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회개: 감정이 아니라 방향

교회 없는 신앙의 일상적 실천 방법

by Francis Lee

10장. 용서와 회개: 감정이 아니라 방향

용서와 회개만큼 신앙을 감정 소모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언어도 드물다. 많은 신자에게 회개는 울어야 하는 일이었고, 충분히 미안해하지 않으면 진짜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었다. 용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상대를 향한 모든 부정적 감정이 완전히 사라져야 가능한 상태처럼 묘사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는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불가능한 것을 교회는 죄와 연관시켜 신자들에게 강요했다. 그 결과 용서와 회개는 삶을 회복시키는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을 관리하고 검열하는 종교적 의무로 변질되었다. 이는 전적으로 교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통제 수단일 뿐이었다.

복음서 속 예수의 언어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회개와 용서는 거의 감정의 상태로 설명되지 않는다. 예수가 말한 회개, 곧 메타노이아(μετάνοια)는 슬픔의 강도나 죄책감의 깊이를 뜻하지 않는다. 메타노이아는 μετά (뒤에, 넘어)와 νοῦς(마음, 사고, 인식)의 합성어로 순전히 사고방식이나 인식의 방향을 바꾼다는 뜻일 뿐이다. 곧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길을 충분히 후회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어디를 향해 몸을 돌리고 있는가의 문제다. 감정은 따라올 수도 있고, 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예수는 감정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늘날 많은 신자가 회개 앞에서 지치는 이유는,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끝없이 되돌아보도록 요구받기 때문이다. 이미 사과했고, 이미 후회했고, 이미 관계가 끊어졌거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데도,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계속 유죄 상태에 묶어 둔다. 회개는 삶을 다시 살게 하기 위한 언어였는데, 오히려 삶을 정지시키는 장치가 되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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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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