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Mar 22. 2021

윤석열의 사람들?

대선은 언론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If you don't read the newspaper, you're uninformed. If you read the newspaper, you're mis-informed.”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클레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 1835–1910)가 한 말이다.      


내 맘대로 번역한다면 이렇겠다.     


“신문을 안 읽으면 세상 물정을 잘 모르게 되지만 읽으면 가짜뉴스에 시달린다.”          


한국의 언론을 보면 그의 선견지명에 아프지만 무릎을 힘차게 내리 치지 않을 수 없다. “거레체!”하면서 말이다.     



특히 요즘 윤석열에 관한 기사를 보니 난리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의 지지율이 문자 그대로 파죽지세인 모양이다. 3월 19-20일에 걸쳐 TBS가 KSOI에 의뢰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석열의 지지율이 39.1%로 이재명의 21.7%, 이낙연의 11.9%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왔다.(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729003&PAGE_CD=N0002&CMPT_CD=M0117) 같은 기관에서 15일에 조사한 것에 비하여 1.9%p 오른 수치다. 이에 반하여 이재명과 이낙연은 각각 2.5%p, 1.4%p 하락하였다. 이 세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72.7%에 이른다. 나머지 응답자들 가운에 5.4%는 적합한 후보가 없다고 하였고 2.5%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이를 합쳐보면 80.6%이다. 그러면 19.4%를 나머지 군소후보들, 곧 홍준표, 추미애, 유승민, 정세균, 원희룡, 심성정, 김두관, 그리고 그 외 이름도 잘 모르는 이들이 나누어 가진 꼴이다. 이 가운데 홍준표만이 5.9%로 간신히 5% 장벽을 넘었고 나머지는 다 1-2% 대에 머물렀다. 그러니 이제 대세는 3파전으로 가는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재명과 이낙연은 일치감치 대선 후보의 물망에 오른 사람들이고 정계에도 오래 있었으니 이른바 “사단”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윤석열은 작년부터 검찰 개혁을 둘러싼 소란으로 이른바 뜬 인물이라 “사단”이라고 할 사람이 변변히 없다. 그래서 그를 지지하는 언론들이 이제 슬슬 군불을 때는 모습이다.     


과연 그를 돕자고 나설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 와중에 머니투데이가 “[단독]윤석열, 과거 정치인들과는 선긋기..‘같이할 인물 고민 중’”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기에 들여다보니 맹탕이다.(https://news.v.daum.net/v/20210322102328096) 선정적 제목으로 조회수나 올리려는 수작에 또 당했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수구 세력과는 거리를 둘 모양이란다. 뭔 소린지...     


사실 이 시점에서 누가 함부로 윤석열 편이라고 나서겠는가? 지지율이 40%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막상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될 때 승리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그래서인가 한국경제는 “대검에 응원 화환 보냈던 윤석열 지지모임..'윤사모' 뜬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윤석열의 지지 세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것처럼 변죽을 올린다. 그래서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역시 맹탕이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페북의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의 가입자 수가 21일 기준 약 22,000명이란다.(https://news.v.daum.net/v/20210321152501174) 아직 조직도 없어 이제 가입비와 회비를 받아 전국 조직 구축에 나설 예정이란다. 참 초라하다...     


야당에 오죽 인물이 없으면 이럴까 싶기도 하지만, 이럴수록 윤석열의 지지율이 허수가 될 가능성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정치가는 연예인처럼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지지율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지지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조직과 사람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보수적인 정서가 강한 나라에서는 인기만으로 대권 도전에 나서는 일이 불가능하다. 대중의 인기라는 것은 워낙 물거품과 같아서 그 인기를 현실적 조직과 사람을 중심으로 한 세력으로 바꾸지 못하면 대검찰청 앞에 길게 늘어섰던 화환이 조화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사람을 모으려면 본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아직 윤석열은 칩거만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보수 언론의 답답증을 드러낸 것일까 연합뉴스도 한 마디 거든다. “위인전 쓰고 당 만드는 지지자들..윤석열, ‘남일 보듯’”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른바 “지인들”의 입을 빌려 소설을 쓰고 있다.(https://news.v.daum.net/v/20210321051507118) 그런데 여기서도 기껏 한다는 소리가 페북의 이른바 유나모 회원이 2만 명이 넘는다든지, 최측근이 3천 명 정도 있다는 ‘카더라’ 소식을 전하는 데 그친다. 제목만 봐서는 윤석열이 이미 영웅의 반열에 올라 누군가 그를 주인공으로 위인전이라도 시작한 줄 알겠다.     



