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화 선생님, 저랑 바꾸실래요?
행복이와의 첫만남
23년 2월 20일경이었던 것 같다.
나는 새 업무와 새 학년을 배정받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22년 휴직 1년으로 쉼을 얻었지만, 1년의 쉼은 다음 한 해를 긴장하게 한다.
시청각실에 모여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어떤 선생님들과 동학년을 하게 될지,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드디어 업무분장 발표가 났다.
나는 4학년을 담임하게 되었고 학부모회라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반 뽑기 시간'이 되었다.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궁금했다.
'잘 뽑아야 할 텐데'
드디어 4학년 순서가 되었고 나는 놓여있는 5개 명단 봉투에서 하나를 골라 들었다.
심혈을 기울여 뽑은 반, 봉투를 열어 명단을 훑어보는데,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이름이 익숙하다는 건, 교내에서 이미 유명하다는 것이고 작년에 휴직했던 내가 이름을 알 정도라는 건 좋은 쪽은 아닌 것을 의미한다.
"명단 줘봐. 내가 이 학년 아이들 잘 알아. 내가 봐줄게."
"정말요? 봐줘봐요."
쭉 명단을 훑어보시더니 이름 하나에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명단에 그 아이를 가리키며 내게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얘를 안 뽑았어야지. 얘가 딱 있네. 기억 안 나? 오샘이 1, 2학년 내내 데리고 다녔던 애, 급식실에서도 유명했잖아."
아, 얼핏 들은 것도 같고 본 것도 같았다. 오샘이 항상 옆에 데리고 다녔던...
'난 왜 이렇게 매번 뽑기 운이 없을까?' 생각하며 실망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 계신 나와 동학년이 된 한 선생님도 어두운 얼굴로 명단을 훑어보시며 한 마디 하셨다.
"우리 반은 임원 출신 아이들이 많네. 왠지 시끄러울 것 같은데"
"선생님, 그럼 저랑 바꾸실래요?"
"진짜요? 그래도 돼요? 좋아요."
오히려 더 기뻐하신 건 상대 선생님이셨다.
명단을 바꾸어 들었다. 명단을 바꾸고 훑어보니 이름들이 꽤 괜찮게 느껴졌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찜찜하다. 마음이 편치 않다.
"진짜 바꾸신다고요?"
"네 전 상관없어요."
그냥 모른 척 눈 딱 감고 넘기고 싶은 마음이 스몰스몰 올라왔다. 그러면서 한쪽에서 불편해하고 있는 내가 자꾸 말을 걸어왔다.
'어제 기도도 했고, 오늘 반을 뽑았는데, 하나님이 이 반을 뽑게 해 주셨어. 하나님이 내게 특별히 부탁하신 거 아닐까. 그렇게 내가 포기해 버리면 안 되지.'
명단 안에서 그 아이가 내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선생님, 저 버리시는 건가요?"
결심한 듯 내가 말했다
"바꾸지 마세요. 선생님, 나중에 후회하실 거예요. 그냥 뽑은 대로 해요."
라고 말씀드리며 다시 명단을 바꾸어 들었다.
마음이 편하다. 그래. 이 아이들을 만나보자.
행복이는 그렇게 내가 뽑은 반 명단에서 나와 첫인사를 나눴다.
쉽지 않은 1년이 될 것 같으면서도 드는 이 기대감은 뭘까.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는 법이다.
하나님이 나를 신뢰하셔서 나에게 가장 어려운 반을 맡겨주셨다.
하나님이 하실 것이다.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한편으로 궁금해졌다. 그리고 기쁘게 결단했다.
"그래. 나의 행복이를 만나보자!"
-> 2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