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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Feb 28. 2024

짓누르는 마음

다시, 나아가다

세상은 온통 하얀데

마음은 온통 까맣다.


먹먹하고 힘들다. 

눈을 밟는 마음이 한결 가볍길 바랐으나 축 가라앉은 무게로 땅을 누른다.


자리를 지킨다는 것.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상이 재미없다.  삶이 꼭 재밌어야 하는가.


책임을 다 한다는 것.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비우고 나가는 자리는 금세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기 위하여 발버둥 친다.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세상은 온통 하얀데

마음이 온통 까맣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주변을 살핀다. 

마치 내 생각이 사실인 양 떠드는 내가 역겹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이렇게 가벼운가.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이렇게 진중하지 못한가.


축 가라앉은 무게가 나를 누른다. 

무게감을 아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을까.

반복하는 실수에도 희망이 있을까.


그럼에도 생각해 본다.

멈출 수 없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니,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여태껏 멈추지 못했다.


멈출 수 없는 만큼

자리의 무게를 아는 만큼

가볍게 떠드는 역겨움을 느낀 만큼


달라져야만 한다.

아니까 이제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아니까 이제는 무거워질 수 있을 것이다.


짓누르는 마음을 힘들다, 힘들다 소리칠 것이 아니라

짓누르는 마음을 오롯이 받아들여

그만큼 진중하게 나아가야 한다.


하얀 눈에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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