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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01. 2021

박영선과 임종석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입

지금 진보 세력은 무조건 반성할 때이다

오세훈에게 특히 20대에서 크게 밀리고 있는 박영선이 유세 중 취재진으로부터 20대 지지율이 낮게 나온 데 대한 질문을 받고 “20대의 경우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나.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지금 시점에서만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라고 대답했단다.  

    

그런데 박영선만 이리 입이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임종석이 3월 23일에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같은 말을 했단다.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 “미래 가치와 생활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호텔 밥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진 않았으면 한다.”    

 

물론 박영선이나 임종석이나 과거 야권 시절의 정치 ‘바닥’에서 굴러서 오늘의 자리까지 온 인물들이니 말을 할 때는 몇 수 내다보고 하는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임종석의 경우 내년 대선까지 내다본 포석에서 말을 했다고 해석한다. 그래서인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물러서지 않는다. 반면에 박영선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나오자 진의가 왜곡되었다면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이 모습이든 저 모습이든, 몇 수를 내다본 것이든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입들이다.     


아직도 상황 판단이 그리 안 된다는 말인가? 현재 민심은 단순히 박원순과 오거돈의 성추행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다. 정권을 심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당은 정권이 과연 뭘 그리 잘못했는지 억울해서 잘잘못을 세밀하게 따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러나 《주역》에 나오는 말처럼 사람에게는 나설 때가 있고 물러날 때가 있다. 천기의 흐름은 쉼이 없는 법이며 그 천기가 시쳇말로는 시대정신이다. 그 천기를 보여주는 민심은 풀잎과 같아서 바람이 불면 넘어지고 바람이 멈추면 일어선다. 그리고 때로는 김수영 시인의 말처럼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그것이 민심이다. 그 바람, 곧 민심이 어디로 어떻게 부는가를 미리 갈파하여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탁월한 정치가의 능력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입을 닥쳐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권력을 잡으면 오만해진다. 자기들끼리 무리를 이루어 힘을 쓰다 보면 안 되는 일이 없고 민중이 만만해 보이게 된다. 그래서 그 민중의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어쩐지 어리숙하고 어쩐지 만만하여 맘대로 다룰 수 있어 보이는 것이다. 그 경지에 이르면 민심을 갈파하여 따르기보다는 가르치려 든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국민은 어리석어 보여도 민중으로 뭉친 집단 지성을 이길 천재적인 정치가는 역사에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해방 이후의 정치사만 훑어보아도 된다. 수구 세력에 자리를 깔아준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는 물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권력을 잡고 권력 주변에서 서성이다 보면 인지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그 부작용으로 자기는 특별한 존재라는 선민의식이 자리 잡게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민심에 둔감해지고 자기의 권력과 능력을 과신하며 민중에게 배우기보다는 민중을 가르치려 든다. 그런데 사주를 보면 그런 사람들은 현재 대운이 아무리 좋아도 다음 대운에 망하는 운이 기다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스스로 망신의 길을 준비하는 것이다.     



권력을 마음대로 누리게 되었어도 민심 앞에서 겸손할 줄 알아야 다음 대운에 바르게 대비할 수 있다. 그래야 다음 대운이 더 좋은 경우라면 더욱 발전할 것이요 설사 나쁜 대운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피흉추길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한국 정치에서는 길어봐야 5년 가는 권력이다. 그런 찰나적인 권력에 취할 시간조차 없이 자중자애하면서 다음에 오는 운에 대비하기도 시간이 벅찬 법인 것이다.     


그런 것이 순리이거늘 권력 좀 잡았다고 맘대로 이야기해도 좋다는 면허증이나 받은 양 떠드는 모양이 참으로 천박하다. 문자 그대로 천심인 국민들의 민심이 하나로 모인 촛불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정권이다. 그런데 민심을 우습게 본다면 어찌 되겠는가? 무조건 머리 숙이고 깊이 사과할 일이다. 지금도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라는 마음이 행여 한 구석에라도 있다면 당장 정계를 떠나라. 그것이 목숨을 도모하는 길이 될 것이다. 민심을 우습게 아는 자들의 말로는 반드시 비참한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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