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입장에서 함께 일을 한다는 것
정치는 정치로 해결한다.
친분이 있는 것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
처음엔 그게 너무 신기했다.
아니 저렇게 친하면서 회의 때 어떻게 그렇게 얼굴을 붉힐 수 있지?
그러다 칠 년 차가 되니 나도 그리 돼 가고 있다.
아무리 친해도 일로 얼굴을 붉힐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보니 이 또한 별일이 아니었다.
12학년 제 학교에서 1~12학년이 함께하는 행사는 매우 의미 있고 그만큼 어렵다.
중등과 초등교사의 입장차이도 크다.
이걸, 이번에 행사 담당이 되면서 더 알았다.
초등 담당 교사와 함께 팀을 이루었다.
중등 학생 임원들이 행사를 기획해 주었으면 한단다.
알았다고 했고, 아이들과 기획 회의를 하여 멋진 안을 내놓았다.
봄맞이 행사였다.
함께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짝꿍 반이랑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초등 한 반과 중, 고등 한 반이 자매반으로 짝지어져 있다.
아이들이 낸 의견은 재활용 쓰레기를 깨끗이 분리 수거하여
그 쓰레기들을 모아다가 예술품으로 만들어 내자는 것이었다.
멋졌다.
기획부터 작품 완성까지!
회의 내내 이런 아이디어를 낸 학생들이 기특하고 예뻤다.
그러나 담임 과정 선생님들의 생각은 달랐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의 어려움,
재활용 쓰레기는 나오지 않아야 하는데 이걸 모으는 게 교육적인가 질문.
타당한 문제 제기였다.
그러나 당사자는 서운했다.
그럴 거면 왜 기획하라고 했나.
우리는 기획하고 결제받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는 대상이다.
언성이 높아졌다.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의 추상적 영역을 해내는 게 창의성이다.
저학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짝꿍 반 중등 학생들하고 하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분리수거 쓰레기는 안 나올 수 없다.
씻고 분류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다.
그러나 담임과정의 회의 결과는 이거는 할 수 없다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결제받고 반려받고 다시 의견 낼 대상이 아니다.
어려우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나 새로운 것을 같이 찾아야 한다.
중등과정 팀장에게 연락했다.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데 방법을 몰라서 의논 차 전화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정치가 돼 버렸다.
다음날, 상대측 말이 달라졌다. 한 발 물러섰다.
합의점.
중학년 이상만 이 활동을 하기로 했다.
저학년은 이미 예정된 행사도 있었다.
아니 이걸 왜 공유 안 해 줬냐고. 부글부글했지만
언성을 높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적으로 만들지 말자.
틀어지지 말고 행사를 잘 치르자.
나는 그만둘 사람이다.
에너지 쓰지 말자.
그렇게 합의점을 도출하고
다시 안을 맞춰가며
서로 차분히 대화해 보니
서로의 입장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작은 학년과 큰 학년은 매우 다르다는 것도.
그리고 하나 깨달은 것은
끝을 생각할 땐 절대로 초심일 수 없다는 것이다.
초심은 말 그대로 처음 시작하는 마음이다.
마지막을 바라보며 초심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사람은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
마음을 비웠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
무언가를 더 애쓰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합을 맞춰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