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를 꿈꾸는 당대표, 통합인가 계산인가?
정치는 꿈을 먹고 자란다. 그러나 그 꿈이 누구의 것인가에 따라 정치는 희망이 되기도 하고, 야망이 되기도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인 정청래가 조국이 이끄는 조국혁신당과의 연대 혹은 영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며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겉으로는 ‘통합’과 ‘개혁 연대’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차기 대권 구도 속에서 스스로를 ‘킹메이커’로 자리매김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읽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청래의 꿈은 무엇인가? 그는 오랫동안 강성 개혁 노선을 대표해 온 인물이다. 당내 기반 역시 열성 지지층과의 밀착 속에서 다져왔다. 이런 그가 조국과의 전략적 결합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인적 영입을 넘어 상징 정치의 결합이 된다. 조국은 여전히 강한 지지와 동시에 강한 반대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다시 말해, 결집 효과는 크지만 확장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정청래가 꿈꾸는 정치적 시나리오는 ‘결집을 통한 주도권 확보’일 가능성이 높다. 당내 경선과 향후 대선 구도에서 개혁 진영의 상징 자산을 한데 묶어 자신이 조정자이자 연결자가 되는 그림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외연 확장보다는 진영 내부의 재편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미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서 또 하나의 상징적 연합을 만드는 것이 과연 중도층을 설득하는 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는 숫자다. 그리고 숫자는 감정보다 냉정하다. 조국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 그를 전면에 세우는 전략은 열성 지지층의 환호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동시에 중도·무당층의 거부감을 자극할 위험도 안고 있다. 만약 정청래의 계산이 ‘강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내부 주도권 장악’에 머문다면, 그것은 장기적 국가 운영 비전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킹메이커 정치’의 한계도 분명하다. 킹메이커는 후보를 만들 수 있지만, 시대를 만들 수는 없다.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어 온 계파 연합과 전략적 단일화는 순간의 승리를 가져왔지만, 구조적 신뢰 회복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정치가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인물의 결합이 아니라 정책과 철학의 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청래의 꿈이 당권을 넘어 정권 재창출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 꿈은 보다 넓은 국민을 향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의 환호는 정치인의 체온을 올려주지만, 국가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조용한 다수의 선택이다. 조국과의 결합이 진정한 가치 연대인지, 아니면 전략적 상징 동원에 불과한지는 시간이 가를 것이다.
정치인의 꿈은 야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야망이 공공의 비전으로 승화되지 못할 때, 그것은 또 하나의 진영 정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키를 쥐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배를 몰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항로 제시다. 정청래의 꿈이 개인의 정치적 도약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시험대는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