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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05. 2021

윤석열에게 급히 필요한 것 열 가지.

신십훈요

매일경제는 대선 1년 남았는데 국민의힘에는 지지율이 5%를 넘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고 한탄한다.(https://news.v.daum.net/v/20210307182104749?x_trkm=t) 이런 와중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윤석열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이다. 그런데 막상 띄우고자 하나 내용이 없다. 그래서 중앙일보는 뒤지다가 결국 ‘1년 전 어느 날’ 김한길이 밥 먹다가 안주삼아 했다는 이야기를 타이틀로 걸었다. “윤석열 만난 與거물 정치인..‘尹대통령 어떤가’ 김한길 주목”(https://news.v.daum.net/v/20210307181346674?x_trkm=t). 제목만 보면 김한길이 윤석열을 아예 대권 후보로 작심하고 밀 것 같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밥 먹다가 한 지나가는 말에 불과하다.


동아일보는 쓸 것이 너무 없었는지 윤석열이 아내 사무실을 방문한 것을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0307/105758224/2?ref=main) 보수 언론들이 윤석열을 밀기로 합심을 한 모양이나 막상 쓸 것이 참 없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인이 되기에는 윤석열에게 모자라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아일보도 청치인 윤석열 성패 좌우할 3가지 핵심 변수를 짚어보고 있는데 정작 윤석열 자신과 관련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0307/105762536/1?ref=main) 그저 윤석열을 둘러싼 상황이 운 좋게 흘러가기를 기원하는 모양새이다. 그러면서도 논설위원이 윤석열은 타고난 정치가라고 치켜세운다.(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0308/105763831/1?ref=main)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News 1은 1년 반년 전에 나왔던 윤석열 사주까지 들먹이고 있다.(https://news.v.daum.net/v/20210308060053184). 이 정도면 이제 기레기들이 총 출동하는 모양새이다. 정치인 윤석열에 대해서 뭔가 쓰기는 해야겠는 데 정말로 쓸 것이 없는 모양이다. 조금 있으면 우주의 기운이 윤석열에게 내린다는 기사도 나올 판이다. 그것도 모자라 News 1은 이제 아예 윤석열의 지지율이 이재명을 압도한다는 기사까지 내보내고 있다.(https://news.v.daum.net/v/20210308083102428) 한국 언론의 타락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 거의 바닥에 온 느낌이다. 그러나 근본 문제는 윤석열 자신이다. 정치인으로서 뭔가 보여주어야 하는 데 정부와 대립한 것 말고 사실 보여준 것이 없다.


평생 검찰에서 살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윤석열이 바로 정계에 투신하고 더구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보수 언론의 지원만으로도 안 되고 주변 상황이 운 좋게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근본적으로 윤석열 자신이 대선 후보의 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너무나 많이 모자란다. 이제라도 빨리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래서 10가지를 주문해 본다.

   

무엇보다도 먼저 스피치 학원에 빨리 등록을 해야 한다. 총장 시절에는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부하’들이 널려 있어 말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말을 너무 못 한다. 초등학생이 말하는 투다. 정치가의 첫째가는 능력은 말이다. 오죽하면 민주주의의 요람인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웅변 학교가 있었을까? 말 못 하는 정치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치가는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고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게 말로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안철수가 왜 실패했는지 아는가? 별명대로 ‘안 초딩’ 수준의 말주변 때문이다.

     

둘째로 운동을 해야 한다. 비대하여 조금만 걸어도 헐떡이는 정치가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있다. 과체중은 만병의 근원이다. 빨리 체중을 빼고 운동으로 체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어차피 코로나로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이 불가능하니 운동기구를 당장 주문해야 한다.      


셋째로 웃는 연습을 해야 한다. 총장으로 있을 때는 웃지 않아야 더 영이 서는 법이라 근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기자 앞에서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 앞에서도 웃는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무서울 정도이다. 웃으면 앞에 있는 사람이 몸이 움찔해진다. 평소 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시작할 때 늘 겪는 어려움이다.     


넷째로 빨리 캐주얼 복장에 익숙해져야 한다. 총장으로 있던 시절에는 권위와 격식을 갖추느라고 양복을 작업복처럼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는 모든 계층의 모든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 검찰에서 ‘작업’하듯이 사람을 대하면 사람들이 멀어지게 된다. 자연스러운 태도를 연습하되 외모도 캐주얼하게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겉모습이 80% 이상 먹고 들어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로 나와바리, 곧 구역 정신을 버려야 한다. 그동안 검찰 안에서만 헤엄치고 더구나 총장이 되다 보니 막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말도 막 하고 행동도 막 해도 되었다. 그러나 김어준의 뉴스공장 게스트가 한 말대로 정치계는 유도 한 종목만 잘해서는 안 된다. 종합격투기의 장이 정치계다. 이미 세상이 다 본 대로 쿵후의 대가도 평범한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박살 나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이라는 좁은 무대에서는 유도 하나만 잘해도 적수가 없었겠지만 정치계라는 종합 격투기장에서는 코너 멕그리거와 같은 무적의 전사도 결국 박살 나는 곳이다. 박근혜가 그랬고,  황교안이 그랬다.     


