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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04. 2021

윤석열에게서 트럼프의 향기가 난다?

윤석열의 대망론을 점검해 본다

트럼프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선은 바이든의 최종 승리로 마감되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미국 정계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트럼프의 임기가 만료되기만 바라는 양상이다. 윤석열을 둘러싼 1년 가까이 이어진 치열한 논란도 정직 2개월로 일단 매듭이 지어지는 듯 보였으나 법원의 판결로 다시 자기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윤석열 역시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적어도 법과 제도로는 그 누구도 그들을 건드리지 못하다는 것을 두 사람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어느 모로 법과 제도는 그들의 어깃장과 몽니를 합법화하고 정당화하고 있다. 시쳇말로 트럼프와 윤석열은 대단한 ‘플렉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 대하여 언론은 매우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CNN을 비롯한 미국의 언론들이 그를 끝까지 몰아가며 그를 거의 악마화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탄핵을 논했지만 불가능했다. 결국 그가 스스로 물러날 날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결국 언론도 법과 제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언론은 윤석열의 든든한 지지 세력이 되고 있다. 친정부적인 온라인 언론들이 윤석열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나서고 있지만 오프라인의 주요 언론과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저 분노의 배설구가 될 뿐이다. 윤석열의 행로에 아무런 법과 제도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 윤석열의 탄핵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보이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트럼프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는 미국도 그동안 15명의 연방법관이 탄핵소추를 당하고 그 가운데 8명이 파면되었다. 한국의 법제도의 모태가 되었던 가까운 일본조차도 지금까지 9명의 법관이 탄핵소추를 당하고 7명이 파면되었다. 그러나 유사 이래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의 판사도 탄핵당하지 않았다. 법과 제도가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 다음과 같이 헌법에 탄핵이 규정되어 있다.


탄핵과 관련된 헌법 제65조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제65조 ①대통령ㆍ국무총리ㆍ국무위원ㆍ행정각부의 장ㆍ헌법재판소 재판관ㆍ법관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ㆍ감사원장ㆍ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②제1항의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③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④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 그러나, 이에 의하여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법조인에 대한 탄핵은 거의 불가능하다.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 하원이 탄핵소추를 하고 상원이 탄핵 심판을 한다. 일본도 국회가 탄핵 심판을 한다. 그리고 일반 국민조차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의회가 탄핵소추를 하고 심판은 헌법재판소의 판사들이 한다. 법조인이 법조인을 심판하는 구조이다. 5천만 명이 청와대에 탄핵을 청원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법조인의 탄핵은 법조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끼리 진행하는 사안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단 한 명의 판사도 탄핵을 당한 적이 없는 것이다. 대통령도 두 명씩이나 탄핵을 당한 이 나라에서 말이다.


검찰총장은 어떤가?   


검찰총장은 아예 직접적인 대상으로 명기되어 있지도 않다. 원칙적으로 탄핵이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검찰총장을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에 포괄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지만 이는 전적으로 유권해석에 달린 문제이다. 그래서 윤석열은 5천만 명이 탄핵 청원을 해도 문자 그대로 ‘건드릴’ 수가 없다. 법이 그렇다. 더구나 판사와 검사는 법 전문가들이다. 말하자면 법을 가지고 노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을 상대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운동장 안에서 벌이는 싸움에서 정치인을 포함한 일반인들이 이길 확률은 현저히 낮다.


물론 실정법 이전에 자연법이 있고 자연법이 있다. 곧 윤리도덕이 법에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하는 법조차 제대로 못 지키는 상황에서 어찌 인륜을 논한다는 말인가? 그러니 법, 특히 실정법에 대한 논의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대로 법관과 검사는 법 전문가들이니 이미 승부는 난 것이다. 아무런 힘이 없는 청와대에 청원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다시 법이다. 판사나 검사나 모두 법을 가지고 노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지고 노는 것 자체를 그들 마음대로 ‘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법은 국회의원들이 만든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영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법을 법관과 검사의 노리개로 만들지 못하게 하려면 법을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법꾸라지가 법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법과 제도를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미국의 트럼프가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의 김대중은 최근 사설설에서 아예 윤석열을 야권의 단일 대권 후보로 밀라고 변죽까지 울린다. 신동아도 윤석열 대망론에 대한 특집 기사로 맞장구를 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여론 조사에서 그의 대권 후보로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적어도 현재로는 이것이 허수가 아니다. 정부에 실망한, 특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의 실패에 염증을 내는 국민들이 콘크리트 보수층과 힘을 합쳐 윤석열을 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서 윤석열에게 트럼프의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윤석열은 자라온 환경이 전혀 다르고 이른바 노는 물도 다르다.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정치계의 완전한 아웃사이더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사실 4년 전만 해도 외부 인사였던 트럼프는 공화당의 모든 ‘정상적인’ 내로라하는 대선 후보를 ‘합법적으로’ 격파해버리고 후보 자리를 꿰어 차더니 결국 대선의 승리를 거머쥐는 일대 사건을 일으켰다. 아무도 그를 막지 못하였다. 거의 모든 언론과 국제 여론이 그를 막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가 이긴 것이다. 사실 그는 골수 공화당이 아니었다. 당적을 여러 번 바꾼 경력이 있다. 1987년부터 12년간 공화당원이었다가 잠깐 개혁당에 몸담더니 다시 9년 동안 민주당원으로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잠시 무소속으로 있다가 2009년부터 다시 공화당원이 된 ‘화려한’ 경력이 있다. 사실 그는 2000년에 미국 개혁당을 발판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12년에도 다시 한번 대통령 후보가 되는 꿈을 꾸다가 포기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2016년 3수 끝에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꿈을 이룬 것이다.


