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들의 사주를 제대로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기왕 윤석열의 사주를 보았으니 이재명도 보자. 먼저 흔히 가장 많이 알려진 명식으로 보자.
丙乙甲癸
戌酉子卯 乾命 1大運
이 정도로 비견이 중중하고 확실한 편인격이라면 보기 쉬운 사주로 여겨질 수 있다.
이재명의 명식을 보면 을목이 겨울에 났으니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을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도 을목 아닌가? 원래 강하게 단련받은 사람이 더 큰 인물이 되는 법이다. 그런데 비겁이 과하여 오히려 탈이 난 형국이다. 그래서 형제간의 사이가 좋지 않게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바로 옆의 갑목이 藤蘿繫甲은 고사하고 전혀 기둥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형제 가운데 가장 잘 나가던 셋째형과의 문제로 한동안 고초를 겪었다.
술토 정재의 모습도 아름답지 못하다. 아내도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을유 일주 자체의 특성으로 여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주가 워낙 신강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정면 돌파하게 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편인격은 원래 타인에 대한 의심이 많아 차라리 자신의 실력을 믿는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병화를 보고 있으니 사람들과의 기탄없는 대화에 열려 있으니 말도 잘하게 된다.
그러나 사주에서 흔한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타고난 팔자보다 운이 더 중요하다. 현재 대운은 2014년부터 들어온 무오이다. 자오충이 보이지만 이 해에 성남 시장에 재선하고 2018년에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었으니 충이 다 충이 아니라는 사주 격언이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시간의 병화를 쓰는 사주이니 오화가 들어오면서 최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참고로 이재명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윤석열은 경금이다. 사주 초보도 알 수 있는 그 유명한 을경합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 강한 을목이 원칙대로 바로 금으로 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과는 케미가 있을 것 같다가 감질만 나는 형국이 될 것이다. 말하자면 되다 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한 당에서 출마한다면 후보 경선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할 것이다. 당이 아니라도 제3세력으로 힘을 모으면 엄청난 재미를 줄 것이란 말이다.
만약 서로 다른 당으로 출마한다면? 그래도 일단 합은 합이니 다른 후보들 같은 치졸한 이전투구는 없지 않을까?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한 성격 하는 인물이고 사주에도 그런 성격이 그대로 나오니 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밀당을 하면서 대선정국의 재미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역사적인 인물들의 사주를 보면 뜻 밖에 사주의 격이 별로인 경우가 많다. 특히 정신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의 경우는 더욱 ‘나쁜 사주’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왜 그럴까?
흔히 ‘사주가 좋다’는 말은 윤리도덕적 인격을 갖춘 인물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명리학에서 말하는 '좋은 사주'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부귀와 영달을 누리며 호의호식하다가 잘 죽은 사람의 것을 말한다. 그래서 영웅호걸이 인격까지 훌륭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인격이 고매한 사람은 세간의 출세와 거리가 먼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더러운' 세상을 등지고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맑게' 살다가는 이들이 많은 법이다.
그럼에도 정치의 계절이 되면 정치인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점집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운을 보기 위한 것이다. 이 '더러운' 세상에서 호의호식만이 아니라 권력을 누리고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욕망, 니체가 말하는 권력의지(Wille zur Macht)가 강한 자들이 정치가들이니 그렇다. 그 어떤 오명을 뒤집어 써도, 자기 때문에 가족과 친척이 멸해도 권력을 잡고 싶은 의지가 있어야 정치판에서 성공한다. 그러니 정치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의지만 있다고 정치판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운, 곧 시대정신이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오늘도 기성 정치가들이든 지망생이든 몰래몰래 점집을 찾는 것이다. 자기가 직접 가기 두려우니 대부분 아내나 최측근을 시켜서라도 말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명리학에서는 운칠기삼이다. 타고난 팔자대로 노력을 하지만 10년마다 바뀌는 대운을 이길 장사는 없다. 그런 면에서 절정의 운에 들어선 이재명이 내년 대선에서 윤석열보다 더 앞설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재명의 대운은 2024년에 정사 대운으로 바뀐다. 정재를 업은 식신에서 식상이 중중한 완전한 화기에 들어선다. 무오 대운에 들어온 오화가 원국의 병화의 뿌리가 되어주면서 을목의 기운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 주었는데 천간에 정화가 들어오고 지지에 사회가 들어오니 그 식상의 기세가 더욱 뻗어나갈 것인가? 아니면 상관 견관 하고 사유축 삼합의 기운이 발동하여 편관과 편인의 기세가 등등해질 것인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운은 개인의 사주팔자에 나오는 것 말고도 앞에서 말한 대로 시대정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있다. 특히 나라를 통치하는 반열에 오른 정치가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것은 개인의 사주로는 파악될 수 없는 더 큰 흐름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만 해도 정치적 상황이 매우 어려웠다. 기대가 컸던 남북문제가 교착 상태에 빠지고 경제도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터친 코로나 사태는 국운을 흔들만한 심각한 사태로 보였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수준으로 질병관리가 잘 된 덕분에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기 1년을 남긴 현시점에서 아직도 본격적인 레임덕에 들어서지 않았다. 이는 역대 한국의 대통령들의 말로와 비교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다. 이런 운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사주에서는 찾아낼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시대정신이다.
이재명과 윤석열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의 사주를 놓고 보면 두 사람의 인격과 대운이 차이가 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대통령이 되는데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그 이상의 무엇, 곧 시대정신의 작용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천운이며 천운은 개인의 운으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주에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개인의 운이 나쁜 경우 천재일우의 기회가 와도 활용하지 못한다. 격국이 부족한 경우에도 그렇다. 아무리 뛰어난 점술가라 하더라도 천운까지 볼 수는 없다. 만약 자신이 천기누설의 신기를 지닌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십중팔구는 사기꾼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결코 천기를 온전히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윤석열과 이재명의 사주만 보고 내년을 점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시대정신, 곧 시대(Zeit)의 정신(Geist)의 흐름이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하늘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대정신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시대정신을 잘 타서 대통령이 된 이명박과 박근혜를 보면 그것이 무슨 말인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릇이 아닌데 시대정신을 잘 타서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 오르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내년에는 부디 그릇도 되고 시대정신도 잘 타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 사람이 이재명이든 아니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