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하구나.
바로 옆자리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산다는 게.
이제 그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나는 크게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 바로 옆자리에서 데면데면할 수 있다. 앗싸.
그러나 그는 그렇게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잠깐 얘기 좀 하자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관계의 회복을 말한다.
삶은 긴장의 연속이다. 편해졌다고 생각한 순간, 일은 치고 들어온다.
"저랑 생각이 다르시네요. 관계 회복 못합니다. 저는 이직하려고까지 했었어요. 자리 옮겨 주세요."
손발이 차가워진다. 몸이 떨린다. 그는 알겠다고 답했다.
문제의 본질은 관계의 어려움이다. 내가 이직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나를 용납할 수 없다.
그 좁은 사회에서 뭐라도 되는 것처럼 나댔고 누군가의 가장 친한 존재라는 것에 으쓱했다.
역시, 삶은 오만함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교사로서 받아서는 안 되는 오해들이 이어졌다. 특히 동료교사에게서 들어온 훅은 결정타였다.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환경을 벗어나려고 했다. 해결하지 않고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책임감이 발목을 잡았다.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고 나의 명예가 달린 일이었다.
혹자는 뒤를 돌아보고, 떠나지 못한 내게, 너무 낭만적이라고 하지만, 그게 나였다.
너무나 가고 싶던 곳에 자리가 났다. 생각지도 못했던 티오였다. 이렇게 급하게 사람을 뽑는 자리는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다. 근무했었던 곳이라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학기 중이고 더군다나 함께 해결해야 하는 송사가 그대로인 상태다. 나는 또 움직이지 못하는데, 채용 시기가 늦춰질 여지는 없냐는 이야기를, 그 자리를 소개해 준 지인과 톡으로 하고 있는 중에, 동료 교사가 들어왔다.
"선생님, 어떻게든 족쇄를 채워야지, 고생만 하다가 도망갈 거 같아요."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대답을 못하고 웃으며 그를 봤다.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날 거 같았다.
그는 다시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내 말 때문에, 내가 불편해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건 아닌지, 신경이 쓰이는 내가 신경 쓰였다.
알 바 아니다. 나는 내 할 일을 해야 한다.
답답하다. 멀어지려 할수록 끌어당기는 것 같은 묘한 인력을 느끼며 퇴근길에 문득, 이 길을 평생 다니는 건 아닌가, 숨이 막혔다.
있지도 없지도 못한 채,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