트럼프에게는 공화당 당내의 기반이 전혀 없었고 정치 경력도 전무하였기에 아무도 그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다. 모두 힐러리에게 보기 좋게 패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로 나서자마자 그의 지지율은 수직 상승하였고 파죽지세의 기세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다. 세계 최강국의 권력의 정점에 서다가 비록 이제 패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 워싱턴의 이스테블리시먼트는 물론 모든 언론과 척을 진 그가 당선된 것도 그리고 지금도 몽니를 부릴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도 강력한 풀뿌리 지지세력 덕분이었다.


윤석열도 칠전팔기의 인물이다. 오래 되풀이된 낙방 끝에 마침내 사시에 합격하여 후배들과 법조인의 삶을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2017년 제43대 검찰총장으로 검찰 조직의 최정상에 오르게 된다. 그는 사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추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아닌 조국이 그를 지지하고 추천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과도 대립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 이제는 야당의 대권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풀뿌리 세력의 지지가 견고한 바탕이 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와는 다르게 기성 언론의 대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와 비슷하게 보수정당에서는 거리 두기에 골몰하고 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7,421만 표를 얻어 46.9%의 지지율을 확보하였다. 이는 2016년의 48.2%보다는 1.3%p가 줄어든 것이지만 숫자로는 836만 표가 늘어난 수치로 미국 역대 대선에서 바이든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이다. 표를 분석해 보면 트럼프는 2016년에 비하여 미국 백인들의 표를 7%나 깎아 먹은 것이 결정적 패인이 되었다. 그가 싫어하는 유색인종이나 LGBT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그에 대한 지지가 올라갔다. 여기에는 그가 원래 약속한 강한 미국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 것에 실망한 계층도 있겠지만 미국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마음이 흔들린 계층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미국 언론이 그 정도로 트럼프와 척을 지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에서 그의 재선이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을 것으로 예상할 정도이다. 정말로 그는 아슬아슬하게 패배했다. 그리고 공화당에서는 여전히 그를 적대시하는 세력이 있지만 목소리가 약하다. 이미 2020년 대선에서 공식적으로 패배한 트럼프가 공화당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힘은 퇴임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의 인기를 대체할만한 인물이 공화당에는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어떤가? 3월 달만 해도 그의 지지율은 2%로 그 전달의 5%에 비하여 추락했다. 그러나 추미애와의 대결 정국이 펼쳐지고 마침내 윤석열이 판정승을 거두자 그의 지지율은 23.9%로 차기 대선 주자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오마이뉴스, 2041명 대상 조사 결과[12.21-24.]). 그를 반대하는 이들은 이 숫자가 허수라고 반발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신동아는 트럼프와 마크롱의 예를 들어가며 윤석열이 여도 야도 아닌 제3의 세력을 규합하여 치고 나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사실 윤석열이 여당의 대권후보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장 유력 후보만도 이낙연과 이재명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추미애와 조국도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현 정권과의 대립 각을 세운 것이 그에게는 치명타이다. 그러나 야당에서도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치 2016년 미국 대선에 뛰어든 트럼프를 보는 것 같다.

과연 윤석열은 차기 대선에 나설 것인가? 당연히 나선다. 그가 7월에 물러나면 현 정부의 집중포화를 맞게 될 것이고 야당도 그를 엄호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야당에게 그는 최대한 활용한다고 해도 꽃놀이 패 정도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가 살길은 정치권에 들어서는 것 밖에는 없다. 법조계는 그가 드러낸 법의 한계를 정치계가 ‘보완’하게 되어 그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권력은 법으로 더욱 제한될 것이고 내친김에 법원을 제재하는 법제도도 마련될 것이다. 운석열의 독자 노선은 사실 법조계와 논의하여 수립된 것이 아니라 그의 독불장군식의 방법으로 구축되었다. 그래서 그에게 남은 것은 독불장군의 길이며 그것은 정치밖에 없다. 그가 믿을 것을 여론 조사에서 나타난 지지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동아가 말하는 것처럼 프랑스 마크롱을 벤치마킹하여 신당을 창당하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 정치가들의 속성은 결국 권력의 그늘에 모이는 철새들이다. 윤석열이 트럼프나 마크롱 수준의 바람을 일으킨다면 야당이 와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더구나 이합집산이 매우 활발한 한국의 정치사를 돌아볼 신당 창당은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윤석열의 차기 대선에서의 승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현재의 법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그의 가능성은 상당할 것이다. 이번 윤석열 사태에서 드러난 대로 검찰총장의 권력은 대통령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그가 잘나서가 아니라 법제도가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지만 이는 법제도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다. 판사도 ‘법대로’ 했을 뿐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 ‘법대로’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회창이 한 때 강력한 인기를 등에 업고 대선 후보로 오른 것도 오직 이 ‘법대로’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는 1997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쟁쟁한 8명의 후보를 물리치고 후보가 되어 38.7%를 득표하였다. 당시 김대중 후보가 40.3%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경선 결과에 불복한 이인제(19.2%)가 후보로 나서지만 않았어도 사실 이회창은 반드시 당선되었다. 이를 거울삼아 본다면 윤석열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에는 신당이든 야당이든 당을 배경으로 해야 한다.


