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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샘 Dec 06. 2023

아이들이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내가 쓰는 방법

네가 더 소중해.

"선생님, 버츄카드가 3장이 없어요."


버츄카드를 맡아서 관리하던 한 아이가 내게 와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버츄카드는 모둠별로 한 세트씩 총 7세트가 있었다. 그런데 그 중 1팀이 버츄카드가 3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 너희들 어딘가에 있을거야. 책이나 미덕공책 같은데 꽂아 있는 거 아닐까? 한번 잘 찾아봐. 그리고 다른 모둠도 한번 체크해보자. 혹시 52장이 안되는 사람, 또는 52장 넘는 사람 있니?"

알고보니 3팀이 몇 장씩 모자르고 나머지 4팀은 모두 있다고 했다.


우리반은 매일 아침마다 버츄카드를 뽑는다. 카드를 읽고 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베껴쓰고, 어떻게 적용할지 적는다.  이것을 1년 가까이 해왔다. 처음 관리를 부탁할 때, 선생님에게 매우 소중한 카드니까 소중하게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관리를 잘한 4팀에게는 엄지척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버츄카드가 몇 장 없는 모둠에게는 어떤 카드가 없어졌는지만 적어서 내라고 했다. 아이들 표정이 무척 시무룩해보였다. 아마 책임감 높은 아이들이라 더 그럴 것이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얘들아, 버츄카드를 잃어버린 건 아쉽긴 하지만, 되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선생님도 많이 잃어버려. 지금까지 한 장도 안 잃어버린 사람이 진짜 대단한 거지. 너희들 잘못이 아니니까 잃어버린 것에 대해 자책하지 말고, 대신 혹시 어디에서라도 카드가 나오면 선생님한테 알려줘. 우리 보물찾기하듯 찾아보자. 어디서든 나오면 정말 신기하고 재밌겠다."

아이들 표정이 좀 펴졌다.  

이미 잃어버린 일이고, 아이들을 탓해봤자 서로 마음만 상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아이들은 잃어버린 버츄카드를 찾기 위해 정말 노력해줄 것을 안다. 그러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혹시 못찾더라도 버츄카드가 아이들보다 소중하진 않으니까.


실수해도 괜찮다고 하면 경각심을 일깨우지 못해 계속 실수할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실수는 말 그대로 실수다.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 나니 아이들의 표정만 펴진 게 아니라 내 마음도 펴졌다.


"선생님, 상냥함 카드 하나 찾았어요!"



아이들이 찾아준 상냥함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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