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실수가 부르는 효과
우리가 실수하는 순간에도 미덕은 사라지지 않아
선생님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 아이들 앞에서 한 실수가 창피하거나 민망해서 때로 나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생긴다. 그런데 아이들 앞에서 실수를 인정하면 아이들은 의외로 포용력이 크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좋은 수업의 자료가 된다.
'큰 소리를 좀 낼 수도 있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해 왔는지 아이들도 알 거야. 그럼, 아이들도 다 이해하고 말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아이들 앞에 진실되게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얘들아, 선생님의 인내와 초연이 동굴 속으로 다 들어가 버렸나 봐. 그동안은 초연의 미덕의 도움을 받아서 선생님이 마음을 잘 컨트롤했는데, 오늘은 좀 실패했어. 선생님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해. 그래서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해."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어요?"
"선생님에게 미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돼. 선생님의 미덕을 찾아주는 거야. 쪽지로도 알려주고 말로도 알려주고. 그렇게 해줄 거야?"
낯간지럴 수 있는 말들이 이제 자연스럽다.
그만큼 이 표현들의 장점을 알기 때문이다.
"네! 선생님은 용기의 미덕이 있어요."
"선생님 안에는 진실함이 있어요."
"선생님에게는 겸손의 미덕이 있어요."
"정말? 선생님 안에 그 미덕이 정말 있어?"
"네! 정말 있어요."
아이들의 격려와 위로에 힘을 얻는다. 진심을 담은 말은 힘이 있다.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면 아이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따뜻하게 내 손을 잡아준다.
"선생님의 미덕을 찾아줘서 고마워. 너희들이 선생님한테 그런 미덕이 있다고 하니까 다시 힘이 생기고 선생님 안에 있던 미덕들이 굴속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아. 이제 조금씩 미덕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들로 인해 도움받았다는 사실에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한다. 사실 교사란 존재는 아이들에게 무척 큰 위로를 받고 도움을 받는 존재다. 또 선생님의 실수는 수업의 가장 실제적인 자료가 된다.
"그런데 얘들아,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미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할 땐 그 친구에게 미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돼. 그 친구의 미덕을 발견해서 자꾸 알려주는 거야. 그럼 굴 속에 있는 미덕이 깨어나서 다이아몬드가 되고 그리고 그 미덕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돼. 오늘 너희들이 선생님을 도와줬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그 친구도 너희들의 미덕이 굴속으로 들어갔을 때 너희들을 도와주게 되겠지? 잘못됐다고 지적만 하면 미덕이 굴 속에서 꽁꽁 숨어서 꼼짝도 안 할 거야."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실수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의 미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의 미덕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아이들이 뭔가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종종 아이들 앞에서 실수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렵더라도 용기를 내 아이들 앞에 진실되게 서는 선택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늘 진실함은 날 옳은 곳에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오늘도 진실함이 나를 옳은 곳에 데려다주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머물고 아이들의 선한 눈이 반짝이는 곳,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