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권론의 현실적 조건과 구조적 한계

여론 지형과 제도적 요구 조건에서 조국의 대권은 아직 꿈이다.

by Francis Lee

최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통합 논의가 무산된 과정은 매우 상징적이다. 솔직히 조국은 민주당에 필요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 체제에서 민주당은 이미 강력한 권력의 중심에 서 있다. 굳이 조국 자신인 조국혁신당의 비호감도가 60%에 이르고 정치적 역량도 제대로 검증이 안된 외부 인물을 끌어안아 중도 확장에 리스크를 더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정치에서 냉혹하지만 가장 강력한 판단 기준은 ‘어떤 인물이 우리에게 표를 더해주는가, 빼앗아가는가?’ 일뿐이다. 그런데 현재 조국은 후자에 훨씬 더 가깝다. 정청래는 특히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층이 중첩되어 6월 선거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로 통합을 추진했지만 이런 의미에서 설득력이 없다. 조국을 싫어하는 2030 세대의 반발만 더 심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조국을 카드로 쓰려는 것은 한국 대통령제의 현실을 모르는 전략이다. 대한민국은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다. 대통령은 행정부를 통째로 지휘한다. 이 자리에는 전국 조직력, 안정적 정당 기반, 광역 단체장 네트워크, 정책 브레인 집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국의 정치적 기반인 조국혁신당은 무엇을 갖고 있는가? 그저 비례 의석 몇 석과 강성 지지층 일부만이 전부다. 대권은 SNS와 유튜브 조회수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방 조직과 지역 동원력, 중도층 설득 능력에서 판가름 난다. 조국은 그런 것에서 아무런 역량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는 아직 이 게임의 룰을 체득하지 못한 듯 보인다.


차기 대통령 후보를 꿈꾼다면 지금부터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 가운데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 ‘고령화 재정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AI 시대에 산업 구조 전환은 어떤 전략으로 할 것인가?’ ‘미국도 믿지 못하게 된 외교 안보 위기 속에서 어떤 균형을 잡을 것인가?’ 그러나 조국은 이 질문에 대해 선명한 로드맵을 제시한 적이 거의 없다. 그의 정치적 언어는 여전히 과거지향적인 ‘검찰 개혁’과 ‘기득권 비판’에 머물러 있다. 정작 그 자신이 여전히 ‘강남 좌파’라는 기득권을 전혀 버리지 못하면서 말이다.


2026년의 유권자는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묻는다. 주가 지수가 5500을 돌파하고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고공행진을 해도 대다수 국민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조국과 같이 과거의 전장에 머무는 정치인은 결코 현재의 권력을 얻을 수 없다. 물론 조국은 상징적 인물일 수 있다. 그러나 상징은 국가를 운영하지 못한다.


대통령은 예산을 다뤄야 하고, 국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며, 군 통수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동안 애틋한 가족애만 보여주어 온 그가 이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지금까지 조국이 보여준 행보는 투쟁의 언어에 머물러 있을 뿐 통합과 운영의 언어로 전환하지 못했다.


조국의 대권 도전이 문제인 이유는 단순히 정치적 경쟁 때문이 아니다. 그는 정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국민적 신뢰 회복, 중도층 설득, 정책적 구체성, 전국 조직 기반, 당내 권력 기반 가운데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다. 이러한 역량이 없는 자의 대권 도전 의지 선언은 정치적 실험이 아니라 무책임한 도전일 뿐이다. 국가 지도자는 열망이 아니라 엄격하고 치열한 검증으로 선출된다. 조국은 아직 검증의 문턱은 고사하고 그 시작점에도 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조국은 은연중에 벌써 대권을 말한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은 냉혹하다. 다시 말하지만 높은 비호감도, 취약한 조직력, 불안정한 정치적 위치, 그리고 무엇보다 중도 확장의 실패는 그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대통령은 상징의 자리도 아니고 팬덤의 지지에 보상하는 자리도 아니다. 지금의 조국에게 대권은 가능성이 아니라 정치적 무리수에 가깝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면, 그 무리수는 국가적 선택지로 보기엔 지나치게 위험하다. 그러니 좀 더 자중하고 수신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학>에 나오는 대로 한 나라의 지도자가 목표로 삼아야 할 삼강령을 실천하자면 팔조목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팔조목에 속하는 수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격물, 치지, 성의, 정심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조국은 정치의 이치를 격물하는 단계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대권을 꿈꾸고 있다. 꿈꾸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 자유가 국민의 저항을 불러일으킨다면 꿈을 개인적인 것에 머물도록 하는 겸양지덕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오히려 국민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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