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민님의 인터뷰
vol.2의 첫 번째 인터뷰이는 '열정'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친구라며, 두 번째 인터뷰이를 지목해주었다. 여행길에서 만났던 이 둘은, 어쩌면 스쳐 지나갔을 인연이었겠지만 서로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친구의 친구를 통해 어떤 기억을 남기게 될까.
Q. 승민 님 안녕하세요. 친구의 친구 인터뷰에 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네 안녕하세요. 사실 '친구의 친구' 매거진을 알지 못했었는데, 명광 씨가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소개를 해주더라고요. 명광 씨는 2년 전 여행길에서 마주쳤었는데, 대화가 잘 통해서 그때 인연을 맺게 된 사이예요. 이번 주제가 '열정'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한 번쯤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하고 '열정'에 대해 정확히 형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번 내 열정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마음에 승낙하게 되었어요.
명광 씨는 '열정'하면 바로 승민 씨가 떠오른다고 했어요.
음. 사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는 엄청 게을러요. 잠도 많고요. 정리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그런데 남들에게 보이는 자리에서는 그런 면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런 면이 열정으로 보여지는 게 아닐까요?
Q. 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항상 스스로를 표현하는 단어가 있는데, '방랑자'에요. 방랑자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잖아요. 열정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분야에서 지속하는 사람이 있고 여러 분야를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 저는 이 중에 후자라고 생각해요. 하나를 오래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꽂히는 게 있으면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죠.
요즘 유행하는 MBTI 유형검사에서, ESTP (모험을 즐기는 사업가)로 나오셨어요! 잘 맞나요?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저의 모습으로는 200% 일치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 혼자만의 시간에서는 조용히 사진 정리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내면에는 또 다른 MBTI형이 존재해요. 항상 저를 두 가지로 표현하는데 외부적으로는 활동적인 모험가, 내면으로는 감성적인 사람이에요. 뒤끝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저 사람 나한테 왜 그랬을까..'라고 너무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ㅎㅎ).
Q. 승민 님이 가장 열정적인 순간은 언제인가요?
크고 작은 행사들을 스스로 주도할 때 가장 열정이 샘솟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3개월 전쯤 '플로깅'이라는 마라톤과 쓰레기 줍기를 결합한 운동 캠페인을 개최한 적이 있어요. 최근에 마라톤을 즐기게 되었는데 마라톤과 봉사활동을 결합할 수는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스스로 주도하게 된 경우예요. 관심 있는 사람을 모아서 행사를 기획하고, 운동도 하며 환경미화에도 힘썼던 경험이에요. 이유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정말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즐기는 모습이 특이하면서도 대단해 보여요. 어떤 분들이 참여했나요?
열여섯 명 정도 모였는데, SNS를 통해 모집했어요. 친구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도 있었죠. 학생부터 직장인 그리고 프리랜서분까지 한 군데 모을 수 있는 자리가 되어 제 스스로도 놀랍고 자랑스러웠어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사실 빈 시간들을 싫어하는 편이라서 그래요. 앉아서 멍하니 TV를 보고 이런 시간들을 별로 안 좋아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일을 벌여서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은 생각이 많죠.
스스로 기획하고, 일을 벌이고(?), 여러 가지 대외활동에 참여하는 등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부터였어요. 원래는 남들 앞에 서는 것을 굉장히 안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 주체적으로 나도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들이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어떤 활동을 해나갈 수 있을까? 좀 더 색다르게 나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등의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했던 경험들을 SNS에 기록하는 등 보여지는 기록이 쌓여가니 그게 발판이 되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연락도 오더라고요. 경험이 경험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현재 진행 중인 대외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현재는 뉴발란스에서 아마추어 마라톤 선수팀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운동실력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동안의 경험이 축적되어 보여지는 모습들이 뉴발란스팀과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9월에는 '생명사랑 걷기 대회'라는 매년 개최되는 행사가 있어요. 그 행사를 운영하는 팀과 함께 행사를 홍보하고 의미를 알리는 역할로 활동하고 있어요. 직접 연락 오는 경우도 있고 제가 찾아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어요. 많은 것을 경험할수록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무엇에 가장 열정적이고, 푹 빠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더 많이 찾아다니고 움직이는 편이에요.