여섯째로 진심으로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검찰에서 바라보는 국민들은 다 잠재적 범죄자로 걸면 걸리는 ‘걸리버’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매우 연약하고 무기력해 보이지만 집단으로서의 국민, 나아가 민중은 문자 그대로 역사를 만드는 존재들이다. 국민을 검찰 취조실에 끌려온 범죄자쯤으로 대하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박살이 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일곱째로 정치적 감각을 키워야 한다. 사실 이는 키우기 힘든 것으로 타고나야 한다. 그런데 후천적 연습을 하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유감스럽게도 윤석열의 사임 시점을 볼 때 감각이 아직 많이 모자라 보인다. 올해 4월 보선과 내년 3월의 대선을 보고 행마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사임한 것은 실수였다. 정치적 자산이 전혀 없는 윤석열이 야당, 더 나아가 보수의 아이콘이 되기 위해서는 현 정부, 여당과 처절한 싸움을 하고 거의 순교자의 모습으로 ‘쫓겨났어야’ 한다. 지난번 추미애가 나가라는 신호를 주었을 때 박차고 나왔으면 더 극적인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임기를 다 채우고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나감으로 해서 어쭙잖은 정치적 감각을 보여주는 척하는, 결국 기성 정치가들을 모방하는 식상함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국민들은 신선한 정치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퇴임 시점을 잘못 잡아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자신이 스스로 헌 술임을 보여주었다. 이제라도 반성하고 감각을 키워야 할 것이다.     


여덟째로 사람을 잘 볼 줄 알아야 한다. 검찰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의 문제는 모든 인간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것이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범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통계적으로도 범죄에 연계되는 사람의 숫자는 전체 국민의 10%도 안 된다. 나머지 90%의 사람들 가운데에는 놀라울 정도로 선한 사람들이 많다. 근묵자흑이다. 이미 검은 인간들과 어울리면 자신도 검어지기 십상이다. 사람을 찾고 선한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아홉째로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 검사로 있으면서 일제 강점기의 용어를 사용하여 서류를 꾸미던 연습을

하던 흔적이 이번 퇴임의 변에 그대로 묻어난다. 국민들에게 말과 마찬가지로 글로 자신의 뜻을 전할 때는 범인을 기소할 때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하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글 쓰는 이의 진심이 묻어나야 할 뿐 아니라 그 글을 읽는 사람의 수용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내가 아는 단어와 문장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여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제 부하들이 아니라 국민과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는 입장에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좋은 모범이 되는 것이 전임 노무현 대통령의 글과 어록이다. 글을 배우고 싶다면 꼭 참고하기 바란다.     


열째로 역사 공부를 빨리 해서 시대정신을 파악해야 한다. 퇴임의 변에서 사용한 많은 개념이 이미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여러 가지 지적해야겠지만 윤석열이 한 다음과 같은 말을 지적하고 싶다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고 한지 모르겠다. 자유민주주의 영어로 한다면 liberal democracy이다. 이 개념은 우리 헌법에도 안 나온 개념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중심지인 미국 헌법에도 안 나온다. 자유주의의 핵심은 고삐 풀린 자본주의이다. 그리고 자본가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신으로 그 대척점에 있던 봉건시대의 귀족 제도의 붕괴로 이미 그 효용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월가의 금융위기도 바로 궁극적으로 이 자유주의의 정신이 만들어낸 괴물이었다. 현대 사회는 자유주의가 아니라 인본주의가 필요한 시대이다. 시대정신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이 글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누군가가 써준 것이라면 정신 차려야 한다. 자유주의를 들고 나와 봐야 극소수의 자본가들의 입맛만 맞출 뿐 정치가의 큰 자산인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의 대척점에 있던 봉건주의나 고삐 풀린 자본주의와 한 때 대립했던 공산주의가 사라진 마당에 이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시대착오일 수밖에 없다.      


공부하기 바란다. 그래서 진심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을 위해 진정한 봉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그저 수구 보수의 불쏘시개로 사용되다가 ‘팽’을 당하기에는 아까우니 말이다.


그런데 이걸 다 배울 시간이 있을까? 아니 관심이나 있을까?


아님 말고... 평양 감사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그만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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