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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10. 2021

윤석열이 왕이 될 상?

언론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논한다

3월 8일 자 헤럴드 경제의 “‘누가 왕이 될 상?’ AI 관상가가 본 윤석열·이재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느닷없이 요즘 뜨고 있는 대선 주자들 3명의 관상이 비교되었다.(https://news.v.daum.net/v/20210308193122667) 결론적으로 윤석열은 98%의 확률로 왕이 될 상이고 이재명은 53%의 확률로 장사꾼의 상이며 이낙연은 74%의 확률로 왕이 될 상이란다. 그런데 이런 관상을 본 것이 살아있는 유명 관상가가 아니라 “AI 관상가 양반, 거 누가 왕이 될 상이오?”라는 스마트폰 앱이었다.



     


(출처: 헤럴드 경제, https://news.v.daum.net/v/20210308193122667)


하도 기가 막혀 당장 앱을 다운로드하여 내 얼굴을 비롯 자식들의 얼굴도 앱에 넣고 돌려 보았다. 그 결과 나의 관상은 99%의 확률로 왕이 될 상이었다. 거짓말이라고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증거물을 올려본다.


윤석열보다 1%p나 높으니 그럼 나는 상왕의 관상이란 말인가?


그리고 내 두 아이의 상은 모두 99%의 확률로 장사꾼이 될 상이 었다. 그러나 나는 평생 한 아내의 종살이를 하고 있는 중이고 두 이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어디 왕이 될 상이고 장사꾼이 될 상이란 말인가?     


물론 이 기사의 말미에는 면피성으로 이른바 “AI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관상 결과를 재미 정도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니 내 결과도 재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언론의 기사로 나간다는 것이 문제다. 더구나 대선 예상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이런 기사를 내는 의도가 너무 뻔하지 않은가? 내친김에 헤럴드 경제라는 회사를 검색해 보니 1973년 10월 23일 설립된 신문 발행사로 직원이 310명에 매출액이 573억이 되는 중견 기업이었다. 주요 사업이  《헤럴드경제신문》 발행, 출판, 어학원 운영, 부동산 임대였다.(https://www.saramin.co.kr/zf_user/company-info/view/csn/QzBKa0pBWTlFRTdhL0x6ZWk4WUtPUT09/company_nm/(%EC%A3%BC)%ED%97%A4%EB%9F%B4%EB%93%9C)     


언론계에 50년 가까이 몸 담고 있는 기업이니 한국의 언론계의 생리를 잘 알고 있으리라. 위에 언급한 기사를 쓴 김민지 기자는 희희낙락하고 있을 것 같다. 댓글이 4,017개나 달려 있고 한 때 실검 상위에 오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앱을 사용한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 예를 들어 윤석열이 장사꾼, 나아가 선택지 가운데 하나인 천민의 상으로 나왔어도 이런 기사를 실었을까?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한국 언론의 병폐에 대한 탄식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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