과여 야당이 윤석열을 받아들일 것인가? 일단은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강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그는 자식이 없다. 이것은 한국 정치계에서 아킬레스건이 무사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회창도 고공행진을 하다가 결국 낙마한 것은 큰 아들의 병역문제였다. 그는 선거를 반년 남긴 시점에서는 지지율이 40%를 상회하였다. 그러다가 아들 문제로 10%대 초반까지 추락하였다. 그리고 끝내 그 아들의 벽을 넘지 못하였다. 사실 한국의 대통령을 비롯하여 내로라하는 정치가들은 한결 같이 자식 문제로 추문을 겪었다. 최근의 조국도 결국은 자식 문제로 재기가 힘들 정도의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아내와 장모를 걸고넘어지지만 그것은 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공격이다. 한국의 법체계에서는 형사처벌에서 범법 행위 자체도 중요한 사안이지만 법적 절차가 판결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기에 결정적 하자가 되지 못한다. 현재로서는 장모도 공소 유지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는 윤석열 본인의 일이 아니기에 법적으로 본인은 고사하고 연대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법대로 하면 윤석열은 아무 잘못이 없다.


둘째로 윤석열은 돈 문제가 없다. 아내의 재산이 100억 대에 이르지만 그것은 윤석열이 모은 것이 아니다. 정치가는 흔히 돈과 여자 문제로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는 윤석열은 적어도 이 두 문제에 있어서 매우 깨끗하다. 윤석열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윤석열의 아내와 장모를 물고 늘어지지만 헛수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에는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돈을 정치가가 모으면 사달이 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윤석열은 자신은 청렴하고 아내가 부유하다. 정치가로서 이보다 좋은 조건을 없을 것이다.


셋째로 한국 국민들의 정치적인 성향이다. 해방 이후 일당 독재나 다름없는 정치 지형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양당 정치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정서이다.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한국의 정치 정향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로 뚜렷하게 나뉜다. 지금까지 이승만 이래 한국의 대통령은 김대중을 제외하고는 다 경상도 지역에서 나왔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대로 김대중도 이인제가 아니었으면 낙선했다. 한국 정치에서 전라도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소수파로 머물 수밖에 없다. 충청도를 대표했던 이인제는 대선 5개월 전부터 이회창을 꾸준히 능가하는 지지율을 보였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삼국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서울 출신이다. 정당도 무소속이다. 물론 윤석열의 부친인 윤기중은 충남 공주 출신이니 억지로 연결하면 충청권에 뿌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검사가 된 이후 주로 대구와 수도권에서 근무하였기에 그의 지방색을 찾기는 힘들다. 그가 정치에 입문해서 대권 후보가 된다면 명실상부한 첫 수도권 주자가 된다. 이는 삼국 시대에 머물고 있는 한국 정치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누구나 그를 지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끝으로 야당에 인물이 없다. 안철수는 이미 서울시장으로 노선을 틀었고 남은 홍준표나 유승민은 한자리 수에 머무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재명과 이낙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이들의 나중에 단일화한다고 해서 둘의 지지율이 산술적으로 합쳐질 리가 만무하다. 이재명 지지자들은 강한 반문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무엇보다 이재명은 여당의 조직을 활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에 대한 반감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낙연은 결정적으로 전라도를 대표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지난한 일이 될 것이다. 김대중 후보는 강원도와 경상도를 제외한 모든 선거구에서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40.27%의 득표율로 이회창에 겨우 1.52%p(39만 표)라는 간반의 차이로 당선되었다. 이회창이 아들 병역 문제로 만신창이가 되고 난 후에도 말이다.


윤석열은 이제 자의든 타의든 정치가의 길을 가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그가 한국의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를 지지하는 이든 그를 반대하는 이든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형세를 읽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신동아에서는 윤석열이 고건이나 반기문이 아니라 이회창과 닮았다고 하는데 어불성설이다. 윤석열에게서는 트럼프의 향기가 난다. 한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만하다. 한국 정치판에 한번 커다란 굿판이 벌어질 모양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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