위치, 시세, 온갖 뒷말이 오갔지.
공동체라는 명목으로, 너무 많은 걸 공유해야 해.


네가 내게 부럽다고 했었지.
주변에 꿈을 이룬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그 말이 좀 으쓱했어.

정말 나만 꿈을 이뤘더라고.

하지만 이제 우쭐하지 않아.

열심히 일하고도 병들고, 매 맞고, 결국 집까지 팔아야 하는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버렸거든.

나도 혼란스러워.

네가 대기업 다니는 거, 그게 더 안정적인 것 같아.
네가 피겨 선수였어도 지금처럼 잘 살았을까?


그 생각이 들면서
문득 내 손을 내려다봤어.

크고 거칠어진 손.
꿈에서 개를 내리치던 그 손.

그 손이 누구를 향했던 건지 이제야 알겠어.

나는 개를 밀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더 크게 짖고 물어버릴 수도 있는,
그런 개가 되어가고 있었어.


좋은 사람이고 싶었고, 좋은 교사이고 싶었어.

그런데 그게 참 어렵더라.

그래서,
잠시 멀어지려 해.




희유는 다시 사직서를 썼다. 이번에는 계약직도 아니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서 내려놓는 결정이었다.


수많은 시간을 들여 얻어낸 자리.
신념 하나로 버텨낸 자리.


그러나 이번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이별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