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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03. 2021

윤석열이 드디어 주사위를 던졌다?

Alea iacta est!

조선일보의 유근일이 “586 강경파 쿠데타.. 윤석열이 선택할 때가 다가온다”라는 제목의 2021년 3월 1일 자 [류근일 칼럼]의 글의 결론에서 다음과 같이 요구하였다. 윤석열 총장은 더 큰 결단도 내려야 한다. 중수청 법안이 발의될 무렵, 그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대한제국 군대 해산 날 박승환 대대장은 권총 자결을 했다. 대한민국 검찰 해산 날 윤 총장은 자결 대신 칼을 뽑을 만하다. 모든 걸 던지면 뭔가를 얻는다. 시대는 반()전체주의 자유 레지스탕스를 요구한다.”(https://news.v.daum.net/v/20210301032015760?x_imp=dG9yb3NfbWVkaWFkYXVtX3Nlcmllc19hbHBoYQ==&x_hk=MTNmMWNjODYwMzJmNDFjMzI0) 이에 대하여 화답이라도 하듯이 윤석열은 31일 검사 인생에서 처음으로 중앙지와 단독 회견을 가지며 정부의 검찰 개혁 조치에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586400) 이제 그는 루비콘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49년 실질적으로 popularis, 평민파에 속하던 시저는 원로원의 명령을 무시하고 당시 로마 공화국의 권력을 장악하던 폼페이우스를 중심으로 한 optimates, 보수파를 격파하러 나섰다. 이로부터 기원전 45년까지 지속된 내전이 종식되고 마침내 거의 황제가 된 시저를 중심으로 한 로마 제국이 탄생하게 된다. 사실 시저는 당시 로마의 보수 기득권 세력인 원로원의 귀족들의 전횡에 맞서 정치 개혁에 나선 셈이었으나 결국 그에게 실망한 개혁 세력과 보수 기득권 세력 모두의 반발로 암살되는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주사위를 던진 윤석열은 로마시대의 평민파라기보다는 보수파에 가까운 인물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현재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는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이 시저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보수 기득권 세력의 아성의 명맥을 이어가는 정당이다. 그리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 대척점에 서 있지만 엄연한 기득권 세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이야말로 루비콘 강을 건너야 할 인물이다. 참다운 의미의 평민파의 선두에 서서 말이다.     


그런데 윤석열이 보수 세력의 눈에 보기에 기득권 세력인 현 정부를 치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뭔가 박자가 안 맞아 보인다. 오히려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시저에게 권력을 빼앗긴’ optimates가 다시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하여 암살단을 조직하듯 대타로 윤석열을 내세운 모양새이다. 물론 시저를 암살한 세력은 기대와는 달리 그가 독재자가 되는 것에 환멸을 느낀 주변 세력이었지만 말이다. 과연 윤석열이 그런 보수 세력의 염원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대선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보아 정치가에게 가장 중요한 이른바 권력의지(Wille zur Macht)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직은? 없다. 정치 경험은? 없다. 정치 자금은? 어느 정도 있지만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윤석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무엇인가? 오로지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다. 신당 창당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한국 정치계에서 신당을 창당하여 성공한 사례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도 성공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트럼프가 미국의 정치 지형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신당 창당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이유를 윤석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의 다음 행보는 국민의힘 내부의 자잘한 세력들과의 연대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중의 인기이다. 미국 정치계의 완전한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여 결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대중의 지지 덕분이었다. 윤석열은 일단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언론인 조선일보가 돕기로 작정하고 나선 모양이니 남은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지지이다. 보수 언론이 세몰이에 나서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이재명 지사는 상승추세(23.4%, +5.2%p)인 반면 윤석열의 인기는 점차 식어가고(18.4%, -4.6%p) 있다.(http://www.realmeter.net/%E3%80%8E%EC%98%A4%EB%A7%88%EC%9D%B4%EB%89%B4%EC%8A%A4-%EB%A6%AC%EC%96%BC%EB%AF%B8%ED%84%B0-2021%EB%85%84-1%EC%9B%94-%EC%B0%A8%EA%B8%B0-%EB%8C%80%EC%84%A0%EC%A3%BC%EC%9E%90-%EC%84%A0%ED%98%B8%EB%8F%84/)    