본인의 전공, 진로와 연관이 있는 활동을 선택적으로 하시는 건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제가 전공(심리학과)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운동과 관련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거든요. 좋아했고, 곧잘 하는 편이었는데 계속하다 보니 심리적인 요인 즉 마음이 운동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마음을 잘 컨트롤한다면 우리 모두는 좋은 운동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심리학과를 지원하게 된 거예요. 처음 시작은 그랬지만, 현재는 많은 활동을 접하면서 기자도 해보고 싶다가, 사진사도 해보고 싶고, 매거진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글도 써보고 싶고 등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졌어요(ㅎㅎ).
외부에서 연락도 많이 오신다고 하는데, 활동을 선택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것들을 주로 하는 편이죠. 사실 상업적 목적을 가진 광고성 활동도 많이 들어와요. 단순히 좋은 취지에서 들어오는 활동들도 있고요. 그중에서 선별해야 할 때, 상업만을 목적으로 한 활동은 지양하려고 해요. 돈이라는 게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좀 더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활동들에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돈을 좇다 보면 제가 생각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잃을까 봐 망설여지기도 해요.
Q. 러닝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러닝을 시작한 지는 일 년 반 정도 되었어요. 많은 스포츠들이 개인과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특히 러닝이 더욱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스킬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실력이 늘더라도 눈에 띄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 쉽거든요.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고 3km, 5km씩 늘려가며 성장해나갈 때 뿌듯함이 커요. 평생 운동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러닝을 처음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으실까요?
러닝을 처음 할 때에는 거리에 연연해서 스트레스받기 쉬워요. 1km, 3km도 은근히 힘들거든요. 그럴 때에는 거리에 구속받지 않고 처음에는 3분을 안 쉬고 뛰어보자, 그다음엔 5분. 이런 식으로 늘려나가면 성취감도 느껴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면서 성장하더라고요. 모든 운동의 기초가 되는 운동인 만큼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노래 한곡을 틀어놓고, '이 곡이 끝나기 전에는 멈추지 말자' 등의 간단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추천해요.
건강 외에 러닝의 좋은 점이 있나요?
음, 생각이 많아지는 점? 계속해서 달리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는 타이밍이 와요. 생각이 완전히 없어지는 타이밍도 오고요(ㅎㅎ). 참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도 러닝의 장점이죠.
Q. 직접 만드신 러닝 크루가 있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저는 인천에 살고 있고, 학교를 서울에서 다니는데요. 서울에서는 친구들, 모임에서 만난 직장인들 등 여러 사람들과 함께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인천은 제가 살고 있는 지역구의 러닝 모임이 따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내가 만들어서 시작하면 되겠다는 마음에 인천 계양구의 러닝 크루인 '계양 러닝 크루'를 만들게 되었어요(ㅎㅎ).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함께 뛰면서 친해지고 건강도 증진시킬 수 있으니 너무 좋죠.
추진력이 대단하신데요. 사람들 반응이 어땠어요?
소모임 어플을 통해서 알리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이용했어요. 만든 지 한 달 반 정도 되었는데 오픈 채팅방에는 80명이 있고 실제로 왔다가신 분은 4-5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정규로 7번 러닝을 뛰었고요. 7번 모두 참여하신 35살 형님이 계신데, 저에게 정말 고맙다고 하셨어요. 이런 동네모임이 절실히 필요했는데 승민 씨가 해주셔서 고맙다고요.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아 내가 정말 원하던 게 이런 거였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즐기는 게 이런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 뿌듯했어요. 제가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운동하는 모습을 찍어드리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직장인 분들은 퇴근 후 무료하게 보냈던 저녁시간을 덕분에 알차게 보냈다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세요. 이런 게 저의 기쁨이죠.
