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영 Jan 05. 2024

오늘도 잘 보냈다

선생이길 잘했다

방학임에도 출근해야 한다고 투덜거렸다.

특별한 학생 한 명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일이 많은데 월급은 적다고 투덜거렸다.


그렇게 나는.

투덜이 스머프였다.

그것도 너무 거대한 투덜이 스머프 말이다.


아이들과 상담하는 내내 웃었다. 귀엽다. 그냥 표정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귀엽다. 지금 현재 내가 여러모로 어렵다는 사실을 잊었다. 그저 웃고 떠들었다. 진지함에도 무겁지 않고 맘껏 웃어도 가볍지 않은 '상담'이라는 명목의 만남이 참 좋았다.


"우리 북카페 갈까?"

뭔가 특별한 걸 함께하고 싶었다. 북카페가 무엇이 특별하겠냐만은 고등학생에겐 좀 색다르지 않을까.


"카페까지 가서 책을 읽어야 해요?"

눈이 땡그래진 ㅇㅇ이의 말에 내가 더 놀랐다.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답에 난처하기도 했지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 우린 한 시간 책을 보는 거야!"

"진짜요?"

"그렇게 싫음 안 가도 돼. 그럼 뭐 먹을까?"

"따뜻한  거요.  밀가루 좋아해요."

"좋아, 그럼 만두!"


북카페를 포기하고 학생 두 명과 만둣집을 갔다. 어찌나 신나고 맛있던지 우리는 줄곧 감탄했다.

별 특별할 것도 없는데 신났다.  


밥을 먹고 ㅅㅈ이를 내려주는데,

"선생님 제주도서 샀어요!"

무언갈 내민다.

너무나 궁금해서 편지부터 봤다. 그리고 울컥했다.


요즘, 너무 지친다고 생각했다.

너무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우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힘이 되어주는 아이들이었다. 얘네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 우울하고 고민할 때, 거짓말처럼, 마치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마음을 준다.


아직은 교사여야겠다.

좀 더 잘해야겠다.

아이들의 마음에 미안하지 않도록.


잘 떠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여기 있어야겠다. 다시 마음을 다 잡아보며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밖에서는 로봇 태권 브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