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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04. 2021

LH공사 직원들의 토지 매입이 문제라고?

투자인가 투기인가?

    

LH공사 직원들이 신도시 지정 이전에 광명과 시흥의 개발 예정지에 100억 원 정도의 돈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가치를 올리기 위하여 나무까지 심었다는 언론 보도로 문자 그대로 난리가 났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한 투기로 보여 여론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런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이들의 행태를 동조하는 글이 올라와 더욱 분노가 커지고 있다. 그 글의 요지는 LH 직원이라고 해서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인지 아니면 본인이 공부해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인지 법원이나 검찰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리고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것도 크다. 그리고 그런 심리를 잘 아는 언론이 사회적 분란을 조성하고 있다. 그래야 기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결국 광고 수익의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실의 공정한 보도는 관심이 없는 한국 언론의 행태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저 선전선동에 몰두하는 한국 언론은 적폐 중의 적폐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많은 사람들이 사태의 올바른 전말을 알기 이전에 남이 큰돈을 번다는 이야기 자체에 흥분하는 사회가 되었으니 그런 기사가 범람하는 것 아니겠는가?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말 대로 법과 제도를 척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잘못하면 사실 이번 사건은 사촌이 땅을 사서 배 아픈 경우가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투자라면 면죄가 될 것이고 투기라고 하여도 법에 저촉된 것이 아니라면 또한 면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런 경우 법적으로는 내부정보를 이용했다고 해도 업무와 무관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을 활용하여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경제의 주요 원리로 삼고 있다. 이러한 수익 창출이 없다면 사실 오늘날의 물질적 풍요는 불가능했다. 자본주의의 근본적 요소 곧 상품 생산과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판매, 그리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패러다임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붕괴된다.      



그런데 과연 어디까지가 투기이고 어디서부터가 투자인가?     


투자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투자와 적절한 수익이 없으면 현대 국가의 복지가 유지되지 못한다. 자본주의는 무한한 수익 창출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자본주의는 자본을 투자하여 더 많은 수익을 낳는 제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는 돈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현물도 있지만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토지와 상품이 환금성을 지닌 것만이 자본이 된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돈이 중심이 되어 자본이 만들어진다. 이 자본을 은행에 맡기면 불로 소득이 나온다. 곧 이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자만 받는 것보다 더 나은 투자처가 있다면 당연히 돈을 은행에서 꺼내어 투자를 한다. 다만 여기에서 예측 가능한 수익의 품질에 따라 투자와 투기가 나뉜다.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자. 미리업 웹스터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투기는 다음과 같다.     


an act or instance of speculating: such as

aassumption of unusual business risk in hopes of obtaining commensurate gain, ba transaction involving such speculation          


손해 볼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는 투자가 투기이다.      


이에 비하여 투자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the outlay of money usually for income or profit capital outlay also the sum invested or the property purchased     


통상적인 이익을 바라고 하는 것이 투자이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는가 여부가 투자와 투기를 갈라놓는다.      


그런데 세상에 위험 곧 불확실성을 감수하지 않은 것이 존재하는가? 그러니 사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투자나 투기 생각 없이 살집을 마련했는데 신도시 개발로 그 값이 급격히 올라 큰 이익을 볼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택지 개발로 강제 수용되어 헐값에 넘기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받고자 했으나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누가 미래를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실 모든 투기 행위는 투자요 투자 행위는 투기이다.     


그러므로 이번의 LH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토지 매입 사건은 투기냐 투자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부 ‘신이 난’ 언론의 장단에 놀아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적법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여 이익을 목적으로 땅을 매수했다면 비록 배가 아프기는 하지만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근본 원칙에 충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수익이라도 불법적으로 얻을 것이라면 마땅히 처벌하고 수익을 환수해야 한다.     


그러나 따져보자. 지금까지 장차관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직위에 올라보려고 하는 이들의 면면에서 불법 전입, 불법 부동산 매입, 편법 불법 학위 수여의 경우를 찾을 수 없는 사례가 얼마나 있었는지? 이제 와서 회사 차장급 이하의 '조무래기' 직원들의 이른바 ‘땅 투기’를 놓고 경천동지 할 죄라도 지은 것처럼 소란을 떠는 언론과 정치계가 우습다. 이런 식의 부조리를 제대로 조사한다면 안 걸릴 ‘영감들’이 몇 명이나 될까? 이번 사건이 태산명동 서일필이 되는 것도 걱정되지만 이른바 사회 지도층의 내로남불의 또 하나의 사례가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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