그러나 한 때 대세였던 이낙연보다는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13.6%, -4.6%p) 있으니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약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가 확정되면 당연히 보수 세력이 결집되는 효과로 지지율은 현재보다 더 상승하게 될 것이다. 다시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의 조사를 살펴보면 정당 지지율이 현재 더불어민주당 32.9% 국민의힘 30.7%로 팽팽하다. 열린민주당(6.7%)과 국민의당(7.2%) 지지율을 각각 더해도 그 비율은 거의 변함이 없다. 후보가 누가 되든 결국 대선은 정당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의 전망은 이채롭다. 이재명이나 윤석열이나 다 아웃사이더들이다. 정당 내부의 세력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대중의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 이른바 더불어민주당 내의 최대 계파인 친문 측에서 이재명에 대한 견제를 시작한 모양이지만 대세를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홍준표 정도가 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지만 윤석열과는 인기도에서 비교가 안 된다. 결국 양당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할 때 국민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중의 지지율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아 결국 이재명과 윤석열의 양자대결 구도가 확립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재명과 윤석열이 인기가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첫째가는 이유는 기득권에 대한 염증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일단 기득권의 반열에 오르면 여지없이 보여주는 이권다툼과 몸조심에 국민들은 혐오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개혁을 하라고 권력을 주었는데 적당히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는 것이다. 권력은 국민이 개혁하라고 준 것인데 마치 자신들이 전쟁에서 이겨 획득한 전리품이나 되는 듯이 자기들 마음대로 권력과 재물을 주고받고 하는 꼴이 역겨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저가 암살당한 근본적 이유와 일맥 상통하는 정치 기득권 세력에 대한 근본적 염증이다.


물론 이낙연도 친문 계파에 있지 않으니 엄밀한 의미에서 여당에서 기득권을 지닌 주류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에 오래 몸담은 결과 국민들의 눈에 이낙연은 기득권에 속하는 인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정작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외적 상황은 정치경제적으로나 질병 관리 차원에서나 위기인 상황인데 기득권자들의 특성인 보신주의가 이낙연에게서 보이기에 국민들의 지지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 어느 정도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는 혁명적으로 치고 나가는 지도자, 마치 시저가 루비콘 강을 건너 수구적인 보수 기득권 세력을 격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낼 인물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그런데 야당이지만 천생 수구적인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도 혁파의 대상이나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전혀 없으니 문제다. 너무 오랫동안 기득권을 즐겨왔던 타성에 젖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왜 개혁해야 하는지 이유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니 남은 재주라고는 그저 여당 물어뜯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재주가 없다. 그러니 여당이 아무리 자충수를 두어도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이 그런 국민의힘에 개혁의 불씨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힘들 것이다. 기득권 향유의 타성에 젖은 국민의힘이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를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내부에는 여당의 친문과 대적할만한 계파가 존재하지 않고 오합지졸들이 군웅할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간절히 바라는 인물은 사실 박근혜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과거 지리멸렬하던 한나라당의 당대표가 되면서 당을 살린 것이 바로 박근혜이다. 비록 2007년 경선에서 이명박에게 패배했지만 2008년 이른바 친박연대의 돌풍을 일으키며 보수 정당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내친김에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박근혜에 대한 향수가 아직 국민의힘에는 강하게 남아 있다.      


박근혜가 이런 이른바 선거의 여왕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박정희의 후광이었다. 그리고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은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어떤가? 윤석열은 특정 지역의 지지기반이 없다. 그리고 사실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적도 없다. 과거의 비슷한 사례를 찾자면 대쪽판사로 이름을 남긴 이회창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은 당시 여권에서 정치적 힘을 키우면서 여권을, 특히 김영삼을 밟고올라간 인물이다. 이에 비하여 윤석열은 여권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여권에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적인 지지 세력은 야권에 있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그러니 이제 그는 문자 그대로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중의 지지도를 끌어 올리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4월  보선에 힘을 싣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리고 장모를 둘러싼 추문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 그가 이제 막 건넌 강이 요르단강이 될지 아니면 루비콘강이 될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하나 확실한 것은 만약 윤석열 카드마저 보수 진영에 별무 효과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제 한국 정계에서 보수 세력은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차기 신진 정치 세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마치 천수답처럼 하늘만 바라보며 박근혜와 같은 비가 내리기를 고대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과연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그런 단비를 내려줄까? 이 또한 매우 흥미있게 지켜볼 일이다. 암튼 내년 대선까지 한국의 정계가 심심할리는 없겠다. 윤석열의 출사표에 대한 이재명의 첫 반응은 적절한 비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총장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이 말씀에 들어있는 기준에 따라 행동해 주시면 좋겠다." 뜨거운 감자인 윤석열 총장에 대하여 여당이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이재명이 순발력을 발휘하여 치고 나온 것이다. 사실 이낙연 대표는 할 말이 있지만 자신의 발언이 곧 더불어민주당의 공적인 입장으로 해석되기에 조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석열이 대망의 의지를 구체화 할 수록 이제 이재명과 윤석열의 대결 구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 너무 자명하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경쟁을 즐길 때가 왔다. 국민은 이를 즐길 권리가 있다.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2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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