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한이로다

도대체, 교사

by 문아영

결국 또 걸렸다.
감기약을 다 먹은 지 겨우 나흘째였다.

사람은 인지하는 순간, 환자가 된다.
어제 보건실에서 체온계를 댔더니
경보음이 울렸다.
37.7도.


“어랏? 열이 나네요.”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몸이 으슬으슬하다.
벗어 둔 트렌치코트를 다시 입었는데도
계속 추웠다.


퇴근하자마자 그냥 잤다.
새벽 네 시에 눈을 떴다.


몸이 하나도 회복되지 않았다.


코가 막히고,
목이 아프고,
가래가 끼고,
미열이 있다.
37.7도.


병가를 고민했다.
교사의 병가는 수업 펑크로 이어진다.

우리 학교는 대체 교사도 없다.

일찍 퇴근해서 자느라
마무리하지 못한 수업 준비를 했다.


물을 마시고,
아침을 억지로 먹고,
원래 먹던 약에 감기약을 더 챙겨 먹었다.


샤워까지 했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았는데
체온은 좀 더 올라서 38도였다.

해열제를 더 먹었다.

잠깐 고민했다. 동료교사에게 부탁하여,
그냥 오늘은 아이들 책만 읽게 할까.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요즘 12학년 아이들은
졸업 프로젝트 보고서를 쓰느라
밤잠을 줄이면서 버티고 있다.


오늘은 12학년 수업이 줄줄이였다.
아이들이 그 바쁜 와중에 열심히 등교하는데
교사가 빠질 수 없다. 나도 버텨야 했다.

결국
출근했다.




아침 수업.
아이들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있다.

스몰 토크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기침으로 응답한다.

“우리는 감기 공동체인가요.”


이 시답잖은 농담에
학생들이 헤헤, 웃는다.


약기운 때문인지, 코가 막혀서인지
정신이 또렷하지 않다.
지난주 금요일엔 두통,
오늘은 감기.
왜 이러는 걸까.




계속하여 《파우스트》 수업을 이어갔다.
한 학생이 말했다.


“파우스트 인생은 의미 없어진 거 아닌가요?”


최선을 다해서 알아낸 게
인간의 한계라면, 그 최선은
다 소용없는 거라고.


그 말을 듣고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정말 그럴까.
한계에 도달하기까지
쌓인 시간은?
그 과정에서 했던 노력은?
그건 다 의미 없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게 할 수 없다.


그래서 계속 묻고 답을 듣고 또 반박하며
수업을 끌고 갔다.




수업이 끝나고 의자에 앉아서
잠깐 눈을 붙였다.


많은 약을 먹어서인지 몽롱하고
배도 아프다.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부쩍 체력이 부친다.




금요일이었다.
원래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었는데
다 포기하고 병원에 갔다.


운전도 힘들었다.
단골 병원.
의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문영님, 학생들이 속 썩이나 봐요. 목이 성이 났네.”


나는 힘없이 웃었다.


아이들이 아니라
내 몸이 문제였다.




기운이 없다.

문득 생각했다.

결국, 내 몸이

이곳에서의 끝을 향해 가는 건 아닌지.


또다시 잠이 나를 빨아들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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