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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07. 2021

LH 사태의 전망

보선과 대선, 그리고 친문의 명운이 달린 문제



사실 법적으로 따지면 이번에 내부 정보로 땅을 선매한 직원들이라 해도 벌금을 비롯한 형벌에 비해 부동산 투기 차익이 훨씬 클 것이다. 그리고 처벌도 결국 꼬리 자르기에 그치고 말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문제를 문자 그대로 발본색원한다면 현재 관리들 대부분이 거의 다 걸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엄단’을 촉구하는 이유는 당장 4월의 보선과 내년 3월의 대선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역린이다. 이는 색깔론과 보수 진보를 넘어서는 가장 큰 정치적 주제이다. 그래서 정부도 단순히 LH만이 아니라 공무원 사회 전체를 거의 전수 조사하자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는 해결 불가능한 일이다. 법 자체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들을 제대로 처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에 정부는 대대적으로 선전 효과를 노리는 차선책을 취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 문제 해결의 가장 핵심적인 절차는 법제도의 정비이다. 부정한, 더 나아가 부도덕한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여 고 수익을 얻었다면 그것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수익 전체를 환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단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경제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특히 미국식 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기에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간섭이 최대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책을 보아도 이러한 한계를 알 수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올려서 부동산의 가격 상승과 투기를 차단하겠다고 하지만 겨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10%p 상승시키고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세금을 통한 간접 제재는 결국 무주택자, 곧 전세든 월세든 세입자의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기에 주택 보유자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해결책은 주택 공급이다. 그래서 이번에 2.4 정책을 발표하여 수도권을 포함하여 총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를 위하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2년 실거주 의무를 면제하는 조치가 따른 것은 패착이다. 결국 집 있는 사람들에게 그것도 자기 집 말고 재건축 가능한 집이 있는 다주택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용적률도 상향시켜서 고밀도 주택단지를 만들어 낸다면 당장은 주택 공급이 늘어나 부동산의 양적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주거의 질은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중소평형 아파트 단지의 슬럼화를 가져올 것이 너무나 뻔하다. 게다가 게다가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9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서민이 이 집을 살 가능성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2.4 대책은 언발에 오줌 싸기와 다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LH 직원 투기 사건은 2.4 대책의 실현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사태로 4월 보선에서 서울 시장을 야당에 넘기게 된다면 2.4 대책은 당리당략 차원의 싸움의 대상이 되어 실행에 옮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정부는 LH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대로 이 문제는 법제도의 미비로 근본적 해결이 구조적으로 불가능 것이기에 어차피 정부가 지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4월 보선 이전에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속전속결로 죄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를 어느 정도라도 무마해야 한다. 실제로 법적 절차에 들어가면 이런 문제의 최종 판결은 3년 이상 걸리게 되어 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투기범으로 몰린 이들도 사력을 다하여 허술한 법을 이용할 것이기에 소송은 매우 복잡해질 것이고 만약 ‘범죄’에 연관된 이들의 숫자가 많아진다면 그 기간은 더욱 오래 걸릴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돈에 관련된 문제에서는 목숨을 걸기 마련이다.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 간단히 전망을 해보자. 4월 보선에서 여당이 승리를 거둔다면 이 문제는 더 확장되지 않고 수습될 것이다. 문제를 키워봐야 공무원들이 동요할 것이고 대선을 앞둔 정부의 입장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어차피 국민들은 3개월 이상 진행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으니 적당한 시기에 마무리될 것이다. 그러나 여당이 4월 보선에서 특히 서울 시장 자리를 잃게 된다면 이 사태는 장기화될 것이고 결국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최대의 정파인 친문 세력의 입지가 좁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현재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지사의 입지가 강화되어 결국 정계 재편까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LH사건은 단순한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아니라 현 정권 좁게는 친문 세력의 명운이 달린 문제이다. 그래서 사실 법적으로는 투기에 가담한 LH 직원들의 죄를 묻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서울 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난 다음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단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독일에서 조차 부동산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상승 중이다. 이는 단순히 2008년 금융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양적 완화의 영향만이 아니다. 사회가 더욱 개인주의화되고 1인 가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부자들은 남는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것이고 가난한 이들은 1인 가구로 전락하여 소형 주택의 수요도 늘 수밖에 없다. 또한 더욱 줄어드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드는 빈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신축 주택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축할 대지도 없기에 집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시골과 인구가 줄어든 지역에서는 폐가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사정으로 주택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는 일본을 모범 삼아 주택 억제책을 버리고 주택 공급 확대책을 선택했지만 그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만약 2.4 대책에서 약속한 83만 가구를 다 지을 수 있다고 해도 현재 문제다. 2018년 현재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4.2%로 전체 가구수보다 84만 채가 많다. 그런데도 집이 모자란다. 이는 단순히 다주택자들 탓이 아니다. 단순 주택보급률보다 더 정확한 1000인당 주택보급률을 보면 한국은 403호로 OECD의 36개 회원국 가운데 28위이다. 아직 주택보급이 형편없는 수준인 것이다. 그래서 주택을 더 지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일본이나 독일 수준으로 올린다 해도 100채 이상이 더 필요하다. 83만 채로는 어림도 없다. 더구나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 310만 호가 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는 데에는 턱 없이 적은 숫자이다. 또한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집의 숫자도 120만 채에 달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본이나 독일 수준의 주택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새로 지어야 할 집의 숫자가 수백만 채 단위가 된다는 소리이다. 그것도 경제 발전이 이루져 기대 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집을 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 문자 그대로 돈키호테가 주인공인 뮤지컬 Man of La Mancha에 나오는 노랫말대로 “The Impossible Dream”이다. 



정부 당국이나 관리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국민의 역린을 건드렸으니 어떻게 해서든 수습하는 모양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4월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현재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친문 세력은 대선에서도 영향력을 상실하여 몰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너무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인기에만 의존해온 탓이 크다. 그리고 사실 이는 한국 정치사에서 늘 보아온 모습이다. 이른바 ‘보스’를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하고 뭉치다가 그 보스가 사라지고 나면 흩어지기를 반복해 온 것이다. 문제는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특히 서민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인 대통령에게 꿈을 걸었던 그 서민들 말이다. 그들의 꿈이 “impossible dream”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이 노래는 서민이 아니라 영웅적 지도자가 불러야 하는 노래이다. 그리고 그 노랫말에 나온 대로 그러나 우리 사회에 누가 이런 노래를 부르면 총대를 메고 앞으로 나설 것인가? 그저 몸보신만 하는 정치가들의 세상이다. 그 짐은 고스란히 민중이 지면서 말이다.  그래도 민중은 다시 영웅을 기다릴 밖에. 불가능한 꿈을 꾸며 대의를 위하여 민중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을 바치는 그런 영웅 말이다.


To dream ... the impossible dream ...

To fight ... the unbeatable foe ...

To bear ... with unbearable sorrow ...

To run ... where the brave dare not go ...

To right ... the unrightable wrong ...

To love ... pure and chaste from afar ...

To try ... when your arms are too weary ...

To reach ... the unreachable star ...

This is my quest, to follow that star ...

No matter how hopeless, no matter how far ...

To fight for the right, without question or pause ...

To be willing to march into Hell, for a Heavenly cause ...

And I know if I'll only be true, to this glorious quest,

That my heart will lie will lie peaceful and calm,

when I'm laid to my rest ...

And the world will be better for this:

That one man, scorned and covered with scars,

Still strove, with his last ounce of courage,

To reach ... the unreachable st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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