그래서 자신도 머쓱했는지 연합뉴스가 신공을 발휘하여 윤석열이 미국의 지방 검사장의 전기를 검사들에게 배포하라고 지시한 내용을 드디어 찾아내서 “윤석열, 사퇴 전 '美 모겐소 검사장 전기' 배포”라는 제목의 기사를 만들었다.(https://www.yna.co.kr/view/AKR20210321053200004?input=1179m) 부제는 “직접 쓴 발간사서 '거악 척결' 강조”이다. 뭔가 어마어마해 보인다. 그래서 한 번 더 속는 셈 치고 기사를 정독해 보았다. 역시 맹탕이다. 윤석열이 이 책에 어마어마하게도 ‘발간사’를 썼단다. 발간사... 발간사가 무엇인가? 발로 뛰는 간사는 아닐 터이다.      


그 발간사를 발췌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윤 전 총장은 책 발간사에 “모겐소는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외치면서 거악 척결을 강조했다”며 “무모하다고 비칠 수 있는 그의 법 집행 의지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역사회와 시장경제에서 법치주의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겐소가 일평생 추구한 검사의 길이 우리나라 검사들에게도 용기와 비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 모겐소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겐소가 누구인가? 여기서 말하는 로버트 모겐소(Robert Morgenthau, 1919-2019)는 사실 우리나라에 비하자면 검찰총장 급도 안 되는 지방 검사장 수준에 머물다 간 마이너 한 인물이다. 꾸준히 정계 진출을 시도해보았지만 실패하여 결국 자기가 잘하는 검찰 바닥에서 평생을 그것도 운 좋게 적수가 별로 없어서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그저 그런 인물이다. 그리고 정치 스캔들을 처리하는 데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며 엉뚱한 사람들을 체포하여 나중에 배상금으로 수백만 달러를 물어주게 한 무능한 검사장이었다. 오히려 그의 집안에서 유명한 사람은 미국 연방 정부 재무장관을 지낸 그의 아버지 헨리 모겐소(Henry Morgenthau Jr., 1891-1967)이다. 그는 악명 높은 이른바 ‘모겐소 계획’(Morgenthau Plan)으로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다. 모겐소 계획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4년 ‘Suggested Post-Surrender Program for Germany’이라는 제목의 제안서에서 처음 등장한 계획이다. 한마디로 독일을 사분오열시키고 다시는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모든 산업시설을 파괴해버리고 중세와 마찬가지의 농업국가로 만들자는 (허무맹랑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런 허무맹랑한 계획이 1947년까지 연합국의 전후 독일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31대 대통령을 지낸  후버(Herbert Hoover, 1874-1964)의 연구 결과 이 모겐소 계획이 실행될 경우 독일 국민 가운데 2500만 명이 굶어 죽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래서 이런 허무맹랑하고 비인도적인 계획은 폐기되고 1948년부터 유명한 마샬 계획(Marshall Plan)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체 국가를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실시되어 전후 유럽의 경제가 부흥하게 되었다.     


증오를 바탕으로 세워진 모겐소 계획이 만약 실현되었다면 단순히 독일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의 경제가 붕괴되었을 것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후에도 유럽 경제 발전의 견인차가 되었다. 특히 프랑스는 독일이 아니었으면 경제가 붕괴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런 어리석은 계획을 세운 아버지의 아들은 어땠을까?

    

기자는 한국 국민들이 잘 모른다고 아무나 외국 사람을 거들먹거리며 기사를 쓰면 안 된다. 모겐소를 칭찬하여 윤석열도 그와 비슷한 ‘영웅’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아무나 들먹여서는 안 될 일이다.      


윤석열이 현재 여론 조사에서 선두에 서 있으니 보수 언론들이 바람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랬다. 뭔가 좀 알고 바람을 일으켜야 할 것 아닌가? 답답한 노릇이다. 사람을 모으고 싶고 관심을 끌고 싶다면 먼저 제대로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언론도 그리고 윤석열 주변 인물들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Nomadland와 윤석열 장모의 에르메스 버킨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