Q. 승민 님은 SNS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시는 것처럼 보여요.
원래는 SNS를 잘 안 했었어요. 인스타그램도 시작한 지 일 년 반 정도 되었고요. 그 전에는 페이스북으로 한 번에 50-100장씩 올리다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인스타그램만의 '한 장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버린 거죠. 사진 한 장에 내 의미를 담고 글로 표현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리뷰, 일기, 에세이 등 여러 글을 올리시더라고요. 사진 퀄리티도 좋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한 게시물들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풍경사진을 하나씩 올리다가, 글도 조금 오글거리게 써보고(ㅎㅎ) 현실적인 글도 쓰게 되더라고요. 제 글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리뷰 요청 등 연락이 오기도 하고요. 제가 직접 써본 후기를 남긴다는 건 서로에게 좋은 것 같아요. 저를 색다르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하고요. 그런 면에서 SNS는 제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에요.
Q. 많은 활동을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에요. 어떤가요?
저는 외향적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르게, 혼자 있는 걸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계속되면 엄청 지치더라고요. 최근에는 그 힘듦이 좀 크게 다가왔고요. 어느 날 지하철을 탔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는 거예요. 이런 걸 폐소 공포증이라고 하나요? 누군가 나를 옥죄는 듯한 느낌이요. 지하철 방송 소리를 듣는 것조차 너무 힘겹더라고요. '아 뭔가 나에게 정말 문제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떠났어요. 제주도로 혼자.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내 안의 모습은 확실히 다르죠. 그래도, 혼자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여요.
혼자 있는 시간을 마련하니까, 조금 괜찮아지더라고요. 힘들 때마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저 또한 그 답은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꼭 멀리 떠나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고, 잠깐 내가 있는 틀에서 빠져나오는 거예요. 스스로 번 아웃되었다고 느낄 때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어요.
누구나 번아웃을 겪어요. 번아웃은 왜 찾아올까요?
욕심이 없으면 번아웃도 없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무언가 마음을 먹고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그 계단을 계속 올라가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그 계단에서 갑자기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때 번아웃이 온다고 생각해요. 내가 목표하는 곳까지 계단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찾아도 계단이 보이지 않을 때요. '이다음 성장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음, 대외활동은 아니지만 제가 해봤던 경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바로 '무전여행'이에요. 4년 전 떠났던 무전여행을 계기로 사람들을 좀 더 믿게 되었어요. 가방 하나메고 빈손으로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는데,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왜 나를 도와주는 거지?'라는 의심(?)이 끊임없이 들면서도 정말 고맙더라고요. 생전 처음 보는 데도 군대 간 아들이 생각난다며 손에 쥐어주신 2만 원, 굳이 유턴을 해서 돌아와 태워주시던 젊은 부부, 끼니 해결하라고 음식점에 들러 밥 사 주시던 분들 등. 사실 사람들을 잘 안 믿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여행 이후로 사람들을 조금씩 믿게 되고, 대화할 수 있는 방법 등을 터득하기 시작했어요. 대학시절, 무전여행은 다들 꼭 해봤으면 좋겠어요.
Q. 지금까지의 삶에서, 승민 님이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19살 후반, 20살 초 무렵 위안부 문제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오랫동안 한 경험이 있어요. 살아온 20대에서 큰 획을 그은 두 경험은 위안부 관련 활동과 군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때는 정말 버닝 했어요. 집회 있으면 모두 참석하고, 밖에서도 많이 자고요. 경찰서도 갔다 온 적이 있어요.
위안부 관련 활동을 한 계기가 있을까요?
학생 때부터 사회문제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그 문제의식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는 게 참된 대학생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비록 지금은 직접적으로 도움을 못 주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활동을 응원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예요.
승민 씨가 열정을 쏟는 대상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제가 열정을 쏟는 대상은 대게 저 혼자만의 행복이 아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행복에 대한 활동이더라고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그렇고,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요. 지금 활발히 러닝을 하는 것도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힘든 일이 있으면 운동을 통해 함께 극복하는 등 모두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남들을 위해 투자하고 공유하는 시간에 특히 열정을 쏟는 것 같아요. 언젠가 또 이 마음도 지칠 때가 오겠지만,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승민 님이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함께하는 가치인가요?
앞서 말한 것과는 좀 모순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제 자신이 가장 중요해요.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요. 남들과 많은 활동을 하다 보면 충돌할 수도 있잖아요. 속상한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등등, 그때 받은 상처를 스스로 잘 치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들 앞에서 튼튼하게 보이는 만큼, 혼자 있을 때 진정한 내 모습도 튼튼한 사람이고 싶어요.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요.
