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지 못하는 마음

다시, "우리"라는 이름으로

by 문영

"선생님이 담임이 되면 아이를 설득할 것입니다. 전학 가라고."


나를 보지 않는 시선, 한 단어 한 단어 꾹꾹 눌러 찍는 어조. 분명하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가장 가까운 동료였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좋은 친구를 얻었음에 뿌듯하기까지 했다. 성향과 생각이 비슷한 우리는 서로의 대나무숲이었다.

그러나 결국 내가 담임으로서 적절치 않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렇게 담임을 포기했다. 무기력이 몰려왔다. 나는 그와의 '우리'를 해체했다. 불이 난 대나무숲 한가운데 내 마음이 있었다.


사람을 싫어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품이 들었다. 그와 마주하면 숨부터 막혔다. 눈을 피했다. 말을 섞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마음이 닳면서 내가 소진됐다.


작년 한 해, 몇 가정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내내 힘들었다. 그러다 마주한 그의 선언은 내가 이곳에 더 머물 수 없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탈출을 시도했다. 방법은 이직이었다. 관계를 중시했기에 회복할 수 없는 틀어진 관계가 숨 막혔다. 그러나 결국 떠나지 못했다.




[선생님, 오늘 끝나고 맥주 한 잔 어때요?]

[감사하지만, 전 빠지겠습니다.]


한 동료가 술 한잔을 제안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거절했다. 그가 오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자리에 나갔다.




정말 오랜만에 동료들과 긴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 좋은 소식이 있었고, 지난한 회의의 끝자락이기도 했다.


모인 우리는 전우였다. 함께 버텨낸 시간들이 우리를 단단히 묶어 주었다.


과거를 꺼내 웃고, 현재를 토로하며 공감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고 괜히 큰소리도 쳤다.

오래 웃었고, 많이 떠들며 잘 먹었다.
함께 시간을 쌓는다는 건 생각보다 굉장한 일이다.


기쁨과 좌절, 성취와 무력감을 함께 통과한
만 오 년이라는 시간은 우리를 설명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로 만들었다. 이들은 내게 늘 위로였다.


이들과 눈물 없이 술을 마신 건 일 년 만이었다.
작년 우리는 술잔을 사이에 두고 참 많이 울었다.
말로 다 나오지도 못하는 마음들이 취기와 함께 흘렀었다.


그래서일까. 올해는 시작이 좋다고 느꼈다. 이제는 울지 않고도 위로를 나눌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한때 가장 친한 전우였던 그가 떠올랐다. 이제 그와의 교류는 가벼운 목례면 충분하다.현실이 솔직히 차갑다.


다른 ‘우리’가 내게, 여기 있어도 된다고 말하는 듯했다. 동료들이 내게 건네는 따뜻한 말과 웃음, 농담이 큰 힘이 되었다.


상처를 알면서도, 나는 또 사람을 믿는다.
아직은 그 마음을 접고 싶지 않다.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서 내 일에 애정을 쏟을 것이다. 그렇게 말末을 준비하고자 한다.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끝을 보려 한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