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영 Jan 20. 2024

나의 첫 성공 순간

태어났고 살아 있다.

펑!!


주르륵 미끄러지더니 좁다. 숨이 막혀서 발버둥 쳤다. 누군가에게 잡혀 당겨졌다. 좁은 곳을 빠져나왔나? 느낌이 달라졌다. 춥다. 촉촉하지 않다.


으아앙 으앙 응아아앙


무서웠다. 울었다. 갑자기 너무 차갑고 얼룩덜룩하며 웅성거린다. 아아아앙. 있는 힘을 다해 울다가, 쿵. 쿵. 쿵. 쿵 익숙한 소릴 들으며 따뜻함을 느끼며 울음을 그쳤다. 보드라움이 내 볼에 스치는데 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렇게 태어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인생에서 첫 성공 순간은 첫울음이리라. 그 후, 눈을 마주치고 목을 가누고 뒤집기를 성공하는 등, 수많은 성공을 쌓아 여기까지 왔다.  얼마나 많은 것을 해 냈던가.


태어났다는 것은 기적이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있다는 것도 그냥 되는 일이 아니다. 엄마는 나를 품고 얼마나 조심하셨을까.


그렇게 잘 넘어지시는 분이,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디디셨을 것이다. 그렇게 잘 드시는 분이, 음식을 가리셨을 것이다. 똑바로 눕지도 못하셨을 거고 화장실조차 편하게 못 가셨을 것이다.

당신 한 몸 편히 누이지 못하며 나를  지켜내시고 세상에 내보내신 것이다. 세상에 내 보낸 후에는?

더 많은 수고와 애씀으로 지금의 '나'가 되게 하셨다.


첫 성공은 나 혼자만의 영광이 아니다. 엄마의 고통, 아빠의 기대와 긴장, 어딘가에 맡겨졌을 오빠의 기다림, 의사와 간호사의 노고... 이미 난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이 땅에서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나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무엇 하나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다. 지금까지 숨 쉬고 있다는 것도 세상이 준 기적이다.


나도 누군가가 살아가는 중에 닿은 손길일 것이다. 그 손길이 따뜻하길 바란다. 태어나는 데 성공한 보람을 계속 느끼고 싶다. 인생 마지막 성공 순간이 될, 죽는 데 성공할 때까지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