Q. 친구의 친구를 통해 일곱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될 거예요. '열정'을 연결고리로요. 어떤 기대가 있나요?
다들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할 것 같아요(ㅎㅎ). 다들 뭔가를 하고 싶어서 권유하거나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생각해오지 않을까요? 비슷한 활동을 하면서 서로 공유할 수 있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요.
본인은 어떤 친구인가요?
지금껏 완벽한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아직까지는 친구로서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불완전한 친구죠. 한 번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네가 이런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너는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라는 말이요. 마음과는 다르게 친구들에게 깊게 공감하고, 잘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든 일이 있을 때, 함께 어깨동무해줄 수 있는 친구지만 그 친구가 따뜻함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친구의 친구를 통해 만나는 친구들에게, 어떤 친구이고 싶나요?
편견 없는 물음표를 가진 친구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심리학과 전공자의 특성 일지 모르겠는데, 어떤 사람의 사진이나 글들을 미리 보고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 이겠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만났다가, 상대방에게 되레 미안했던 경험이 많았거든요(ㅎㅎ).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실제 만남에서의 모습으로 물음표를 지워나갈 수 있는 친구이고 싶어요.
Q. 승민 님에게 열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매 순간 끌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힘이 열정 아닐까요. 그 기간과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했다면, 그 순간들은 모두 제 열정의 순간들이었어요. 무언가를 하게 되면 잔상이 남잖아요. 한 번을 했든 두 번을 했든 마찬가지죠.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그와 비슷한 기회가 또 오기 마련이에요. 그때 살짝 다시 불을 지피면 예전의 잔상들과 합쳐져서 또 엄청난 열정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투정만 하는 사람들? 해보지도 않고 안 되는 이유부터 늘어놓는 사람들을 보면 열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안 되겠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충분히 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부터 든다면 무엇을 해도 열정적으로 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꼭 열심히 살아야 하나요?
얼마 전에 서핑을 했어요. 서핑을 할 때는 안 넘어지려고 열심히 버티잖아요. 결국 온몸에 근육통이 생기더라고요. 아등바등 안 넘어지게 버텼거든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버틸 필요가 있을까?'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실패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러기보다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차근차근해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순간들이 쌓여 열심히 살았다고 모두가 봐줄 거예요.
Q. 남은 2020년의 목표가 있나요?
코로나 사태도 있고, 휴학을 하게 되면서 계획했던 것들이 모두 뒤틀렸기 때문에 요즘은 좀 공허한 게 있어요. 그렇지만 남은 4개월 동안 이 공허함을 채운다는 목적으로 무리하게 많은 것들을 하지 말아야겠어요.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것들 잘 마무리하고, 좋은 기회가 있으면 차분히 받아들이려고요. 25살이니 20대를 나누는 기점에 서있는데, 이제 20대의 후반전을 잘 준비할 수 있게 노력해야죠(ㅎㅎ). 욕심은 많이 부리되 체하지 않게끔만 하고 싶은 것들하고 살고 싶어요.
지금 승민 님은 행복하신가요?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요. 그래도 남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는 게 행복이죠. 밋밋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니까요(ㅎㅎ). 1년에 한 번씩 스스로에게 편지를 남기고 있는데, 1년 뒤에 이 인터뷰를 회상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왔어요. 오늘의 최승민보다 더욱 성장했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오늘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정말 좋아요.
1년 뒤 승민이에게 한마디 해주세요(ㅎㅎ).
승민아, 지금처럼 좋아하는 것 하되 무리하지 말고 앞서 나가지 말자!
삶이란 내 안의 여러 가지 나를 찾아 통합시켜가는 여정이랬다. 남들이 보는 나, 혼자 있을 때의 나, 심지어. 미처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모습까지. 여전히 본인이 무엇에 가장 열정적이고 푹 빠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남아 있어 더 많이 움직인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아직도 '나'를 찾아가는 길에 올라있다. 온몸에 근육통이 생기도록 아등바등하지 말고, 내가 걸을 수 있는 속도로 걷다 보면 언젠가 내 안의 진짜 '나'를 만날지도 모른다.
최승민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0.09.15
vol.2 최승민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friend__of__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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